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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환 “일본 선수들은 축구 즐겨…어떤 때는 너무 즐거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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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김창금의 축구광

윤정환 세레소 오사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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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감독이나 선수가 존중받는 분위기가 강하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일본에서의 지도자 생활이 한국보다는 좀 낫다.” 지난 시즌 팀을 정규리그 3위에 올려놓은 윤정환 세레소 오사카 감독이 지난 5일 서울 한남동 자택 앞에서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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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가 무엇일까?

윤정환(45) 세레소 오사카 감독을 새해 초 서울 한남동 자택 앞에서 만난 이유는 단순했다. 한국의 K리그에 있을 때는 보기에 따라선 기대에 못 미쳤는데, 왜 일본에 가면 달라지는가라는 의문 때문이다. 윤 감독은 2011년 일본의 2부 리그 팀 사간도스에 부임해 첫해 1부로 끌어올렸고 이후 상위권에 팀을 안정화시키면서 주가를 높였다. 또 그 힘으로 2015~2016년 2년간 K리그 명문 울산 현대 사령탑을 맡을 수 있었다. 하지만 팀이 첫해 7위, 이듬해 4위에 그치면서 상당한 기대감을 가졌던 팬들을 실망시켰다. 이후 울산과의 재계약과 일본행 사이에서 고민하던 그는 결국 일본으로 떠났다. 일본에 복귀한 그는 1년 만에 2부에서 올라온 세레소 오사카를 정규리그 3위에 안착시켰고, J리그 컵과 천황배 두개의 우승컵을 따냈다. 외국인 지도자로는 드물게 J리그 감독상까지 받았다. 많은 지도자가 일본에서 활약했지만 축구 무대에서 확고한 입지를 굳힌 한국 지도자는 그가 처음이다.

두 나라 사이에는 프로구단의 철학, 선수의 태도와 팀 분위기, 서포터스의 역할, 유소년 축구 기반까지 다양한 축구 요소나 환경, 문화의 차이가 있다. 똑같은 사람이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면, 구조나 환경의 차이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윤 감독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도대체 무엇이 다른 거죠?”

말수가 적은 윤 감독은 특유의 옅은 웃음을 지었다. 목소리도 크지 않은 그는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바꾸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답했다. 화끈한 대답을 기대한 것이 잘못이었다. 그러나 40대 중반의 젊은 지도자가 보태지 않고 말하는 그 형식에서 ‘윤정환 리더십’의 내공이 있다는 생각이 나중에 들었다.

두 개의 컵대회에서 19경기 무패

윤 감독은 “처음부터 잘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지난해 1부에 복귀한 세레소 오사카는 2월 안방 개막전에서 주빌로 이와타와 무승부(0-0), 3월 우라와 레즈 원정 패배(1-3), 이어 콘사도레 삿포로전 무승부(0-0) 등 개막 3경기에서 단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그러나 4차전인 사간도스전 홈 승리(1-0)를 기점으로 3연승을 달리며 흐름을 탄 뒤 18개팀이 벌이는 정규리그에서 19승6무9패로 3위를 차지했다. 정규리그 도중에 열린 두 개의 컵 대회에서는 19경기 무패로 우승 트로피를 챙겼다.

원래 세레소 오사카팀은 기복이 있는 편이었다고 한다. “이길 때는 엄청 잘나가고, 질 때는 한없이 추락한다.” 그러나 신임 감독 부임 뒤 첫 승리를 계기로 선수들이 똘똘 뭉쳤다. 윤 감독은 “선수들이 감독의 말을 이해하고 믿어줬다. 주전 선수들도 2군이 나가 잘하니까 ‘우리도 바뀌자’라며 팀 분위기를 만들어 나갔다”고 덧붙였다.

윤 감독의 한국식 카리스마도 작동했다. 그는 “세레소 오사카에는 유스팀 출신 선수가 많은데 대개 자유분방하다. 선수들에게는 자유를 허용하는 대신 팀 규율과 훈련할 때 진지한 자세로 임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물론 지도자로서의 실력도 중요하다. 일본에서는 선수들이 질문도 많이 하고, 때로 저항도 한다. “지도자는 여러가지 선택지를 주고 선수가 고르도록 해야 한다.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줘야 한다. 경기 중에는 냉정하게 지켜보며 예측불능의 상황까지 대비해 판단하고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윤 감독이 힘주어 말했다.

감독이 선수들과 소통하면서 신뢰 관계를 형성하거나 선수의 출전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으로 선수단 규율을 잡는 것은 한국과 일본에서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감독이 아니라, 선수를 중심에 놓고 보면 미세한 차이가 보인다. 윤 감독은 일본과 한국 선수들을 보면서 느끼는 가장 큰 차이점으로 태도를 꼽았다. 그는 “일본 선수들은 축구를 할 때 즐겁게 한다. 어떤 때는 너무 즐거워서 문제다(웃음). 감독이 얘기를 하면 흡수를 해서 운동장에서 보여주려고 애쓴다. 반면 한국 선수들은 지속적으로 끌고 가는 게 약해서 어떤 상황이 닥치면 감독이 얘기했던 것을 까먹는 경우가 있다. 한국 선수들은 즐겁게 하기보다는 ‘직업의식’을 강하게 갖고 있다”고 구분했다.

일본 2부팀 사간도스 감독 맡아
부임 첫해 1부 승격, 상위권 안착
2015~16년 울산 사령탑 맡았으나
부진 거듭하다 일본 리그 돌아가

“고정된 틀 얽매여 있지 말고
되든 안 되든 도전의식이 필요”
올해 AFC 챔피언스리그 나서고
양동현 영입 등 전력보강에 힘써


사실 프로선수들한테 직업의식은 필요한 덕목이다. 이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뛰어야 한다. 그것은 즐거운 마음과 상충하는 것이 아니다. 윤 감독은 “선수들이 협력해 상대 골문에 빠르게 접근하고, 두세 명의 수비수가 상대 선수를 에워싸 공을 빼앗은 뒤 공격으로 전환하면서 서로 한 몸처럼 움직이며 무언가 만들어간다는 기쁨에 즐거워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억울해하고 분노하고 좌절할 때도 있다. 하지만 즐거운 마음을 끌어낼 수 있다면 힘든 경기에서도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다. 윤 감독이 즐거운 축구의 장점을 강조하는 것은 선수 시절 경험도 한몫한다. 그는 “어렸을 때는 직업의식과 즐거움 가운데 직업의식에 기울어졌다. 하지만 패스를 하거나 득점을 하면서 재미와 기쁨을 느꼈던 적이 많다. 선수들은 고정된 틀에 얽매이거나 실수가 두려워 새로운 것을 하지 않기보다는, 되든 안 되든 해보는 도전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국가대표팀 경기에서는 아시아 강호로 일본과 대등한 수준이고 월드컵에 9회 연속 진출한 강팀이지만, 유독 성인축구의 기반인 유소년·학원축구의 저변은 일본에 비해 엷다. 승부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유소년한테 축구의 즐거움을 알리는 일도 이제야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런 구조적인 차이는 윤정환 감독의 지도력이 한국과 일본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요인의 하나다. 프로팀 감독을 지낸 한 축구인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서 윤 감독의 성적이 차이 나는 것과 관련해 이런 말을 했다. “일본은 섬세한 축구를 하고 한국은 멘털이 강하다. 그런데 우리보다 저변이 넓은 바탕에서 선발된 일본의 프로 선수들한테 멘털은 성인이 돼서라도 주입이 가능하다. 윤정환 감독이 일본 선수 생활과 대표팀 경험, 문화 이해를 통해 세레소 오사카 팀의 파괴력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우리나라 선수는 탄탄한 기초를 쌓아야 할 시기에 소홀했다가 뒤늦게 성인이 돼서 다시 가르치면 소화하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

이런 평가도 있다. 프로축구 유공 시절의 윤정환을 잘 아는 하재훈 전 에스케이(SK) 감독은 “윤정환은 선수로만 보면 대단한 천재다.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우처럼 볼을 찼다. 그런 윤정환의 플레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지도자 윤정환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그에 비해 윤정환 감독이 울산에서 보여준 축구는 너무 단순해서 실망하는 팬들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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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프로리그 사간도스 감독 당시의 모습. 윤정환은 부임 첫해에 2부 리그 팀을 1부 리그에 승격시킨 데 이어 팀을 상위권에 안착시켰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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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관계자, “더 많이 도와줄 수 있었는데…”

이에 대해 윤 감독은 오해가 있다고 했다. 그는 “수비를 하는 것은 공격하기 위해서이지 수비를 위한 것이 아니다. 공격을 하고 싶어도 볼이 없으면 못한다. 세레소 오사카에서도 마찬가지다. 롱볼도 있지만 측면을 주로 파고들면서 상대의 엷어진 중앙을 크로스나 중앙 침투로 무너뜨리며 득점한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세레소 오사카는 J리그 34경기에서 65득점(43실점)을 기록해 전체 18개 팀 가운데 득점력 2위를 자랑했다. 오사카보다 많은 득점을 한 팀은 J리그 우승팀 가와사키 프론탈레(71득점)밖에 없다. 실점은 중간 정도의 순위였다. 윤 감독이 울산에 부임했던 2015년(38경기 54득점), 2016년(38경기 41득점)에 비해, 일본에서는 경기당 득점률이 크게 올라갔다. 수비축구로 불리는 것이 억울할 수도 있겠다.

‘공격축구냐 수비축구냐’ 혹은 ‘재미있는 축구냐 재미없는 축구냐’를 가른 데는 구단의 철학이나 감독과 구단의 권력관계 등 복잡하고 미묘한 영역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의 구단은 자기들이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의 감독을 찾은 뒤에 믿고 맡기는 경향이 강한 반면, 한국은 감으로 감독을 뽑고 지원 시스템도 부재한 경우가 많다. 관점에 따라 평가도 달라진다. 윤정환 감독이 울산 시절 보여준 축구를 선수의 개인능력을 엄밀히 파악한 뒤 결정한 최상의 선택이었다고 본다면 기회를 줬을 것이고, 반대로 ‘울산 선수가 패스축구를 왜 못해?’라는 자존심이 있는 팬 입장에서는 잠그는 축구에 실망했을 것이다. 윤 감독은 “패스 플레이가 쉬운 것이 아니다. 어설프게 했다가 공을 빼앗겨 역습을 당하면 치명타를 맞는다”고 해명했다.

K리그 구단에서 선수 이적이나 영입, 방출 등 팀 전력 강화를 위한 전문 조직이 감독을 보좌하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요즘에는 구단에서 철학이나 비전을 제시하고, 강화부나 마케팅 부서 등의 인원을 확충해 체계를 갖추는 구단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감독이 할 일이 너무 많다. 일부 시민구단에서 감독을 맡으면 시장의 정치성 행사에 불려나가는 일도 있다. 윤 감독은 “일본에서는 감독이나 선수가 존중받는 분위기가 강하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일본에서의 지도자 생활이 한국보다는 좀 낫다”고 말했다. 울산 구단 관계자는 “지금 생각해보면 더 많이 도와줄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구단에서는 윤 감독이 10년차 이상 된 K리그 감독인 것처럼 팀을 이끌고 결과를 내기 바랐다. 일본에서 잘나가는 지도자라도 K리그는 새로운 무대라는 생각을 깊게 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윤 감독의 축구가 일본에서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애초에 일본 축구는 수비 조직과 패스에 장점이 있는데, 윤 감독이 한국식 힘의 축구나 압박, 골문 앞 플레이를 추가하면서 세레소 오사카가 성공을 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도 결국 선수와 지도자가 만드는 것이기에 선수 개인의 능력을 어떻게 키울까 하는 문제는 프로축구뿐만이 아니라 대한축구협회 등도 관심을 갖고 연구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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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4월 중국과 국가대표 친선경기에 출전한 윤정환. 그는 2002년 월드컵 본선에서 단 한 차례도 경기장에 나서지 못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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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나를 무서운 감독이라고 한다”

윤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 대표선수였지만 경기에는 한번도 투입되지 못했다. 하지만 항상 팀 전체의 승리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진짜 좋은 선수는 상황과 분위기를 파악하고 가장 적절한 팀 플레이를 해주는 것”이라고 했는데, 대표팀에서도 기꺼이 그림자의 몫을 감내했다. 한국 축구에 대한 애정은 변함없다. 그는 “과거에는 대표팀에서 ‘한번 해보자’며 뭉쳤는데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울산 현대 감독으로 갈 때는 나름대로 후배들을 위해서 헌신하겠다는 생각 하나로 결정했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많이 배웠다”고 했다. 윤 감독이 생각하는 한국 축구의 방향은 응용력이다. 그는 “한국 선수들이 억압적인 환경에서 자라서 한순간에 모든 것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워낙 자질과 체격적인 조건이 뛰어나다. 울산에서 해봤지만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물론 열악한 저변은 근본적인 한계로 남아 있다. 한 축구인은 “연령별 대표 선수들이 소속팀에 돌아가 클럽이나 고교 대회에 출전하는 지방대회를 가보면 가관이다. 대표팀 선수가 잘못을 해도 감독이 지적을 못 한다. 외국에는 선수층이 두터우니 빼도 되지만 우리는 거꾸로 선수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런 식으로 우쭐해진 선수가 최종적으로 대표팀에 들어가기는 힘들 것이다.

15일 팀 소집훈련에 들어가는 윤 감독은 곧바로 타이 전지훈련을 떠난다. 울산에 처음 부임했을 때 워낙 정신적으로 긴장한 탓에 몸무게가 3개월 새 8㎏이나 빠졌지만 일본 복귀 뒤 성공시대를 연 올해는 한결 여유가 있다. “보통 정신력으로는 감독 못 해먹는다”는 윤 감독은 다음달 10일 열리는 J리그 우승팀과 천황배 우승팀 사이의 제록스컵을 시작으로 올 시즌의 문을 연다. 감독으로선 처음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소속팀을 이끌고 출전하는 일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두차례 컵대회 우승과 정규 3위, 챔피언스리그 보조금 등으로 8억엔 이상을 구단에 안긴 윤 감독은 포항에서 양동현을 영입하는 등 전력보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가대표 골키퍼 김진현의 존재 등으로 오사카 시민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민간 외교관 구실도 하고 있다.

“선수들이 나를 보면 무서운 감독이라고 한다. 밖에서는 늘 좋은 얼굴인데 운동장에 들어오면 바뀐다고 한다. 화를 내지는 않지만 언성이 높으면 선수들이 감독의 뜻을 알아차린다. 올 시즌에도 선수들과 합심해 정상에 도전해보고 싶다.” 윤 감독의 새해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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