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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임기영의 유쾌한 반전 "위기의 순간 헥터 얼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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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한국 야구대표팀의 임기영이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한국과 대만의 경기 5회초 수비를 마친 뒤 덕아웃으로 들어가면서 박민우와 주먹을 맞대며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김포공항=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만만디’다웠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 대만전 7이닝 무실점 역투로 ‘국제용’으로 우뚝선 한국 야구대표팀 임기영 얘기다.

임기영은 20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선수단과 함께 입국했다. 그는 “또래끼리 모여있어 처음에는 서먹했지만 금방 장난도 치면서 친해졌다. 하도 장난을 많이 치니까 코치님들도 다 받아주셨다. 의미있는 대회였고 또 이런 대회에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개막전과 결승전에서 일본에 잇따라 패한 것에 분한 마음을 숨기지 않은 임기영은 “선수들 모두가 일본을 벼르고 있을 것이다. 한 번은 괜찮지만 두 번 모두 패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수준차를 절감했지만 넘지 못할 산이 아니었다. 다음에 만나면 더 철저히 준비해서 반드시 설욕하겠다”고 다짐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 도쿄돔 마운드에 섰지만 긴장하거나 떨리는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원래 긍정적인 성격도 한 몫했을 법 한데 임기영은 “헥터 노에시가 떠올랐다”며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그는 “대만전 등판 당일날 헥터에게서 전화가 왔다. 경기가 몇시에 열리는지, 등판하는지 등을 묻더니 영어로 자기 할 말만 하다가 끊었다”고 말했다. 동료의 응원을 받고 마운드에 선 임기영은 4회초 한 차례 위기를 맞았다. 4회초 1사 후 왕보룽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천즈하오에게도 볼넷을 허용해 1, 2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증위시엔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낸 뒤 쑤즈지에를 우익수 플라이로 돌려보내고 실점없이 이닝을 마쳤다. 이 기세를 7회까지 이어 마지막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 세우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임기영은 “4회 1사 1, 2루에 몰렸을 때 갑자기 헥터 얼굴이 떠올랐다. 마음 속으로 (양)현종이 형이랑 둘에게 ‘한 번만 도와달라’고 빌었다. 20승 투수들의 기운을 받아 위기를 넘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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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국가대표팀의 임기영이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을 대비해 진행된 훈련 중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밝게 웃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마운드 위에서뿐만 아니라 더그아웃에서도 ‘긍정 에너지’를 널리 전파했다. 일본에 아쉬운 성적을 낸 ‘절친’ 김윤동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악플을 모두 읽어주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임기영은 “(김)윤동이가 생각보다 예민한 성격이다. 혼자두면 자책하느라 식음을 전폐할 것 같아 기사와 댓글을 다 읽어줬다. 시즌 때에도 이런 식으로 했더니 자기도 피식 웃으면서 기분이 풀리더라”며 큰 눈을 껌뻑였다.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에 이어 APBC까지 평정한 임기영은 대구와 광주를 오가며 바쁜 겨울을 보내야 한다. 그는 “동생이 군입대를 해 집에 아무도 없다. 당분간 대구와 광주를 오가며 공연 준비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양현종의 우승 공약인 ‘걸그룹 댄스’ 크루로 낙점돼 김윤동과 함께 맹훈련에 돌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두 곡을 할 예정인데 첫 번째 안무는 거의 다 외웠다. 안무 숙지는 별로 어렵지 않은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춰본적이 없어 두렵다”며 웃었다. 밝은 기운이 일본전 2연패로 축처져있던 대표팀 동료들에게 웃음 바이러스를 퍼트렸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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