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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SPO 시선] 한국 축구는 '한국적 DNA'를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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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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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국가대표감독선임위 출범으로 장기간을 관통하는 '한국 축구의 DNA'를 만들 수 있을까.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선임 기자회견에서 '테크니컬 디렉터'를 자임했다. 테크니컬 디렉터는 코칭 프로그램과 축구 철학을 제시하는 것이 주된 임무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대표 팀 수준에서는 한 국가의 축구가 나아갈 방향을 지정하는 자리다. 김 위원장은 한국 축구하면 떠올릴 수 있는 '축구 DNA'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최상위 A 대표 팀부터 유소년 수준까지 같은 철학을 공유해야 한다. 당연히 긴 호흡으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 축구 대표 팀은 감독 손에 맡겨졌다. 일관된 방향이 있다기보단 새로 선임된 감독 색에 맞춰 선수들이 선발됐고 대회를 치렀다. 전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전술적 핵심으로 '점유율 축구'를 꼽았지만, 후임자인 신태용 감독은 '4-4-2를 중심으로 한 역습'을 주 전술로 삼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일관적인 방향성이 없으니 평가는 성과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목표로 삼았던 메이저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얻으면 성공한 감독이 됐지만, 성공적 지도자가 팀을 떠나고 나면 완전히 새로운 팀이 돼야 했다.

당연히 단기적 성공이 지속적 성과로 이어지진 못했다.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큰 성공으로 여겨지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뒤에도 한국 축구는 여러 감독 아래, 서로 다른 축구를 구사했다. 부침도 겪었다.

기술위원회도 감독의 성패와 그 운명을 같이했다. 대표 팀이 부진하면 책임을 같이 졌다. 실패를 겪어도 통렬한 반성, 개선의 노력보단 사퇴로 책임을 졌다. 책임은 졌으나 사실 문제 해결은 되지 않았다. 큰 흐름이 없으니 그저 새 판을 짜는 것이 해결 방식이었다.

김 위원장이 이끄는 감독선임위는 기존의 기술위원회와 달리 주로 대표 팀에 관한 객관적 평가와 이후 발전에 방점을 찍는다. 성적에만 연연하진 않겠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감독선임위 아래 4개에서 5개 소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 분석, 국가 대표 발굴을 맡을 선수 스카우트, 전력 분석을 담당할 정보, 과학적 훈련을 책임질 스포츠 발전 등 부문이 그것이다. 하지만 대표 팀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김 위원장은 "소위원회는 감독의 수행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위원장을 돕는 데 쓰려고 한다. 교육과 다음 계획을 세우는 데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주요 업무인 대표 팀 감독 선임 기준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그의 대답은 "인재 풀을 구성해서 한국 축구를 이끌 지도자를 양성하고 싶다."

한국 축구의 큰 흐름을 만들고 그에 적합한 지도자들이 대표 팀을 이끌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당장의 성적은 좋지 않더라도 팀을 발전시킬 지도자가 오랫동안 팀을 이끌 수도 있다. 새로운 지도자가 자리를 이어받더라도 큰 흐름이 같은 축구를 공유해 더 안정적으로 팀을 이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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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하나의 모범이다. 독일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를 달리는 강팀. 요아힘 뢰브 감독이 장기 집권을 하고 있다. 꾸준히 성적을 올린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팀을 떠난 뒤 혼란을 줄이면서도 독일 대표 팀을 이끌 수 있는 이였다. 전임 클린스만 감독의 수석 코치를 맡아 2006년 독일 월드컵을 함께 치렀다.

감독에 오른 뒤 유로 2008 준우승,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3위, 유로 2012 4강에 올랐다. 최종 목표인 우승엔 이르지 못했으나 독일은 꾸준한 경기력을 냈고 주축 선수들이 점점 노련해지고 새로운 재능들이 등장했다. 독일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축구는 성공을 거둔 뒤에도, 실패를 맛본 뒤에도 늘 새롭게 시작해야 했다. 장점은 이어지지 않았고 잘못은 반복됐다. 이제 한국 축구는 작은 실패를 넘어 큰 성공을 도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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