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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언니 준비됐지?” 최민정-심석희 쌍끌이 금빛 레이스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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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G-30

‘쇼트천재’ 최민정

순발력 탁월해 1000m가 주종목

기술ㆍ신체조건 갖춘 완성형 선수

500m 우승땐 전종목 석권 예약

‘쇼트여왕’ 심석희

큰 키에 근지구력, 장거리에 특화

노련한 레이스 운영 능력 돋보여

1500m 더해 계주까지 2관왕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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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 최민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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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두 개의 태양은 뜰 수 없다고 하지만 한국 여자 쇼트트랙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동시대에 태어난 두 명의 천재 최민정(20ㆍ성남시청)과 심석희(21ㆍ한국체대)가 세계 쇼트트랙을 양분하고 있다. 역대 최초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전 종목 석권도 노려볼 만 하다. 종전 최고 성적은 2006 토리노올림픽 당시 수확한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다.

단거리 500m는 한국의 취약 종목이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세계 최강을 자부하지만 올림픽에서 단 한번도 500m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토리노올림픽 3관왕 진선유도 500m와 인연이 없었다. 스타트가 중요한 500m 순간적인 힘을 내서 빠르게 치고 나가야 하는데, 체격 조건이 좋은 유럽 선수들이 강세를 보인다.

2014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최민정은 단거리 종목까지 세계 정상급 기량을 갖춘 유일한 선수다. 2015년 11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에서 한 차례 500m 우승을 차지했고, 2016년 12월 평창올림픽 테스트이벤트로 치러진 월드컵에서도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017~18시즌 1차 월드컵에선 500m, 1,000m, 1,500, 3,000m 계주까지 전 종목을 휩쓸었다. 올림픽 시즌 500m 부문 세계 랭킹 1위도 그의 몫이다. 여준형 전 대표팀 코치는 “순발력과 순간 스피드가 빠르다”고 설명했다. 또 기술과 신체 조건 등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힌 완성형 선수로 평가 받는다.

6세 때 겨울 방학 캠프에서 가족과 함께 처음 스케이트를 탄 최민정은 “속도감이 있고 느낌이 시원해서 재미를 붙였다”고 떠올렸다. 선수 생활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했다. 개인 코치를 따라 서울 혜화초에서 성남 분당초로 전학을 갔다. 중학교 때까지 동계체전에서 거듭 메달을 수확하며 태극마크 꿈을 꿨고, 시니어 데뷔 무대였던 2015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종합 우승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듬해에도 2연패를 달성하며 2014 소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심석희와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쌍두마차’로 자리매김했다.

소치올림픽 당시 여자 대표팀의 막내였던 심석희는 3,000m 계주에서 마지막 두 바퀴를 남겨두고 폭발적인 질주로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이외에도 은메달(1,500m)과 동메달(1,000m)을 1개씩 추가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다섯 살 터울 오빠를 따라 스케이트를 신었던 심석희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고향 강릉을 떠나 서울로 전학을 갔다. 2012년 1월 동계유스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르며 주니어 무대를 평정했고, 2012~13시즌 출전한 6차례 월드컵에서도 모두 금메달을 따는 등 성인 무대에 안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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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의 대들보 심석희가 2014 소치 올림픽 당시 3,000m 계주에서 우승한 뒤 태극기를 들고 링크를 돌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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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는 쇼트트랙 선수치고는 키가 175㎝로 크다. 최민정을 비롯해 세계 상위 랭커들의 평균 신장은 163㎝ 정도다. 큰 키 탓에 순발력은 조금 떨어지는 편이지만 신체적인 불리함을 스케이트 기술과 근지구력으로 상쇄, 장거리 종목에 최적화된 선수로 꼽힌다. 올림픽을 비롯해 풍부한 국제 무대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한 레이스 운영 능력도 돋보인다.

최민정과 심석희는 엄연히 말하면 같은 종목에서 겨루는 경쟁자다. 그러나 둘은 동반자로 생각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심석희는 “(최)민정이가 동생이지만 뛰어난 부분이 많아 내가 배우기도 한다”고 했고, 최민정은 “대표팀 첫 시즌부터 함께 했기 때문에 경험이나 생활적인 측면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둘의 주 종목은 최민정이 1,000m, 심석희가 1,500m다. 각자 자신 있는 부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함께 뛰는 3,000m 계주도 정상에 오른다면 둘은 나란히 평창올림픽 2관왕에 오른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구상하는 이상적인 그림이다. 여기에 500m까지 제패하면 금상첨화다.

실력은 의심할 나위 없지만 경기 중 몸싸움과 실격 등 돌발 변수를 무시할 수 없다. 다른 선수를 밀치는 이른바 ‘나쁜 손’을 조심해야 한다. 중국의 판커신(25)은 ‘반칙왕’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2차 월드컵 500m에서 최민정은 판커신과 충돌해 실격 처리 됐고, 심석희는 2017 삿포로아시안게임 500m에서 판커신의 나쁜 손에 당했다. 김선태 대표팀 감독은 “압도적으로 이기는 경기, 부딪힘조차 허용하지 않는 경기를 펼쳐야 한다”며 중국의 ‘반칙성 플레이’에 대처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최민정과 심석희 모두 김 감독과 같은 의견을 냈다.

이제 올림픽을 한 달 남겨둔 가운데 심석희는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면서 철저하게 부상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며 최상의 몸 상태 유지에 초점을 맞췄다. 최민정도 “작은 통증에도 예민하게 생각하는 등 부상에 조심하고 있다”며 “올림픽 전까지 실전 대회가 없지만 경기 감각 유지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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