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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4 (금)

[SPO 뷰] 알면서도 눈 뜨고 당한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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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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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인천, 김도곤 기자] "인천이 우릴 만나면 빠른 선수들을 넣는다"

FC 서울 황선홍 감독이 인천 유나이티드전을 앞두고 한 말이다. 인천의 전략을 알았지만 눈 뜨고 당했다.

서울은 17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9라운드 인천과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서울에 정말 중요한 경기였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에 진출하기 위해선 3위 이상의 성적이 필요하다. 서울은 이미 FA컵에서 조기 탈락했기 때문에 리그 3위 이상을 해야 ACL에 진출한다. 경기 전 서울의 성적은 5위, 4위 수원 삼성과 승점 차이는 7점이었고 인천에 패하면서 승점 차이를 단 1점도 좁히지 못했다. 남은 경기가 얼마 없다는 점과 4위 수원이나 3위 울산 현대 , 2위 제주 유나이티드가 가만히 앉아 있지 않을 것임을 감안하면 ACL 진출 가능성은 희박하다.

◇ 인천 전략 간파한 황선홍 감독

인천이 서울을 상대하는 전략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좌우 측면에 빠른 선수들인 문선민,김진야를 배치해 서울 수비를 공략했다. 최전방 선수에게 공을 한번에 연결한 후 2선의 빠른 공격수들이 공을 받아 슈팅을 하거나, 좌우 측면 2선 공격수들이 공을 잡아 돌파하는 2가지 방식을 주로 쓰는 인천은 이날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경기를 했다.

또 인천은 상대 수비진을 괴롭히며 전반을 버티다 후반 막판에 승부수를 던지는 방식을 주로 썼다. 앞선 두 경기에서는 서울이 이른 시간 선제골을 넣으며 이 전략을 무력화시켰다. 각각 3-0, 5-1로 크게 이겼다. 하지만 이날은 당했다.

경기 전 서울의 황선홍 감독은 "인천이 우리를 만나면 빠른 공격수들을 출전시킨다"고 밝혔다. 인천의 전략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카드가 칼레드다. 칼레드는 이번 시즌 서울에 영입된 후 딱 1경기만 뛰었다. 그리고 이날 처음 선발 출전했다.

황선홍 감독은 "칼레드는 황현수처럼 빠른 선수다. 인천이 빠른 선수들을 내보내 우리도 그에 맞춰서 선수를 기용했다"고 말했다. 발 빠른 칼레드와 황현수를 중앙 수비수로 출전시켜 안으로 빠르게 파고드는 측면 공격수를 막겠다는 생각이었다. 상대 전략에 맞춘 선수 기용을 선택했다.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볼 수도 있으나 결과는 최악이었다. 칼레드는 여러 차례 실수를 해 위험을 초래했다. 또 서울은 문선민과 김진야의 스피드를 감당하지 못했다. 두 선수는 자유롭게 측면을 휘저었다. 거침이 없었다. 서울 수비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있는 드리블과 돌파를 서슴없이 시도했다. 문선민과 김진야에게 수비가 분산되자 최전방의 웨슬리도 비교적 수월하게 공격을 전개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인천은 여러차례 기회를 잡으며 앞선 두 경기에서 완패한 것과 달리 전혀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쳤다. 다만 골이 터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문제는 또 다른 발빠른 공격수 송시우가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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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은 알았지만 당했다

김진야와 교체 투입된 송시우는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경기 종료 2분 전 김대중의 패스를 받아 서울의 수비 라인을 무너뜨리고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김대중의 패스 때 오프사이드에 걸리지 않게끔 타이밍을 잡고 수비 라인을 무너뜨리면서 빠르게 침투해 골을 넣었다. 인천이 꾀한 전략이 그대로 실현된 장면이다. 반면 서울은 인천의 이러한 전략을 충분히 간파했으나 막지 못했다.

서울은 인천을 이길 방법을 알고 있었다. 인천이 어떤 전략을 들고 나올지 뻔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운영을 보면 달라진 것은 황현수의 짝을 칼레드로 바꾼 것 정도다. 빠른 측면 공격수들을 기용할 것을 알았다면 단순히 수비수 한 명만 바꾸는 것이 아닌 좌우 측면 공격수도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는 등의 방법을 취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서울은 늘 하던대로 코바와 윤일록을 데얀 뒤 2선 측면 공격수로 기용했다. 코바와 윤일록은 뛰어난 드리블과 공격력을 갖고 있지만 수비 가담이 좋은 윙어들이 아니다. 공격에서는 여기저기로 움직이지만 수비에서는 활동량이 많지 않다. 결과적이로 칼레드 투입으로만 인천의 전략을 막겠다는 것은 안일한 판단이 됐다. 황선홍 감독은 인천이 어떤 전략을 취할지 알았고 경기에 들어가서 예상이 적중했다는 것도 깨달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노골적으로 대놓고 드러낸 수를 전혀 막지 못한 것은 상당한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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