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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번에는 기필코… 어금니 꽉 깨물고 조기승선, '태극전사 16인의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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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축구대표팀 이동국이 21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대비 훈련에 진지한 자세로 임하고 있다. 파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파주=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현재상황을 설명해줄 사자성어는 여러가지다. 풍전등화(風前燈火), 백척간두(百尺竿頭), 누란지위(累卵之危) 등으로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위태롭다. 지난 1986년 멕시코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며 32년만에 본선무대를 밟았던 한국은 지난 2014 브라질월드컵까지 8회 연속 본선행에 성공하며 아시아의 축구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길은 매우 험난하다. 자칫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에 실패하며 32년만에 한국 없는 월드컵을 봐야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축구 국가대표팀을 러시아로 이끌어야 하는 ‘신태용호’의 태극전사들도 그런 위기감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21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모여든 16명의 선수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몸을 가다듬고 정신을 날카롭게 벼리며 다가올 일전을 준비했다. 조기소집이 시작된 이날로부터 열흘 뒤인 31일에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란과 홈경기가 열린다.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당시에도 2연패를 당했던 한국은 이번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이미 1패를 당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이란에 설욕도 해야하지만 이기지 못한다면 월드컵 본선행은 매우 힘들어진다. 이란과 경기를 지나면 다음달 5일 적지에서 우즈베키스탄과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러시아행을 놓고 벌이는 끝장승부가 될 전망이다.

26명의 이번 대표팀 선수가운데 이날 조기소집에 참가한 16명의 선수들은 각자 단단한 각오를 내놨다. 월드컵 본선행을 판가름할 마지막 일정인 만큼 중요성에 모두 공감했다. 그 중에서도 그동안 대표팀의 일원으로 최종예선을 치러온 선수들은 현재의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게 된 데 대한 책임감을 더욱 크게 느끼는 모습이었다.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전북)은 대표팀 소집 때면 마음을 가다듬는 징표로 강렬한 헤어스타일을 선보이곤 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새로 물을 들인 것도 아니었고 스타일링에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김신욱은 “이번 일정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반드시 결과를 내겠다는 각오”라면서 “어제와 오늘 오전까지 개인훈련을 했다. 머리에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 책임감은 지난 6월 카타르 원정에서 ‘도하 참사’를 겪은 이재성과 김진수(이상 전북)도 느끼고 있었다. 이재성은 “중요한 시기인 만큼 저 스스로 준비를 하고 왔다”고 말했고, 김진수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당초 조기소집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남태희(알두하일SC)는 현재 프레시즌 일정이 진행중인 구단과 협의해 일찍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는 “대표팀이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팀에 도움이 될 것이 있다면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해 조기소집에 참가했다”는 말에서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동안 대표팀과 멀리 떨어져 있어 현재의 위기에 큰 책임이 없는 선수들도 국가대표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지난 2015년 6월 치른 2차예선 이후 2년여만에 다시 대표팀에 온 염기훈(수원 삼성)은 “지금껏 겪은 대표팀 소집 중에 제일 부담스럽다”면서 “부담은 당연한 것 같다. 위기상황인 만큼 헤쳐나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본선에 반드시 간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대표팀을 보면 어려운 시기에 이영표, 박지성 같은 선배 형들이 해결해주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베테랑으로서의 개인적인 책임감도 강조했다. 각오를 증명하듯 첫 훈련을 준비하기 위해 소집시간보다 훨씬 일찍 파주에 도착했다. 지난 2015년 8월 동아시안컵 이후 2년만에 복귀한 김주영(허베이 화샤)도 “경기에 출전하든 안하든 팀에 조금이라도 힘이 되겠다는 생각”이라며 굳은 각오를 내비쳤다. 그는 “그동안 대표팀이 수비가 약하다는 평가를 들었는데 개인기량의 문제는 아니었던 만큼 조직력이 갖춰지면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며 “부담보다는 책임감이 강하게 생긴다”고 말했다. 대표팀 수비수들이 다수 중국에 진출하며 논란도 일었던 만큼 최선의 기량을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각자의 각오를 새롭게 한 태극전사들은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서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데 뜻을 함께 했다. 염기훈은 “한 발 더 뛴다는 마음으로, 욕심보다는 팀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동료들에게 당부했다. 김신욱도 “경쟁하기보다는 각자의 스타일을 살려 필요한 역할을 다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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