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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도쿄돔에 선 36번' 구자욱, 이승엽처럼 반전의 한 방 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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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에게 허락받고 단 36번…아직은 8타수 무안타 침묵

연합뉴스

구자욱 "아! 안 터지네"
(도쿄=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17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한국과 대만의 경기. 한국 구자욱이 7회 말 2사 1,2루서 좌익수 플라이로 아웃되자 아쉬워하고 있다. 2017.11.17 see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관광하러 갔나."

이승엽(41·은퇴)은 구자욱(24·삼성 라이온즈)에게 일부러 핀잔 섞인 농담으로 아픈 가슴을 콕 찔렀다.

부담이 클 때는 농담 한마디가 반전의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자신이 잘 알기 때문이다.

구자욱은 일본 도쿄돔에서 진행 중인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 2경기에서 8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처음 뽑힌 성인 대표팀에서 주장 완장을 찬 그는 팀이 결승 진출을 확정한 17일에도 활짝 웃다가 이내 모자로 얼굴을 가렸다. 결승 진출에 안도하면서도 자신의 부진을 자책했다.

등번호 36번의 무게감도 컸다.

이승엽은 17일 한국대표팀과 대만의 2차전 경기 중계방송 해설을 하다 "대만전을 앞두고 구자욱에게 '관광하러 갔나'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부담이 클 텐데, 이런 농담으로라도 긴장을 풀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APBC 대표팀에 뽑힌 뒤 내게 '국제대회에서 선배님 등번호를 써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이후에는 오히려 내가 '제발 내 번호 달아달라. 마음 변치 말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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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에서 함께 뛰던 이승엽(왼쪽)과 구자욱. [연합뉴스 자료사진]



선동열 대표팀 감독은 16일 일본전과 17일 대만전에 구자욱을 3번타자로 기용했다.

이번 대표팀에서 2017시즌 20홈런 이상을 친 타자는 김하성과 구자욱, 두 명뿐이다. 김하성은 23홈런, 구자욱은 21홈런을 쳤다.

구자욱은 정확도도 겸비했다. 선 감독은 구자욱에게 때론 해결하고 때론 김하성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기대했다.

앞선 두 경기에서는 구자욱 카드가 통하지 않았다.

19일 도쿄돔에서 열리는 일본과 결승전은 구자욱에게 주어진 마지막 설욕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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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22일 베이징올림픽 준결승전에서 결승 홈런을 친 이승엽. [연합뉴스 자료사진]



등번호 36을 단 한국 대표팀 중심타자 이승엽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2006년 3월 5일 도쿄돔에서 열린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결승전 일본과 경기에서 이승엽은 1-2로 뒤진 8회 초 1사 1루, 이시이 히로토시를 공략해 역전 우월 투런포를 터뜨려 한국의 승리를 견인했다.

장소는 다르지만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예선 내내 부진하다. 일본과 준결승에서 2-2 동점이던 8회 말 1사 1루에서 마무리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결승 투런포를 쳐냈다.

'원조 36번'은 부진에 시달리다가도 결정적인 한 방으로 팀을 구했다.

구자욱에게도 반전의 한 방이 절실하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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