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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김영권-홍정호, 브라질 동지에서 '러시아 경쟁자'로…최후의 기회, 누가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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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축구 국가대표 김영권(왼쪽)과 홍정호가 지난 2014년 6월 14일 ‘2014브라질월드컵’ 당시 이구아수 베이스캠프에서 훈련을 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구아수(브라질)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운명의 장난처럼 동지에서 경쟁자가 됐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중앙 수비를 책임진 김영권(28·광저우 헝다), 홍정호(29·전북 현대)가 오는 6월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최종 엔트리 승선 경쟁을 펼치게 됐다.

신태용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은 15일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터키 전지훈련(1월22일~2월4일) 명단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김영권을 포함한 24명의 태극전사를 확정했다. 가장 눈길을 끈 건 ‘신태용호 1기’ 주장 완장을 달았던 김영권의 재승선이다. 그는 지난해 8월31일 이란과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 9차전 홈 경기를 마친 뒤 실언 논란에 휘말렸다. “홈 관중들의 응원 소리에 동료와 소통하기 어려웠다”는 말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소통 부족을 강조하려다가 오해를 빚었으나 팬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표현이었다. 3개월이 지나도 실언 논란은 꼬리를 물었다. 결국 지난달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신 감독은 “김영권이 심리적으로 힘들어하는 것 같다”며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이유로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11월 콜롬비아-세르비아와 홈 2연전 이후 두 달 만에 다시 대표팀에 발탁했다.

명단에 이름은 올리지 못했으나 최근 K리그에 복귀한 홍정호 얘기도 덧붙였다. 지난 2016년 독일을 떠나 중국 장쑤 쑤닝으로 이적한 그는 당시 팀을 지휘한 최용수 전 FC서울 감독 신뢰를 받으며 꾸준히 출전했으나 지난해 중국 외국인 선수 보유 규정 변화(5명→3명)로 입지가 좁아졌다. 태극마크에서도 멀어졌다. 신 감독 체제에서 한 번도 부름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전북 유니폼을 입으면서 실낱같은 월드컵 출전 꿈에 부풀어 있다.

◇ 김영권-홍정호 재신임 조건은 오로지 ‘증명’

신 감독은 김영권 발탁에 대한 얘기에 이례적으로 채찍성 발언을 했다. 그는 “터키에서는 본인이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월드컵에 갈 멤버임을 입증하고 감독의 마음을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중대한 월드컵 최종 예선 2연전을 앞두고 지휘봉을 잡은 신 감독은 유럽파가 아닌 김영권에게 주장을 맡길 정도로 강한 신뢰를 보였다. 김영권의 실언 논란에 당황하면서도 그를 끝까지 감쌌다. 동아시안컵 명단 제외 이유를 ‘배려’라고 밝힌만큼 이번 발탁과 관련해 김영권에게 남다른 책임감을 강조했다고 봐도 좋다. 신 감독은 “(김영권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을 보여야 한다”고도 말했다.

홍정호 역시 국내 복귀로만 재발탁은 없다고 못박았다. 신 감독은 “(박주호, 홍정호 등 K리그 복귀한 자원은) 분명히 좋은 선수들”이라며 “코치 생활할 때 확인했다. 하지만 1년 정도 경기에 뛰지 못했다. 팀을 옮겼다고 바로 뽑는 건 어불성설이다. 경쟁해서 이기면 뽑겠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부터 리그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무대에 도전하는 전북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는 것만이 답이라는 것이다.

스포츠서울

장현수 김민재 김영권(왼쪽부터)이 지난해 8월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A조 9차전 이란과 경기에서 경기 중 견해를 주고받고 있다. 김도훈기자



◇ 사실상 센터백 한 자리 두고 경합…가능성은?

신 감독이 ‘증명’을 강조한 이유는 대표팀 센터백 지형도에서 찾을 수 있다. 센터백은 다른 포지션과 비교해서 조직적인 움직임이 중요하다. 신 감독은 부임 직후 월드컵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간을 고려해 수비진 변화와 경쟁을 최소화하고 조직력을 극대화하는데 주력해왔다. 지난해 월드컵 9회 연속 본선행 확정 직후 유럽 원정 평가전을 시작으로 지난 동아시안컵까지 센터백 중심으로 거듭난 건 장현수(FC도쿄)다. 장현수는 수비형 미드필더 등 2선에서도 만능 열쇠로 통하지만 신 감독 체제에선 포백에서 센터백, 스리백에선 포어 리베로 등 최후방 수비 핵심으로 활약했다. 신 감독은 터키 전훈의 최대 화두를 “수비조직력 완성”이라고 했다. 이번에 빠진 유럽파 대부분이 공격수인만큼 수비는 ‘월드컵 완성형’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장현수의 파트너로는 부상 중에도 동아시안컵에 합류해 신 감독과 호흡을 맞춘 김민재(전북)가 1순위로 꼽힌다. 지난해 이란, 우즈베키스탄과 최종 예선 2연전에서 돋보이는 플레이로 연속 무실점 수비를 펼치면서 신태용호의 주력으로 떠올랐다.

지난 브라질 대회를 비롯해 역대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 중 센터백 자리는 보통 4명이 채웠다. 브라질에선 김영권과 홍정호를 비롯해 곽태휘, 황석호가 승선했다. 이번에도 최종 엔트리 내 센터백 비율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 감독은 부임 이후 9경기에서 센터백을 4~5명씩 발탁했다. 장현수와 김민재 외에 2~3명이 경쟁한다고 볼 수 있다. 서브 멤버 경쟁자는 김영권과 홍정호 외에 신 감독에게 강한 신뢰를 받고 있는 권경원을 비롯해 동아시안컵을 뛴 정승현과 윤영선 등이다. 특히 신 감독은 전훈 멤버에 권경원이 빠진 이유를 소속팀 ACL 일정 때문임을 밝혔다. 물론 김영권과 홍정호의 경쟁력은 충분하다. 둘은 각각 A매치 49경기, 41경기를 뛰었다. 이번 전훈 명단에 포함된 수비수 중 40경기 이상 뛴 건 이들 외에 장현수가 유일하다. 둘 다 월드컵을 경험한 것도 큰 장점이다. 이들의 막판 역전 시나리오 완성은 오로지 자기 자신과 싸움에서 이기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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