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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취재파일] 러시아 팬들도 환호했지만…여전히 배고픈 빙판 위 태극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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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전 선전의 주역, 백지선 감독-달튼-김상욱 현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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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세계 최강 캐나다에 4대 2로 역전패를 당했습니다. 경기 시작 전만 해도 너무 큰 점수 차로 크게 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많았는데, 경기 종료 30초 전까지는 단 1점 차 접전일 정도로 좋은 승부를 펼쳤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아이스하키 변방에 머물던 한국이 올림픽 9회 우승에 빛나는 부동의 세계 1위 캐나다를 상대로 투혼을 발휘하자 경기장을 찾은 러시아 관중도 깜짝 놀랐습니다.

러시아 팬들은 우리 선수들이 역습 기회를 잡을 때마다 크게 환호했고, 3피리어드 중반에는 목청 높여 카레야(Корея, 한국)를 외쳤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세계 1위와 첫 맞대결에서 역사적인 2골을 뽑아낸 주인공 김상욱과 눈부신 선방쇼를 펼치며 경기 MVP에 뽑힌 골리 맷 달튼, 그리고 백지선 감독을 만나 오늘(14일) 경기에 대한 인터뷰를 했습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 귀화 선수와 토종 선수, 공격과 수비의 핵심으로 위치와 상황이 다른 만큼 같은 질문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은 달랐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한 목소리로 평창 올림픽과 한국 아이스하키의 미래를 향한 희망을 얘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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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세계 최강과 처음으로 붙어 본 소감은?
백지선 감독 : 캐나다와의 경기는 우리에게는 정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이곳 러시아에 와서 세계 최강 캐나다와 만나 재미있는 경기를 한다는 것은 너무나 값진 경험입니다.

맷 달튼 : 정말 힘든 경기였지만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힘든 경기가 될 거라고는 예상을 했고 예상만큼 힘들었습니다. 한국이 이런 높은 수준의 팀과는 처음으로 경기한 건데 이렇게 높은 수준에 머물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3~4년 전의 한국 아이스하키를 생각하면 이렇게 세계 1위와 맞붙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김상욱 : 캐나다와 사상 처음으로 맞붙은 건데 아무래도 저희가 긴장한 면도 있지만 선수들이 다 같이 열심히 해서 생각한 것보다는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아요. (두 번째 골을 넣었을 때 주먹을 불끈 쥐고 들어 올린 세리머니를 한 건) 캐나다 선수들에게 이길 수 있고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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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선수들이 긴장하지는 않았는지?
백지선 감독 : 하키의 나라이자 세계 최강인 캐나다와 처음으로 맞붙은 건데, 선수들이 캐나다라는 이름값에 조금 주눅이 든 것 같습니다.

맷 달튼 : 제 모국인 캐나다를 상대로 경기를 하게 돼 좀 어색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혼재했습니다. 이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하지만 모든 감정을 털고 경기를 잘 치러 기쁩니다.

김상욱 : 캐나다랑 처음 붙는다고 하지만, 상대가 캐나다라고 해서 '와! 이거 캐나다다, 큰일 났다' 이런 생각을 하지는 않았고요. 다들 평상시랑 다르게 한 건 없어요. 경기 전에 선수들끼리 얘기했던 게 '캐나다 선수들도 똑같이 몸을 풀고 똑같이 무장을 입고 똑같이 경기에 들어가는 거기 때문에 캐나다라는 이름에 신경 쓰지 말자'고 했는데 그런 부분은 좀 많이 잘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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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떤 면에서 만족하는지?
백지선 감독 : 골리 맷 달튼이 최고의 경기를 했고, 몇 번의 기회에서 득점을 기록한 골 결정력도 좋았습니다. 오늘은 달튼의 활약이 눈부셨지만, 다음번에는 전체 팀이 좀 더 좋은 경기를 펼쳐야 할 것 같습니다.

김상욱 : 감독님께서 강조하셨던 건 예쁜 플레이가 아니셨어요. ‘(몸싸움을 하면서) 골대 앞으로 들어가서 (동료가) 슛 쏘면 리바운드해서 다시 슛하는 그런 플레이를 원하셨는데 그런 부분에서 골이 들어간 점이 좋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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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장 힘들고 안됐던 점은?
백지선 감독 : 점수 차는 얼마 안 났지만 경기력 차이가 컸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캐나다는 한국(슈팅 10개)보다 5배 이상 많은 57개의 슈팅을 날렸습니다. 달튼이 94.64%의 놀라운 방어율로 선방을 이어가지 않았다면 대패를 당할 수도 있었습니다.)

맷 달튼 : 아직 시차 적응도 안 됐고 모든 게 힘들었습니다. 몸이 힘들고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 것 같습니다. 내일은 경기가 없으니 좀 쉬면서 현지 적응도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상욱 : 아무래도 저희와 캐나다의 능력차는 있어요. 수비할 때 작은 실수를 범하는 그런 점에서 차이가 났어요. 그런 경험의 차이가 패배로 연결된 것 같아요. 캐나다는 (골리를 뺀) 다섯 명이 유기적으로 경기를 하는 팀이기 때문에 더 힘들었고 저희도 조금 더 조직력을 갖춰서 승부해야 할 것 같아요.

Q) 남은 기간 준비할 과제와 목표는?
백지선 감독 : 우리만의 정체성을 갖고 플레이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우리가 할 수 있고 가장 잘하는 것을 해야 합니다. 오늘 문제점을 확인하고 남은 핀란드전을 대비하겠습니다. 이제부터 정말 열심히 해야 합니다.
(백지선 감독이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쉼 없이 상대를 압박하고 빠른 스피드로 공수를 넘나들며 상대를 괴롭히는 것입니다. 백 감독은 오늘 우리 선수들이 캐나다라는 이름값에 눌려 이런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맷 달튼 : 캐나다전은 앞으로가 더 힘들 것 같습니다. 캐나다에게도 한국과 경기는 오늘이 처음이었습니다. 다음번에는 분명히 우리에 대해 더 알고 준비해서 나올 것이기 때문에 더욱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우리가 평창에서도 오늘 했던 것만큼은 해서 한국 국민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상욱 : 오늘이 끝이 아니에요. 저희가 좀 더 조직력을 가다듬고 선수들하고 코칭스태프하고 계속 소통을 한다면 올림픽에서도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 같아요. 희망 사항이지만 저희도 메달권에 갈 수 있는 그런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김형열 기자 henry13@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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