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정우 "'흥부', 故 김주혁 한다는 얘기에 출연 결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노컷 인터뷰] '흥부' 흥부 역 정우 ①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노컷뉴스

14일 개봉한 영화 '흥부'에서 흥부 역을 맡은 배우 정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흥부'(감독 조근현)는 개봉 전부터 화젯거리가 여러 개였다. '힘쎈여자 도봉순'과 '품위있는 그녀'로 JTBC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연달아 경신한 백미경 작가가 집필했다는 점, 故 김주혁의 유작이라는 점, 그리고 정우의 첫 사극이라는 점이었다.

고전소설 흥부전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영화 '흥부'는 창작자의 상상력으로 재탄생된 작품에 가깝다. 일단 대조되는 두 형제가 나온다. 극중 흥부-놀부는 사실 무척 사이가 좋은 데 반해, 서로가 죽기를 바랄 만큼 사이가 나쁜 형제가 나온다. 후자가 영화 '흥부'의 이야기 핵심을 짊어지고 간다.

이미 우리가 다 알 것 같은 이야기를 변주해 새로움을 보탠 작품에 욕심이 났지만 정우는 좀처럼 쉽게 결정할 순 없었다고 털어놨다.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김주혁이 캐스팅됐다고 했을 때, 그제야 결정했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정우를 만났다. 영화를 어떻게 봤느냐는 물음에서부터 "만족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며 "(앞으로)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고 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영화 보니 어땠나. 만족스럽게 나왔나.

작품에 만족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영화 자체로만 보기가 쉽진 않았다. 개봉 때 무대인사하면서 좀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고 있다.

▶ '흥부'라는 작품에서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하다.

캐릭터 변화의 폭이 큰 것 같아서 선택하게 된 부분도 있다. 흥부라는 이름, 두 글자 자체가 주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것과는 새로운 느낌의 캐릭터여서 많이 끌리게 됐다. 사극이라는 장르를 자체를 한 번도 해 본 적 없어서 궁금하기도 했다. 캐릭터 자체에 거부감도 없어서 욕심을 냈다. 근데 사실 선뜻 '하고 싶습니다'라고 말씀은 못 드렸다. 고민하는 중에 선배님들 참여한다는 얘기를 듣고 결정하게 됐다.

노컷뉴스

영화 초반만 해도 음란소설을 쓰는 작가였던 흥부는 자신의 스승인 조혁을 만난 후 사회소설을 쓰는 작가로 탈바꿈한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작품을 참여할 때 용기가 선뜻 나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흥부란 캐릭터 자체가 감정의 폭도 넓긴 하지만 누가 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게 제 숙제였다. 조혁과 조항리도 마찬가지다. 어느 배우가 하냐에 따라 달라졌다. 저의 영화의 핵심인물이기 때문에. 저는 사실 이름만 흥부인 거지 기존 흥부와는 정반대다. 고유명사인 것처럼 가진 이미지가 큰데, 그 틀을 깬 듯한 느낌이 있어서 시나리오 보면서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다. 이 작품은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매번 중요하긴 했지만 이 작품은 더욱더 그랬다.

▶ '흥부'는 시나리오를 보고 하고 싶다는 느낌이 바로 왔나.

확 오는 작품도 있고 고민을 계속하며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는데 저는 (감이 오는 게) 빠른 편이다. '흥부'는 짧진 않았다. 제가 딱 결정할 수 있는 용기가 나지는 않았다. 섣불리 덤비기에는 용기가 서지 않았다, 사실. 그래서 후에 김주혁 선배님이 한다는 얘기를 듣고 용기를 얻었다.

▶ 선배들이 나온 게 영화 참여하는 데 큰 영향을 줬나 보다.

뭐랄까, (김주혁) 연기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씀드리기가 참 조심스럽기는 한데, 기회가 된다면 꼭 같이하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드는 선배님이었다. 정진영 선배님도 '약속'이라든지 '초록물고기', '왕의 남자' 등 워낙 쟁쟁한 작품에 많이 출연하셨고, 그걸 보며 자랐으니 현장에서 같이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경험이었다.

▶ 힘이 들어가지 않은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무엇인가.

그 부분이었다. 제가 기존에 해 오던 캐릭터를 기대하고 오시는 분들도 계시니까 (초반에는) 너무 낯설지 않게 접근해야 흥부라는 캐릭터의 감정선을 잘 따라오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런 톤의 연기로 시작했다. 그게 (흔히 말하는) 사극 톤은 아니었다. 극을 보시면 흐름에 맞춰서 톤이 조금씩 달라지는 게 보이실 거다.

▶ 흥부라는 캐릭터와 닮은 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저는 목적도 중요하지만 어떤 사람과 거길 향해 가는가가 더 중요하고, 영향을 받는 것 같다.

노컷뉴스

정우는 故 김주혁이 참여한다는 소식을 듣고 '흥부'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흥부'에서 조혁 역을 맡은 김주혁과 흥부 역을 맡은 정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흥부는 음란소설을 쓰는 작가였지만 나중에는 조혁(김주혁 분)을 만나 풍자와 해학이 살아있는 사회소설을 쓰는 인물로 변한다. 캐릭터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물리적인 상황 때문에 순서대로 찍을 수 없으니 고민도 연구도 많이 했다. 제가 언론 시사회 때도 말하긴 했는데 힘든 면도 있었다. 제가 (캐릭터들과) 부딪치는 장면(빈도)에 비해 감정선이 깊다. 그래서 고민스러웠던 것 같다.

▶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놀부 형을 찾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하고 조혁이라는 어른을 찾아간다. 이때 형을 찾는다는 게 캐릭터의 목적인데, 그 형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에피소드는 적지 않나. 가볍게 그릴 순 없고, 짧아도 임팩트 있게 감정 전달을 해야 했다. 조혁과 만나서 지내는 것도 에피소드가 그렇게 많이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오랜 시간을 같이 지내왔다는 설정 아래 감정을 표현해야 했다. 또, 사극이라는 장르가 주는 이미지, 말투, 손짓, 행동, 호흡들이 적절하게 묻어있으면서도 배우로서의 제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뭐가 있을까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 힘들었나 보다. (웃음)

▶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흥부는) 올곧이 혼자만의 감정으로 가야 하는 게 많았다. 함께하는 캐릭터나 이야기의 힘을 받는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혼자 감정을 갖고 뿜어야 하는 게 많이 있었다. 소중한 사람들과 헤어지게 될 때의 슬픔을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 원래 연기를 할 때 그 무게를 혼자 짊어지는 편인가.

연기 분석이나 조언을 받는 것도 좋은데, 결국 같이 하는 분들의 에너지에 영향을 받는 것 같다. 다른 분들도 그렇지 않을까. 캐릭터 연기하는 배우들, 함께 촬영하는 스태프들, 감독님 이하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다.

▶ 연기하면서 감독에게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는지.

(고개를 저으며) 그러진 않았다. '힘듭니다' 라는 말을 하진 않았다. 물론 표정이나 에너지의 느낌으로 아실 순 있었겠지만, 이러나저러나 제 몫이니까. 대신 감독님은 좀 믿고 맡겨 주셨던 것 같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노컷뉴스

배우 정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번에 '흥부'로 처음 만난 배우들이 많다고 들었다. 같이 연기해 보니 어땠는지 궁금하다.

그렇다. (김)주혁 선배님하고도 처음 했었고 (정)진영 선배님하고도 같은 소속사인데도 처음 했다. (정)해인이라는 친구와도, (천)우희 씨랑도 처음이었다. (김)원해 선배님은 '히말라야' 때, 진구 시는 '쎄시봉' 때 같이 했다. 그런 친분 있는 분들과는 (같이 찍는) 회차가 너무 짧았다. (웃음) 그래서 아쉽긴 했다. (정)상훈이 형은 처음과 마지막을 같이 장식했다.

▶ 이번 현장에서는 중간 정도 위치였다. 혹시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특별히 신경 쓴 점이 있다면.

부담 주고 싶지 않았다. 본인이 해석한 연기를 존중했다. 묵묵히 서로 호흡 맞추면서 방향성을 찾아가는 게 우선이니까 가타부타 뭐라 하지 않았다. 최대한 편안하게 해 주려고 했다.

▶ '흥부' 촬영 현장의 분위기가 궁금하다.

바삐 돌아갔다. 조선 시대가 배경이라 공간마다 채워야 할 것도 많고 디테일을 살려야 할 것도 많았다. 각자 맡은 바에 충실하게 촬영하는 분위기였고, 선배들한테도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진영 선배님도 그렇고 초반에는 상훈이 형에게도 받았다. (웃음)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다 보니 어색함이 덜했다. 친한 형이 초반에 나와서 같이 연기 호흡 맞추게 되니 편해지더라. 초반에 보면 둘만이 아는 웃음으로 하는 연기가 있다. 그걸 관객들이 좋아할진 모르겠는데 (웃음)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다. 감독님도 '둘이 왜 웃지?' 하셨는데, 친한 사람들끼리는 둘만이 느끼는 기운으로 소통하는 웃음들이 있지 않나.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아는.

(노컷 인터뷰 ② 정우의 에너지 충전법 "무료함 느낄 때까지 가만 있는다")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