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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정운찬 KBO 총재에게 바란다]③승리보다 더 큰 감동 ‘힐링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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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가치 확대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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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대 프로스포츠다. 연간 800만 관중이 관람하고 100억원대 계약 선수가 나오는 유일한 종목이다. 더 이상 그라운드 안에서 벌어지는 경기만으로 ‘최고’와 ‘최대’의 품격을 채우기에는 부족하다. 승리의 감격을 넘어 ‘야구를 통한 힐링’이 가능하려면 그라운드 밖에서 야구의 가치도 더욱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의 키케 에르난데스는 지난 1일 지역 유명 행사인 ‘로즈 퍼레이드’에 참석했다. 에르난데스는 골수종 투병 중인 아버지, 턱쪽에 세포암을 앓고 있는 프레드 클레어 다저스 전 단장과 함께 자리했다. 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메이저리그는 2008년부터 SU2C(stand up to cancer)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후원금을 모아 암 환자들의 치료와 연구에 투자한다. 모금을 위한 캠페인 방식이 파격적이다. 올스타전, 월드시리즈 등 관심이 큰 경기 도중에 감독, 선수, 심판, 관중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 그대로 서서 ‘나는 □를 지지한다(I stand up for □)’라고 적힌 팻말을 든 채 잠시 경기가 중단된다. 각자 암 투병 중인 지인의 이름을 적고 응원한다. TV로 생중계되는 장면은 리그의 위엄을 함께 드러낸다.

데릭 지터는 뉴욕 양키스 주전으로 올라선 1996년 ‘턴2재단’을 설립했다. 마약에 빠지는 청소년들을 구하기 위해 방과후 다양한 스포츠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장학금을 후원하는 사업이다. 재단의 공식 홈페이지 운영을 메이저리그가 돕는다. MLB.com 계정만 있으면 일반 팬도 쉽게 후원할 수 있도록 연결된다. 만약 KBO리그 차원의 재단 설립 관련 지원 제도가 있다면 이승엽이 재단을 만드는 데 그리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될 것이다.

KBO는 2015년부터 1세이브마다 20만원을 적립해 취약계층 어린이들에게 치료비와 생활비를 지원하는 ‘드림세이브’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마치 내부행사처럼 진행돼 왔다. 야구가 진짜 ‘힐링’이 되기 위해서는 리그 전체 행사로 확대될 수 있는 고민과 리더십이 필요하다. 구단은 물론 선수협회 소속의 모든 선수들을 함께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선수는 프로야구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다. 이미 많은 선수들이 안타·홈런이 나올 때마다 일정 금액을 적립해 기부하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LG 박용택은 “스타급 선수들이 불러일으키는 파급효과가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명예와 인기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실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개개인의 활동을 하나로 아우르는 것 역시 ‘힐링야구’를 위한 숙제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라 불리는 구단의 지역 밀착을 통한 사회공헌 역시 야구의 힐링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다. 2012년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가 좋은 사례를 남겼다. 선수들과 구단 캐릭터를 이용해 야구와 산수를 접목시킨 ‘마린스 산수 훈련’이라는 방학숙제용 산수책을 제작해 지역 초등학교에 무료 배포했다. 그라운드에서 야구 경기만 보여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프로야구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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