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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유레카] 러닝 바이 두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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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제학이나 교육학의 ‘러닝 바이 두잉’(learning by doing) 이론은 현장실습 체험이 기술 개발이나 생산성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스포츠에서만큼 ‘러닝 바이 두잉’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도 없다.

평창올림픽 유치의 기반이 됐고 확실한 메달밭으로 꼽히는 빙상에서는 다른 나라 대표팀과 합동 훈련을 하지 않는다. 스케이팅을 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 하기 때문이다. 안현수가 러시아로 귀화한 것은 안현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것이지만, 러시아 대표팀의 이해와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다. 러시아 선수들이 안현수의 폼만 보고 따라 해도 영입 효과를 볼 수 있다. 쇼트트랙 골인 지점에서 ‘날 밀기’로 100분의 1초를 앞서고자 하는 기술은 한국이 1998년 나가노올림픽 때 처음 선보인 것인데 지금은 세계적으로 표준이 됐다.

한국 대표팀 내에서는 선배의 노하우를 후배에게 전수하기 위해 비상한 전략을 짠다.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최근 네덜란드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남녀 고교생 ‘대어’의 출현을 반겼다. 남자부 정재원은 고교 1학년으로 팀추월 금메달을 땄고, 매스스타트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부 김민선 역시 고교 3학년으로 500m에서 6위에 올랐는데, 성인 세계 무대 6위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지난달 대표팀 구성 때부터 정재원-이승훈, 김민선-이상화가 함께 방을 쓰도록 했다. ‘차세대 이승훈’과 ‘차세대 이상화’를 키우기 위한 러닝 바이 두잉 효과를 노린 것이다. 윤영길 한체대 교수는 “종목마다 집단지성과 시대지성이 있다. 우상이었던 선배와 함께 생활하면 기술 전수와 학습의 침투력이 높게 일어난다”고 말했다. 시행착오를 없애면서 인적자원을 키우는 법은 겨울스포츠에 약한 한국이 가야 할 방향이다. 빙상연맹 코치진이 그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김창금 스포츠팀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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