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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남유선의 워터월드]30살은 황혼기가 아니다, 그래서 박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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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태환이 지난해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수영 남자 400미터 자유형 예선에서 힘차게 스타트하고 있다. 2016.8.6. 리우 | 공동취재단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중계를 해설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는 여자 자유형 200m에서 우승한 이탈리아의 페데리카 펠레그리니(29)였다. 그는 5관왕을 차지한 ‘여자 펠프스’ 케이티 러데키(20), 수영 강국 호주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엠마 매키언(23), 헝가리의 철녀 카틴카 호스주(28) 등과 겨뤄 이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흥미진진한 레이스가 많았지만 여자 자유형 200m야 말로 ‘별들의 전쟁’으로 불릴 만했는데 펠레그리니의 승리는 예상밖이었다. 그의 우승이 특별한 이유는 나이에 있다고 본다. 1988년생인 그는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이다. 특히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란 점에서, 30대에 접어들었음에도 마지막 스퍼트를 쭉 뽑아 이긴 것이 인상 깊었다.

지난 1월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할 때 펠레그리니를 본 적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경기 후 곧바로 자신의 젖산을 측정, 과학적인 수치를 항상 체크한다는 점이었다. 반면 세계선수권 직전엔 다른 선수들과 다르게 테스트 차원의 국제대회 출전 횟수를 줄이면서 세계선수권에만 집중했다고 한다. 자신이 더 이상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던 20대 초반의 싱싱한 선수가 아님을 아는 것이다. 나이에 맞는 적응법을 기른 것 같다. 그게 2011년 상하이 세계선수권 이후 6년 만의 정상 탈환으로 연결됐다.

펠레그리니 얘기를 하는 것은 내가 생각나고, 박태환이 생각나서다. 박태환은 세계를 무대로 뛰는 선수다. 난 그 만큼은 아니고 국내 우승권과 메이저 대회 출전에 초점을 두고 있다. 무대의 차이가 있어 조심스럽지만 1985년생인 내가 수영 선배란 점에서 경험을 잠시 소개할 순 있다고 본다. 나 역시 20대 후반 들어 선수 생활을 멈추고 싶을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의지를 굽히지 않고 물살을 가른 이유는 연습 때 기록 만큼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연습 때 한계를 느꼈다면 회의감이 밀려왔을 테지만 개인혼영 400m에서 결승에 올랐던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못지 않은 페이스가 나오다보니 ‘언젠간 내 나이에 맞는 훈련법과 실전 능력을 찾을 수 있을 거야’란 생각에 물에 뛰어들고 또 뛰어들었다. 그 결실이 지난해 리우 올림픽 A기준기록 통과와 함께 8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는 기쁨으로 연결됐다.

박태환의 이번 대회 성적은 스스로도 밝혔듯이 아쉽다. 나 역시 그가 부다페스트에서 좀 더 잘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박태환은 연습 때 기록이 분명히 좋았을 것이다. 실제로 세계선수권 이전에 나온 각종 대회 기록도 훌륭하다. 다만 작은 대회에선 세계적인 선수들이 100% 전력 투구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메이저대회인 이번 세계선수권에서의 경험과 톱클래스 선수들과의 경쟁이 값졌을 것으로 본다. 자유형 1500m 예선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14분대 기록은 박태환의 저력을 잘 설명한다고 본다. 박태환은 인천 아시안게임 뒤 1년 6개월을 쉬었고 지난해 리우 올림픽 출전 문제로 마음 고생까지 하면서 공백이 더 길었다. 어쩌면 2~3년 전부터 적응에 돌입, 지금부터 발휘됐어야 할 ‘노장으로서의’ 그의 관록이 늦춰졌다. 박태환이 올해 세계선수권보다 내년 아시안게임에 더 초점을 두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수영 선수 30살, 이젠 황혼의 나이가 아니라고 본다. 지난해 올림픽 때 32살로 5관왕에 오른 마이클 펠프스가 증명했고 올해 펠레그리니가 다시 입증했다. 박태환도 내년에 보란 듯이 부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나 역시 올해는 A기준기록에 0.15초가 부족해 세계선수권 티켓을 놓쳤는데 내년 아시안게임을 위해 다시 힘차게 훈련할 것이다. 수영 국가대표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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