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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北 썰매선수 없는데 누구와 합동훈련? 봅슬레이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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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D-20] 국제연맹, 한국 체육계와 상의 없이 '남북 4인승 테스트팀' 추진

- IOC, 오늘 남북대표 회의서 검토

北, 정식 등록 선수 단 한명도 없어

최고 시속 140㎞로 얼음트랙 질주… 무경험자 타면 썰매 뒤집힐 수도

썰매 첫 메달 후보 원윤종·서영우

국제대회 포기하고 훈련했는데 남북팀 합동 훈련 불똥 튀나 우려

평창올림픽 개막 20일을 앞두고 종목별로 예상치 못했던 남북 합동 훈련 및 팀 구성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막판 훈련에 집중해야 할 선수단의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뒤숭숭하다.

썰매 봅슬레이 종목을 관장하는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은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남북 선수들로 구성된 남자 봅슬레이 4인승 팀을 꾸려 올림픽 경기에 앞서 테스트 주행 합동 훈련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 등 썰매 종목은 정식 경기에 앞서 트랙 상태를 점검하고 선수들 컨디션을 조절하기 위해 테스트 주행을 한다.

IBSF는 이날 "이보 페리아니(58·이탈리아) 연맹 회장과 대린 스틸(49·미국) 부회장이 남북팀을 (올림픽 기간 중) 직접 코치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봅슬레이 선수·지도자 출신인 페리아니 회장은 "봅슬레이는 신뢰를 바탕으로 완벽하게 협력해야 하는 팀 스포츠"라며 "남북팀이 꾸려지면 두 나라의 선수들을 아주 가깝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남북 대표 회의에서 이 방안을 검토할 전망이다.

한국 썰매계에선 "전혀 상의한 일도 없고 통보받은 것도 없다"며 당황하고 있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관계자는 "합동 훈련과 관련해 어디서도 전달받은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와 대한체육회도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북한과 팀을 구성하기 위해선 적어도 사전에 한국 대표팀과 상의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모두 생략됐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엔 정식으로 등록된 봅슬레이 선수가 한 명도 없다. 현재는 물론 과거에도 없었다. 합동 훈련이 추진된다면 북한 육상 선수 정도가 출전해 한국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것으로 추정된다. 봅슬레이는 최고 시속 140㎞로 얼음 트랙을 질주하는 종목이다. 경험이 없는 선수가 탈 경우 균형을 잃고 썰매가 뒤집힐 수도 있다.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은 "무경험자가 탄다면 숙련된 파일럿이 운전해도 전복될 수 있어 부상 위험이 크다"며 "최소 일주일 이상 사전 훈련을 통해 호흡을 맞춰봐야 하는데 우리 선수들이 훈련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여자 아이스하키가 남북 단일팀을 꾸리기로 한 데 이어 다른 종목으로 남북팀 이야기가 번지는 모양새다. 이미 알파인스키는 북한 마식령스키장에서 남북 스키 선수들의 공동 훈련을 진행하기로 했고, 그 외 북한 선수들이 참가하는 크로스컨트리 스키나 피겨스케이팅에서도 언제든 합동 훈련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여자 아이스하키 외엔 단일팀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 썰매 남북팀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적지 않다. 정식 대회 출전이 아닌 이벤트성 훈련을 위한 임시팀이기 때문이다. IBSF 측은 '한국에서 숙련된 파일럿과 푸시맨을 뽑고, 여기에 북한 푸시맨 2명을 섞어서 한 조를 만들면 된다'는 계획을 내놨다. 봅슬레이 4인승은 맨 앞에서 썰매를 조종하는 파일럿과 2, 3번째 위치에서 출발할 때 썰매를 미는 푸시맨, 맨 뒤에서 썰매가 결승선을 통과하면 정지시키는 역할을 하는 브레이크맨으로 이뤄진다. 브레이크맨도 출발할 땐 푸시맨 역할을 한다.

한국의 '숙련된 파일럿과 푸시맨'이라면 단연 원윤종(33)·서영우(27)다. 2년 전 세계 랭킹 1위(2015~2016시즌)에 오르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선수들이다. 최근 슬럼프를 겪으며 출전 대회에서 10위권에 머물자, 아예 국제 대회 출전을 포기하고 귀국해 현재 평창에서 '은둔 훈련'에 매진해 왔다. 국내 썰매계에선 "올림픽 메달 후보인 이들을 남북팀에 선발하는 건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들이 남북 합동 훈련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용 총감독은 "선수도 없는 나라와 합동 훈련을 한다는 건 정말 생뚱맞은 얘기"라며 "그럼에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더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윤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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