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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더 높은 곳 바라보는 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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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준결승서 97위 美 샌드그렌과 대결

4강 땐 '황제' 페더러와 격돌 가능성 커

서울경제

“아직 안 끝났으니까···.”

호주오픈 16강전에서 ‘거함’ 노바크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를 3대0으로 물리친 정현(22·58위·삼성증권 후원)은 경기 직후 진행된 장내 인터뷰에서도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한국 테니스 사상 첫 메이저대회 8강 진출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투혼이 녹아 있는 소감이었다.

정현이 내친김에 메이저대회 4강까지 바라보고 있다. 22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4회전에서 전 세계 1위 조코비치를 3대0으로 꺾은 정현은 8강에서 테니스 샌드그렌(27·97위·미국)과 대결한다. 샌드그렌은 이날 열린 4회전에서 도미니크 팀(5위·오스트리아)을 상대로 접전 끝에 3대2(6대2 4대6 7대6<7대4> 6대7<7대9> 6대3) 승리를 거두고 역시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8강에 오른 선수다.

샌드그렌은 이번이 세 번째 메이저 본선 진출이다. 지난해 프랑스오픈과 US오픈 본선에 나갔으나 모두 1회전에서 탈락했다. 세계 100위 안에 진입한 게 지난해 9월일 정도로 무명에 가깝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8강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보다 한 등급 아래인 챌린저대회에서 주로 활약했으며 챌린저대회에서는 세 차례 우승한 경력이 있다.

정현과 샌드그렌은 키가 188㎝로 같으며 지난 9일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열린 ATP 투어 ASB클래식 1회전에서 첫 대결을 벌였다. 당시 정현이 2대1(6대3 5대7 6대3)로 승리했다.

그러나 샌드그렌은 2주 전과 다른 모습이다. 이번 대회 2회전에서 세계 8위 스타니슬라스 바브링카(스위스)를 3대0(6대2 6대1 6대4)으로 완파하더니 이날 4회전에서는 5위인 팀을 제압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날도 서브 에이스 20개를 꽂는 등 4회전까지 치르면서 매 경기 서브 에이스 10개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정현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말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대회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ATP 투어 우승을 차지하며 20대 초반 기수로 우뚝 섰다. 이번 대회 들어서는 4차례 단식 경기에서 모두 자신보다 랭킹이 높은 상대들을 연파했다. 1회전에서 35위 미샤 즈베레프(독일)에게 기권승을 따낸 뒤 2회전에서 53위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를 3대0으로 돌려세웠다. 3회전에서는 이번 대회 우승 후보 가운데 한 명인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를 상대로 3대2(5대7 7대6<7대3> 2대6 6대3 6대0)의 짜릿한 역전극을 펼쳤고 이날 잡은 14위 조코비치는 2년 전만 해도 세계 1위였던 선수다.

정현이 8강에서 샌드그렌을 잡으면 4강에서는 전 세계 1위인 ‘황제’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와 토마시 베르디흐(20위·체코) 경기 승자와 맞붙는다.

한편 정현은 이날 장내 인터뷰에서 유창한 영어 실력에 유머감각까지 뽐내 1만5,000여 관중의 갈채를 이끌어냈다. 장내 아나운서가 ‘2년 전 호주오픈 1회전에서 조코비치에게 0대3으로 패한 걸 설욕한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정현은 “잘 모르겠다. 그저 기쁘다”고 답했다. ‘무결점’으로 불린 조코비치의 주 무기는 코트 구석을 찌르는 날카로운 스트로크지만 이날은 정현의 라인 가까이 붙이는 샷이 더 예리해 보였다. 정현은 “조코비치는 어릴 때 내 우상이었다. 그를 따라 한 덕분에 (날카로운 스트로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1세트와 3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따내는 등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은 경기였다는 아나운서의 말에는 “내가 조코비치보다 젊기 때문에 그보다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며 활짝 웃었다.

한국에서 지켜보고 있을 테니스 팬들에게 한국어로 말할 기회를 주겠다며 마이크를 건네자 정현은 “한국에서 늦은 시간 실시간으로 보고 계신 팬분들께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아직 안 끝났으니까 (남자단식 8강이 열리는) 수요일 좀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응원 부탁한다”고 말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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