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이번 주 역사 속 스포츠] 1983년 12월 19일 줄리메컵 도난…행방 오리무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1930년부터 월드컵 우승팀에 수여됐던 줄리메컵. 동판에 우승국이 새겨져 있으며 1970년 브라질이 3번째 우승하며 영구 소유하게 됐다.


[이번 주 역사 속 스포츠] 1983년 12월 19일 줄리메컵 도난…아직까지 행방 오리무중

▲ 브라질이 신주단지처럼 아끼던 줄리메컵

줄리메컵은 국제축구연맹(FIFA) 창설주역이자 1921년 제3대 FIFA회장에 올라 1954년까지 33년간 국제축구계를 이끌었던 줄리메의 이름을 딴 컵이다.

올림픽처럼 4년마다 모여 축구 세계최강국을 가리자며 월드컵국제축구대회 창설을 제안했던 줄리메는 우승국에 수여할 트로피를 자신의 돈을 들여 만들었다.

프랑스의 조각가 아벨 라플뢰르(Abel LaFleur)가 제작한 줄리메컵은 높이 35cm에 무게 3.8kg의 순금, 2kg의 청금석 받침대 위헤 승리의 여신 니케가 8각형의 순금 성찬배를 받들고 있는 모양이다.

받침대 8면에는 순금판이 부착되어 있었으며 여기에 트로피의 이름과 역대 우승국을 새기게 되어 있었다.

1930년 제1회 월드컵 우승국을 위해 줄리메는 직접 컵을 들고 우루과이로 건너갔다.

1회 월드컵부터 우승컵이 줄리메컵으로 불리진 않았다. '빅토리','FIFA컵'으로 불리다가 1946년 룩셈부르크 FIFA 총회 때 줄리메 회장의 공을 기리기 위해 '줄리메컵'으로 비로서 명명됐다.

1930년 컵을 기증할 때 줄리메는 "어느 나라든 먼저 3차례 우승하는 국가에게 이 컵의 영구 소유권을 준다"고 단서를 달았다.

펠레를 축으로 한 브라질은 1958년 스웨덴 월드컵, 1962년 칠레월드컵에 이어 1970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정상을 밟으며 '월드컵 3번 우승'에 성공했다.

약속에 따라 브라질은 줄리메컵을 영구히 갖게 됐다.

브라질 축구협회는 방탄유리로 된 장식장에 줄리메컵을 넣어 놓고 신주단지 모시 듯 했다.

세계일보

1930년 줄리메 당시 FIFA회장(왼쪽)이 제1회 월드컵 우승국인 우루과이에 줄리메컵을 주고 있다.


▲ 1966년 1주일간 사라져, 1983년 12월 19일 도난 당한 뒤 지금까지 오리무중

줄리메컵은 제작단가는 수 억원에 불과하다. 그보다는 세계최고, 단 한개 뿐이라는 희소성으로 인해 값을 매기기가 힘들다.

이런 점 때문에 줄리메컵은 두 차례 도난당한 끝에 행방불명됐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줄리메컵 전시회가 1966년 3월 런던에서 열렸다. 같은 달 20일 줄리메컵이 사라져 영국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다행히 컵은 1주일 뒤 런던의 교외를 주인과 함께 지나가던 개가 정원 울타리 밑에서 발견했다. 컵은 신문지에 덮인 채 버려져 있었다.

주인은 2만 파운드(2014년 기준 약 3461만원)의 현상금을 받았다.

이후 FIFA는 도난을 염려해 로피에 30만 파운드(2014년 기준 약 5억)의 보험을 들었다.

줄리메컵은 1970년 여름부터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의 브라질 축구협회에서 긴 휴식을 취하고 있던 중 1983년 12월 19일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나들이 당했다.

절도범은 방탄유리로 된 보관함 뒷 부분(나무로 제작)을 쇠지렛대를 이용해 연 뒤 줄리메컵을 빼내 달아났다.

브라질 경찰이 총력전을 폈지만 줄리메컵 행방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세계일보

1974년부터 월드컵 우승국에 주는 FIFA월드컵. 시상식 때 잠깐 수여된 후 즉시 회수한다. 그 대신 복제품을 우승국가에게 준다.


▲ 줄리메컵에 이어 FIFA월드컵 등장

FIFA는 1970년 브라질이 줄리메컵을 가져가자 월드컵 우승국을 위해 'FIFA월드컵'을 만들어 1974년 서독 월드컵 때 부터 사용하고 있다.

FIFA는 월드컵 트로피 제작을 위해 공모를 실시한 결과 세계 각국의 53개 출품작 가운데 이탈리아의 실비오 가자니의 작품을 뽑았다.

FIFA월드컵은 름 15㎝의 받침대 위에 2명의 선수가 지구를 떠받치고 있는 형상으로 높이 36㎝이고 무게 4970g의 18금으로 제작됐다.

1973년 밀라노의 보석 전문회사 베르토니(Bertoni)가 제작을 담당했으며 2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었다.

FIFA월드컵은 줄리메컵과 달리 시상식 때 우승국이 잠깐 기분을 냈다가 곧장 FIFA에 돌려 주게 돼 있다.

그 대신 FIFA는 복제품을 우승국에 전달, 섭섭함을 달래고 있다.

우승국이 카퍼레이 등에서 흔들어 보이며 뽑낸 FIFA월드컵은 모두 복제품이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