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2 (일)

[채태근의 축구이상] 기도하는 이기형, 고요했던 30초, 2번의 세리머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인터풋볼

[인터풋볼] 채태근 기자= VAR(Video Assistant Referee 비디오판독시스템). K리그에 새로 도입된 '시간'이 안겨준 장면들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17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9라운드 경기에서 FC서울에 1-0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의 백미는 후반 43분 송시우의 일명 '시우 타임' 결승골로 승리를 거둔 인천의 간절함을 극적으로 보여준 VAR이었다.

# 후반 43분 일격을 가한 인천, 오프사이드일까? 승부가 걸린 판정

인터풋볼

경기 내내 접전을 펼친 양팀이었다. 균형이 이어지던 후반 31분 황선홍 서울 감독이 박주영, 후반 32분 이기형 인천 감독이 송시우 투입으로 공격을 강화하며 막판 불꽃이 붙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인천은 후반 40분 장신 공격수 김대중까지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김대중이 투입된 지 3분 만에 인천의 노림수가 적중했다. 역습 상황에서 김대중이 수비 배후로 공간 패스를 했고, 서울의 최종수비 라인을 절묘하게 파고든 송시우는 일대일 상황에서 침착한 왼발 슈팅으로 비수를 꽂았다.

'마지막 수'에 성공한 이기형 감독은 펄펄 뛰며 스태프와 환호했고, 모두가 인천의 1-0 승리를 예감하는 순간. 김우성 주심의 손가락은 사각형을 그렸다.

# 'VAR 타임', 숨어있던 시간 30초

인터풋볼

송시우가 오스마르 뒷 공간을 파고든 그 시점의 오프사이드 여부를 비디오로 다시 한 번 정확하게 봐야 한다는 뜻이었다. 결과에 따라 1-0 인천 승리 혹은 0-0 무승부. 후반 43분이란 시간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경기를 결정짓는 판정이었다.

심판진을 제외하곤 모두 정지된 상황. 하지만 엄청난 집중력이 경기장을 감쌌다. 이기형 감독은 두 손 모아 간절히 골이기를 기도했고, 경기장은 웅성웅성 골이냐 아니냐를 두고 고요함에 빠져들었다. 30여 초의 시간이 흐른 후 응집된 에너지가 폭발했다.

인천 벤치는 두 번째(?) 골 세리머니를 펼쳤고, 경기장은 더 거센 열광에 빠져들었다.

# VAR 선제 도입한 K리그, 경기장 안팎에서 적극적으로 서비스해야

인터풋볼

VAR의 위력을 느끼게 하는 장면들이었다. 양팀 관계자와 관중, 시청자들 모두 손에 땀을 쥐며 비디오 판독 결과를 기다렸다. 판독 후엔 '오프사이드 오심으로 승부가 갈렸다' 등 지루한 논란 없이 결판이 났다.

흥미를 더한 건 VAR 타임의 희열을 정확히 포착한 중계화면이었다. 승리를 염원하는 감독의 절실함, 센터서클을 가리키는 '골이다'라는 주심의 시그널, 후반 막판 확정된 결승골의 감격을 나누는 관중들의 하모니. 하나라도 빠졌으면 밋밋한 30초가 됐을 순간들을 모두 캐치했다.

비록 판정 논란 등의 사정이 있었지만 아직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도 도입되지 않은 VAR 시스템이다. 비교적 빠르게 VAR을 시행한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결정이 공정성뿐 아니라 '직관(직접 관전)'의 긴장감 증대와 중계 방송의 드라마틱한 장면 구성을 통해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인천의 의심할 여지 없는 승리였다.

사진=KBS1중계화면, 한국프로축구연맹

Copyright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