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중심 낮고 내부 흙으로 채워져 있어…오뚝이 같은 구조"
지난해 9월 진행된 첨성대 점검.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7세기 신라인들이 설계한 내진 기능이 국보 제31호 경주 첨성대(瞻星臺)를 지켜냈다.
첨성대는 지난해 규모 5.8을 기록한 경주 강진 당시 흔들리는 듯한 영상이 널리 퍼지면서 갑자기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역대 2위 규모라는 이번 포항 지진에도 이상이 확인되지 않았다.
신라 선덕여왕(재위 632∼647) 때 건립된 것으로 전해지는 첨성대는 석재를 차곡차곡 쌓아 만든 구조물로 높이는 9.07m, 기단 면적은 28.35㎡이다. 지대석 위에 기단부를 조성하고 원통형으로 27단을 쌓은 뒤 정자석(井字石) 2단을 올린 형태로, 13∼15단에는 남쪽으로 작은 출입구가 나 있다.
길쭉한 모양 탓에 강한 진동이 오면 금세 무너질 듯한 인상을 주지만, 첨성대는 1천400년 가까이 한자리를 지킨 뚝심 있는 문화재다.
신라인들이 첨성대를 축조할 당시 내진 설계를 염두에 두었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으나, 결론적으로 첨성대에는 현대 건축물에도 쓰이는 내진 기능이 적용돼 있다.
첨성대가 강진에도 굳건하게 서 있는 이유로는 무엇보다 낮은 무게중심이 꼽힌다. 하부가 상부보다 직경이 더 길고, 12단까지는 안쪽에 자갈과 흙이 채워져 있어 무게중심이 낮다는 것이다.
무게중심이 낮으면 옆에서 밀어도 금세 제자리로 돌아오는 오뚝이처럼 진동을 잘 견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덕문 국립문화재연구소 안전방재연구실장은 16일 "무게중심을 낮추는 이론은 중국 상하이에 있는 초고층 건물인 둥팡밍주(東方明珠) 등에도 활용된다"며 "많은 석조 건축물들이 큰 피해를 보지 않는 이유도 무게중심을 하부에 둔 것이 근본적 원인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어 "19∼20단과 25∼26단 내부에 있는 정자석도 첨성대가 지진 같은 진동에 강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첨성대의 단면이 원형이고, 석재를 접착시키지 않고 엇갈려 쌓은 것도 지진에 버티는 이유로 평가된다.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이후 진행된 첨성대 조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
그러나 인간의 손으로 만든 첨성대를 완벽한 건축물로 볼 수는 없다. 지난 2014년 감사원이 조사했을 당시 첨성대는 중심축에서 20.4㎝ 기울어져 있는 상태였다. 또 경주 지진 이전부터 부재 이격과 균열, 변색 등이 나타나 연 4회씩 정밀 점검을 받고 있다.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에는 중심축이 2㎝ 북쪽으로 더 기울고 상부에 있는 정자석(井字石)이 조금 이동하는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기울기가 심해지기는 했으나 붕괴를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문화재청과 학자들의 판단이었다.
김 실장은 "경주에서는 천년을 주기로 강한 지진이 오는 것 같다"며 "선조들이 지진에 대비해 확보하고 있던 원천 기술을 명확히 규명해 수리·복원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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