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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두 골이나 취소…전북, 비디오 판독에 죽다 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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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필준 주심이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31라운드 전북 현대와 대구FC의 경기에서 1-1로 맞선 후반 대구 에반드로의 골이 터진 뒤 비디오판독(VAR)을 요청하는 사인을 보내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전주=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에 모인 1만654명의 팬들 탄성을 자아내게 한 이는 ‘돌아온 레전드’ 김형범이었다. 지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전북에서 뛰며 2006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에 공헌했던 그는 이날 하프타임을 맞아 최진철, 조재진 등 다른 전북 출신 선배들과 함께 팬들에게 인사하고 자신의 명품 무회전 프리킥을 3번이나 찼다. 전북 유스 영생고 선수들이 수비벽을 섰는데 아크 부근에서 찬 직접 프리킥 중 두 개는 기가 막히게 날아가 골문 오른쪽 구석을 흔들었다. 나머지 하나도 골키퍼가 간신히 쳐낼 만큼 날카로웠다. 그는 2013년 경남을 끝으로 K리그를 떠나 선수 생활을 마감했지만 날렵한 몸매를 그대로 유지하며 팬들에게 아름다운 프리킥 선물을 전해주고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정작 실전에 나선 전북 선수들은 맥 빠진 플레이를 거듭했다. 지난 20일 하위권 상주와 홈 경기에서 1-2로 충격패했던 전북은 이날도 내용 면에서 강등권 대구에 끌려다녔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이동국을 원톱으로 세우는 등 국내파 선수들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으나 대표팀 경기에서 다친 레프트백 김진수, 20일 상주전에서 레드카드를 받은 센터백 김민재 등이 빠지면서 수비가 허술했다. 반면 원정팀 대구는 전북이 지난 20일 상주전 패배에 따른 만회를 위해 이날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측면에 빠른 선수들을 집어넣어 홈팀을 괴롭혔다. 결국 전반 19분 오른쪽 윙백 홍승현의 측면 패스에 이은 원톱 주니오의 밀어넣기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하지만 전북도 필사적으로 반격해 전반 36분 이승기의 페널티지역 왼쪽 감아차기가 대구 선수의 몸에 맞고 골망을 출렁여 전반을 1-1로 마쳤다.

최 감독은 전반이 끝나기도 전 공격수 에두를 넣더니, 후반 17분 로페즈와 김신욱을 투입해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땅을 친 쪽은 두 차례 골이 비디오판독시스템(VARs)으로 취소된 대구였다. 후반 13분 골은 주니오가 전북 선수를 밀어서 넘어뜨린 뒤 득점한 것으로 밝혀져 취소됐다. 후반 40분엔 첫 골과 비슷한 루트로 세징야의 어시스트에 이은 에반드로의 슛이 골망을 흔들었으나 VARs 끝에 또 취소됐다. 플레이의 출발점인 조현우가 골킥을 정확하게 차지 않고 구르는 볼을 필드플레이어에 전해줬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안드레 감독대행 등 대구 선수단은 특히 에반드로의 득점이 무효 처리될 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세징야가 이후 경고누적으로 그라운드를 떠나 수적 열세에 몰리는 위기까지 맞았으나 추가시간 6분 등 상대의 줄기찬 공격을 막아내 승점 1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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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 판독 끝에 두 차례 골 취소되자 분노한 안드레 대구FC 감독 대행과 코치진.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전날 2위 제주(승점 58)가 상주 원정에서 2-2로 비겼기 때문에 전북은 이날 대구를 누를 경우 제주와의 간격을 5점으로 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전북 역시 비기면서 승점 61을 기록, 제주와 한 경기 차를 유지했다. 3위 울산(승점 57)과의 격차도 4점에 불과하다. 전북은 이제 32~33라운드에서 상위권 수원(4위), 제주와 원정 경기를 치른 뒤 34~38라운드에서 피말리는 상위리그 5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상주전 패배와 대구전 무승부가 K리그 클래식 우승 경쟁을 혼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강등권에 속해 매 경기 혈투를 하고 있는 대구는 상주, 인천(이상 승점 32)에 다득점에서 전날 11위에서 9위로 두 계단 점프했다.

최 감독은 “앞으로 일정이 험난해진다. 선수들이 부담을 내려놓고 훈련처럼 편하게 경기했으면 한다. 조급함이 실수와 상대 역습을 불러온다. 이제 일주일에 한 번씩 경기하니까 잘 정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안드레 감독대행은 “전북이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고 발 빠른 홍승현과 에반드로에게 역습을 주문했다”며 계획대로 경기가 풀린 것에는 만족했지만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 골이 취소됐다는 게 억울하다”며 손 안에 들어오는 듯했던 승리를 놓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포항전과 광주-강원전도 나란히 1-1 무승부로 끝났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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