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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남북 단일팀 ‘엔트리 35명’ 그 힘은 어디서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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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아이오시 헌장 44조 “올림픽 참가자 수 집행위 결정”

국제아이스하키연맹 등 산하 연맹은 따를 수밖에

바흐 위원장의 뛰어난 정치력과 평창 흥행도 고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힘은 막강했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엔트리 35명은 상상하기 힘든 숫자였다. 그러나 아이오시는 밀어붙였다.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토마스 바흐 아이오시 위원장은 20일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에 참가할 북한 선수 12명을 발표하면서, “북한의 평창겨울올림픽 참가 노력이 쉬운 것이 아니었다. 추가적인 번외 출전권과 자격을 부여했다. 아이오시는 매우 예외적인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쁘게 생각한다. 남북한 올림픽위원회 등 모든 참가자들에게 감사한다. 특히 국제아이스하키연맹 등 각 경기 연맹이 열정적으로 도왔다”고 설명했다.

아이오시 힘은 일단 아이오시의 헌법인 헌장에서 나온다. 아이오시 헌장 44조는 “아이오시 집행위원회는 올림픽대회 총 참가자 수를 결정한다”고 명시해 놓고 있다. 개별 경기 연맹이 올림픽 출전 기준과 엔트리를 정하지만 어디까지나 최종 권한은 아이오시한테 있다. 아이오시의 뜻을 산하 종목별 국제연맹(IF)이 거스를 수 없는 구조다.

개별 국제연맹의 이해도 맞아 떨어졌다. 르네 파젤 회장이 이끄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는 세계 최고의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이 평창올림픽 불참을 선언하면서 흥행 악재를 만났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에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구성된다면 세계의 관심을 불러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까닭에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B조(스위스 스웨덴 일본 한국) 가운데 스위스 쪽에서 남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엔트리 확대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지만 파젤 회장이 잡음 없이 정리를 했다.

남북한 아이스하키팀의 실력이 A조(캐나다 미국 핀란드 러시아)나 B조의 다른 7개 국가와는 차이가 나는 점도 엔트리 확대에 작용을 했다. 세계 랭킹 상위 7개팀 자격으로 나온 평창올림픽 참가국은 개최국 출전권을 받은 남한(22위)이나 북한(25위)보다는 한 수 위의 전력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35명의 팀 엔트리 구성으로 다른 나라의 팀 엔트리(23명)보다 많지만, 실제 경기에 나오는 게임 엔트리(22명)는 변함이 없어 크게 문제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 선수들이 아무리 많이 팀 엔트리에 들었다 해도 경기를 뛰는 선수는 22명뿐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개인 종목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 자원이 매우 제한돼 있는 반면에, 아이스하키팀에는 많은 선수가 있어 개막식 선수단 규모 등을 고려해서라도 가능한 많은 숫자를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엔트리에 합류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남한 정부는 우리 선수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경기당 뛸 수 있는 북한 선수는 3명으로 제한하는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

아이오시는 아예 출전권이 없던 크로스컨트리(3명), 알파인스키(3명), 쇼트트랙(2명)에서도 예외적으로 티켓을 주었다. 피겨 페어의 렴대옥-김주식 조도 올림픽 출전권을 따기는 했지만 참가신청 마감을 넘겨 권리를 상실했지만 아이오시가 구제했다. 바흐 아이오시 위원장은 “국제스키연맹, 국제빙상연맹, 국제아이스하키연맹이 정말 열정적으로 도왔다”고 했는데, 사실 아이오시가 결정하면 그대로 실현되는 형국이다.

바흐 위원장은 이날 “2014년부터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여를 위해 오늘날까지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밝혔다. 평창올림픽을 단순한 스포츠 행사 이상으로 생각하고 전략을 짜왔다. 이런 측면에서 아이오시는 가장 정치적인 조직이고, 수장인 바흐 위원장은 정치 감각에 뛰어난 인물이라는 평이 나온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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