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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담요 한장 덮고 세상과 작별한 '하얀헬멧'…전 세계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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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사르민에서 무장 괴한의 공격을 받고 사망한 하얀헬멧 대원들의 시신 앞에서 기도하고 있는 시민들.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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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무장 괴한에 피살된 시리아 민간구조대 '하얀헬멧' 대원 7명의 희생을 기리는 추모 물결이 전 세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국제사회는 무자비한 공격으로 노벨평화상 후보에까지 오른 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세력을 한 목소리로 규탄했다.

13일(현지시간) BBC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시리아 이들리브주 사르민에 마련된 하얀헬멧 대원들의 시신이 있는 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무장 괴한들에 의해 총격을 받고 사망한 하얀헬멧 대원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나온 시민들이었다.

한 명 한 명의 시신이 땅에 묻히는 장면을 지켜본 시리아 국민들은 슬픔을 주체하지 못해 주저 앉거나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다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시민들은 담요 한 장을 겨우 덮은 채 땅바닥에 놓인 대원들의 시신 앞에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일부 시민들은 장례식을 마친 후 거리로 나와 하얀헬멧에 테러를 감행한 세력을 규탄하며 절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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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사르민에서 12일(현지시간) 무장 괴한의 공격을 받고 사망한 하얀헬멧 대원들의 시신이 땅에 묻히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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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헬멧을 쓰고 시리아 내전 현장을 누벼 온 하얀헬멧 대원 7명은 12일 사르민에 있는 구조센터에서 무장 괴한의 공격을 받았다. 이 괴한들은 머리에 총구를 겨누는 '처형식'으로 대원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아직 이 무장 괴한 단체가 어디인지와 구체적인 배후 등에 대해서는 밝혀진 것이 없다.

하얀헬멧으로 더 유명한 시리아 민방위는 2013년 자원봉사 형식으로 출범한 뒤 규모가 커져 현재 3000여명의 대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재단사와 전기기사, 목수 등 평범한 시민들로 이뤄진 구조대는 특정 정치세력과 연관돼 있지 않고 구조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투입돼 수많은 인명을 구해냈다.

하얀헬멧 대원이 내전 현장에서 아기를 구한 뒤 품에 안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과 폭격을 당한 건물 잔해 속에서 공포에 질려 울부짖는 아이를 구조해내는 모습 등은 전 세계에 파장을 일으켰고 국제사회에 시리아 참상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

노벨상위원회는 하얀헬멧의 이런 공로를 인정해 지난해 이들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리기도 했다. 미국 국무부와 네덜란드 외교부 등도 하얀헬멧을 지원하고 있으며 각국에서 기부금을 통해 이들의 활동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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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시리아 알레포에서 하얀헬멧 대원들이 공격을 받고 무너진 건물 더미 속에서 어린 아이를 구조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하지만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과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 측 추종자들은 하얀헬멧을 급진 반군과 연계된 단체로 깎아내리며 그들의 활동을 비판하고 있다.

이날 미국 국무부는 성명을 내고 "복면 괴한들의 비열한 행위가 극도의 위험한 환경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가장 먼저 달려가 지칠 줄 모르고 일했던 민간 자원봉사자들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외교부도 하얀헬멧에 대한 공격을 규탄했고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이번 사건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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