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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아하! 알고보니] 설질 따라 맞춤형 스키 왁싱… 메달색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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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애슬론 ‘숨은 공신’ 왁스맨

바이애슬론은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이 결합한 종목이다. 3.5㎏ 소총을 메고 주행 중 엎드려 쏴, 서서 쏴 자세로 과녁을 명중시켜야 하므로 강한 체력과 집중력이 요구된다. 언덕을 오르내리고 꺾는 코스 특성상 심폐지구력도 뛰어나야 한다. 정상급 기량 선수들은 체력과 사격술에서는 실력이 비슷하다. 결국 경기 당일 코스와 설질 적응이 메달색을 가른다. 경기장 상태에 따라 스키 바닥에 왁스를 바르는데, 팀마다 왁스를 바르는 사람들의 실력이 선수 경기력을 좌우한다.

세계일보

바이애슬론 한국 대표팀 왁스맨 로만 비로나이넨 코치(오른쪽)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코치가 스키에 왁싱작업을 하는 모습.대한바이애슬론연맹 제공


왁스맨 또는 왁스 테크니션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대표팀에 소속돼 훈련과 대회 등 모든 일정을 선수들과 함께한다.

이들은 경기 시작 수시간 전에 나와 장비를 점검한다. 시합 며칠 전부터 왁스맨들은 직접 스키를 종류별로 타보면서 눈의 상태, 날씨 등을 확인하고 어떤 제품을 타는 게 좋을지 선수와 상의한다.

정상급 선수들은 스키 종류만 20여 가지에 이르는데 왁스맨들이 나눠서 전부 타보고 최종 2개 정도로 추린다. 한 왁스맨이 테스트를 위해 타는 거리가 하루 평균 15㎞에 달한다. 박철성 바이애슬론 대표팀 총감독은 “왁스맨은 대부분 은퇴 선수들이 한다”며 “경기장에 가장 먼저 나와 제일 늦게 들어가고 매일 선수 못지않게 스키를 타야 해서 힘든 직업이다”고 설명했다.

왁스맨들이 적합한 스키를 고른 뒤 경기 당일 스키에 묻은 이물질을 걷어내고 경기용 왁스를 입히는 ‘왁싱작업’도 만만치 않다. 빨리 내려가야 하는 알파인 스키와 달리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는 오르막과 평지를 무리 없이 올라가야 하기에 파라핀 왁스에 고무성분과 송진가루 등을 섞어 만든 킥 왁스를 뿌린다.

대한바이애슬론연맹에 따르면 현재 한국 대표팀이 쓰고 있는 왁스 회사만 20여곳, 제품군만 100개가 넘는다. 경기장 온도와 습도 그리고 눈 상태에 따라 각각 종류별로 맞는 왁스를 바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제품을 구비해 놓는다.

바이애슬론 대표팀을 지원하는 성봉주 한국스포츠개발원 연구위원은 “왁스맨은 선수가 최대한 힘을 덜 들이게 탈 수 있도록 효율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며 “사격은 대부분 잘 쏘기 때문에 주행에서 힘을 아끼는 게 관건인데, 왁싱이 얼마나 잘됐는지가 당일 메달색을 바꿀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왁스맨 중요성이 대두되자 한국도 올림픽 때마다 코치 수도 늘리고 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국내 코치 1명에서 시작한 대표팀은 2014년 소치에서는 오스트리아 출신 2명, 이번에는 러시아 출신 4명의 코치가 선수들을 돕고 있다. 그중 대표격인 로만 비로나이넨 코치는 2015년부터 대표팀에서 활약 중이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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