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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베이스볼 톡]1이닝을 위한 LG 봉중근의 굳은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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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LG 봉중근. 제공=LG트윈스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1이닝이라도 던지고 은퇴하고 싶다.”

LG 봉중근(37)에게 올시즌은 그 어떤 때보다 가혹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LG와 2년 15억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체결하고 야심차게 새 시즌을 맞았지만 어깨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올시즌 그는 1군 등판 없이 퓨처스리그(2군) 5경기에 등판해 2홀드, 방어율 1.17만을 남긴 채 지난 6월 야구 선수로서 2번째 어깨 수술을 받았다. 재활까지 1년 이상이 소요돼 내년 8월에나 복귀할 수 있다. 물론 재활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가정 아래서다.

봉중근은 수술 후 LG 2군이 있는 이천에서 재활에 몰두하고 있다. 외롭고 힘든 자신과의 싸움을 묵묵히 치르고 있다. 지난 30일 수화기 너머로 접한 봉중근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는 “수술 후 3개월까진 안정기라고 한다. 수술한 지 정확히 2달 됐다. 격한 움직임보다 마사지나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최소한의 운동만 하고 있다. 1달 정도 경과를 지켜보고 문제가 없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고 한다”고 근황을 알렸다.

투수에게 치명적인 어깨 부상을 당했지만 봉중근은 은퇴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팀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다. 그는 “FA 계약을 한 상황이기 때문에 은퇴를 말하는 건 팀과 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어깨 수술을 집도한 의사는 그에게 “재활 기간이 길고 몸이 정상으로 돌아와도 예전 구속이 나올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큰 기대는 하지 말라”고까지 얘기했다. 그럼에도 봉중근은 개의치 않았다. “수술 후 건강한 모습으로 꼭 팀을 위해 공을 던지고 싶었다. 의사에게 ‘1이닝이라도 던지기 위해 수술하겠다.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팀을 위해 공헌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2번째 어깨 수술인 만큼 조급하게 진행하고 있진 않다. 재활을 하는 마음가짐도 이전과 다르다. “절벽 끝에 서서 될지 안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활하고있기 때문에 완쾌하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다. 그렇기에 더욱 조심스럽게 재활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는 봉중근에게 후배들은 가장 큰 힘이 돼주는 존재다. 1군에 있을 땐 몰랐던 2군 선수들의 마음가짐과 생각을 알게 됐다. 봉중근은 “이곳에 있는 많은 후배들이 나를 주의깊게 지켜본다. 후배들이 나를 보면서 야구 외적으로 많은 것을 배웠으면 좋겠다. 야구를 하면서 누구나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야구로 못 도와주는 대신 이런쪽으로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며 남다른 후배 사랑을 나타냈다. 또 “후배들이 큰 힘을 준다. 여기 있다보니 정말 많은 것들이 보이더라. 나에겐 재활하면서 맺은 후배들과의 관계가 외로운 재활을 버텨낼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고 말했다.

선수 생활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봉중근의 목표는 확고하다. 조금이라도 팀에 도움을 주고 떠나고 싶은 마음 뿐이다. 그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더라도 단 한 번이라도, 1이닝이라도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그런 뒤엔 정말 속 시원하게 은퇴할 수 있을 것 같다. 큰 욕심은 없다”고 말했다. 지도자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싶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은퇴 후엔 지도자가 되고 싶다. 스타 출신 지도자보다 후배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코치가 되고 싶다. LG에서 시작했으니 LG에서 끝낸 뒤 남은 새로운 인생도 LG에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LG 프랜차이즈 선수 계보를 이어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1이닝을 위한 봉중근의 굳센 의지는 오늘도 이천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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