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데뷔전에서 위축하지 않고 전반기처럼 '위력투'
직구로 낮은 코스 집요하게 공략하다가 체인지업 결정구
무실점 호투 선보인 임기영 |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임기영(23·KIA 타이거즈)은 한국시리즈 4차전 등판을 앞두고 "아직은 하나도 안 떨린다"고 말했다.
원래 대담한 성격인 임기영에게는 한국시리즈도 "큰 경기라 흥도 나고 신나는" 시간이다.
경기를 앞둔 그가 한 말이 하나 더 있다. "정면 대결요? 전 꼬시는(꾀는) 투수입니다."
호언장담처럼 임기영은 한국시리즈 데뷔전에서 호투를 펼쳤다. 임기영은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 5⅔이닝을 81구 6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임기영이 버틴 KIA는 두산에 5-1로 승리하고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우위를 점했다. 승리투수 임기영은 데일리 MVP에 선정됐다.
임기영은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40㎞를 겨우 넘을 정도의 잠수함 투수다.
양현종처럼 위력적인 직구는 던지지 못하지만, 대신 임기영은 타자 무릎 근처의 낮은 공을 집요하게 던질 제구력을 갖췄다.
임기영은 직구와 슬라이더를 앞세워 유리한 카운트를 잡은 뒤 결정구로 체인지업을 구사했다.
두산 타자들은 번번이 임기영의 체인지업에 속아 삼진과 땅볼로 물러났다.
임기영의 체인지업은 투구 직후에는 직구인 것처럼 들어오다가, 타자의 방망이를 유혹하고는 아래로 푹 가라앉았다.
말 그대로 '유혹의 정석'이었다.
이날 임기영은 81구 가운데 체인지업을 32구로 가장 많이 던졌다. 그 뒤를 직구(29개), 슬라이더(12개), 커브(5개), 투심(3개)이 이었다.
밝게 웃는 임기영 |
특히 두산이 자랑하는 4번 타자 김재환이 임기영의 체인지업에 가장 호되게 당했다.
임기영은 1회 말 2사 2루에서 김재환을 상대로 결정구 체인지업을 던져 1루수 땅볼로 가볍게 처리했다.
3회 말 2사 1, 2루 위기에서 김재환과 다시 만났을 때도 대처법은 달라지지 않았다.
3구째에 체인지업을 던져 또 땅볼을 유도했고, 김재환은 1루에서 아웃되며 헬멧을 바닥에 던졌다.
임기영과 김재환의 만남은 6회 말이 마지막이었다. 임기영은 마찬가지로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솎아냈다. 그 타석에서 김재환을 상대로 던진 5개 중 4개가 체인지업이었다.
임기영은 2-0으로 앞선 6회 말 2사 후 오재일에게 안타를 내준 뒤 마운드를 심동섭에게 넘기고 임무를 완수했다.
경기 후 임기영의 소감 역시 "긴장 안 하고 굉장히 재미있었다"였다.
그는 "분위기도 재미있었고, (김)민식이 형이 리드도 잘 해줘서 공격적으로 던졌다. 후반기부터 좋은 생각만 하고 마음 내려놓아서 좋은 투구를 한 것 같다"며 웃었다.
한국시리즈 4차전 MVP 임기영 |
양현종의 2차전 완봉승은 임기영의 머릿속에도 깊게 박혀 있었다.
그는 "현종이 형이 두산 타자들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
임기영은 이날 아웃카운트 17개 중 땅볼 11개, 삼진 6개로 뜬공이 하나도 없었다.
그 비결로 임기영은 "낮게 던지려고 했다. 바람이 많이 분다는 게 느껴지다 보니 더 낮게 던지려고 했다. 내 경기 좋았을 때 땅볼이 많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임기영에게 좋은 기억을 남긴 구단이다.
프로 첫 승, 첫 선발승, 첫 한국시리즈 승 모두 두산을 상대로 거뒀다.
임기영은 "상대할 때 편안한 마음으로 던졌다"고 말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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