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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메달 노리는 컬링, 선수 힘빼는 '진흙탕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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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올림픽 6개월 남았는데 협회 회장직 놓고 집안 싸움

前회장·現직무대행, 서로 자격 시비… 대표팀 감독 특혜 시비도

컬링은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이 노려볼 만한 '깜짝 메달 종목'으로 꼽힌다. '빙판 위 체스'라고 하는 컬링은 신체 능력보다는 전략 싸움에서 승패가 갈린다. 한국 특유의 집중력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종목인 것이다. 현재 여자 세계 랭킹은 역대 최고인 8위까지 뛰어올라 캐나다 등 전통 강호들을 추격 중이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을 6개월여 앞둔 지금, 한국 컬링은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직을 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2일 컬링연맹 측에 "평창올림픽을 앞둔 시기에 대표팀 운영을 책임져야 할 신임 회장 선출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오는 25일까지 선출되지 않을 경우 '관리 단체' 지정이 불가피하다"고 통첩했다.

컬링연맹은 지난 6월 8일부터 두 달 넘게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대표팀 경기력 향상을 위해 전력을 쏟아야 할 연맹이 정작 내홍(內訌) 때문에 손을 놓고 있다는 의미다.

조선일보

평창 동계 올림픽까지 겨우 176일 남았다. 대표팀 경기력 향상에 ‘올인’해야 할 대한컬링경기연맹은 어쩐 일인지 회장직을 두고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다. 컬링 대표팀이 11일 경북 의성컬링센터에서 훈련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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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파벌 싸움'이 분열 원인으로 꼽힌다. 컬링 연맹은 올해 초부터 시작된 집행부 간 법적 다툼으로 지난 5월 30일 장문익(47) 연맹 회장의 직무가 정지되는 사태를 겪었다. "작년 9월 선출된 장 회장이 대한체육회 최종 승인 없이 선거를 치렀기 때문에 자격이 없다"는 이유였다. 장 회장에게 반대하는 세력에서 낸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고, 이후 6월 초 열린 이사회에서 김경두(61) 연맹 부회장이 직무대행을 맡았다.

하지만 김경두 직무대행이 '60일 이내에 신임 회장을 뽑아야 한다'는 대한체육회 규정을 어기면서, 이번엔 김 직무대행 반대 세력이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직무대행은 "장문익 전임 회장 세력이 연맹 일을 잘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를 수습하느라 선거 일정이 늦어진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불똥은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 김민정(36) 감독(경북체육회)으로 번지고 있다. 김경두 직무대행의 딸이기도 한 김민정 감독이 지난 3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동건 심판위원장은 "3월 9일 열린 경기도청과 경북체육회의 1차 선발전 등에서 심판에게 '승부 조작을 했다'는 등의 발언으로 판정에 불복하고 퇴장 명령에도 순순히 응하지 않았다"며 컬링연맹에 중징계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 안건은 김경두 직무대행 체제에서 논의조차 못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심판장 자격부터 먼저 논해야 할 문제이며, 오히려 경북체육회 선수들이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 컬링 사상 첫 메달을 꿈꾸는 선수들은 '기막히다'는 반응이다. 한 컬링 선수는 "우리는 올림픽을 앞두고 매일 피땀을 흘렸는데, 정작 연맹은 밥그릇 싸움이나 하고 있으니 황당할 뿐"이라고 했다.





[주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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