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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fn★초점] ‘죽어야 사는 남자’, 미치도록 웃기지만…불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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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MBC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코믹극 ‘죽어야 사는 남자’(이하 ‘죽사남’). 그 기대에 완벽히 부응하듯 배우 최민수의 전무후무한 코믹 연기에 힘입어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를 무탈하게 달리고 있다. 강예원, 신성록, 이소연, 조태관 등 수많은 등장인물들도 이견 없이 훌륭한 연기를 펼쳐내는 것 역시 시청률 견인의 일등공신.

베일을 벗기 전, 일각에서는 불륜과 출생의 비밀이라는 소재가 진부하게 다가온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죽사남’은 첫 방송에서 상상초월의 재기발랄한 연출로 진부한 틀을 깨며 호평을 이끌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하지만 계속 되는 ‘고구마’ 전개에 일부 시청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신들린 듯한 백작 빙의 연기를 보이는 최민수를 빼면 기존 불륜 드라마가 지닌 흐름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극중 이지영A(강예원 분)와 이지영B(이소연 분)는 이름은 같지만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작가 지망생인 이지영A는 가정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남편과 시댁 식구들의 구박에 치여 살지만 자신의 꿈을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 그에 반해 이지영B는 세련되고 능력까지 갖춘 커리어 우먼으로 극명한 대비를 보인다.

강호림(신성록 분)은 이지영A와 부부 관계이지만 정작 마음은 이지영B에게 향해 있다. 엄연히 불륜 관계인 강호림과 이지영B는 마치 평범한 연인처럼 데이트를 즐기고 사랑을 나누는 것처럼 그려지지만 바람 행위가 아닌 그저 일탈의 수준으로 그려진다.

이 과정에서 강호림 캐릭터는 단순한 철부지 남편으로만 묘사된다. 허세 가득하고 지질함을 갖춘 캐릭터로, 젊은 나이에 결혼한 뒤 억척스러운 아내에게 지루함을 느끼고 눈길을 허튼 곳으로 돌린다. 온갖 최악의 조건을 갖고 있지만 드라마는 위와 같은 전개를 대수롭지 않은 것 마냥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간다. 그 와중에 남편의 외도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그를 응원하고, 구박하는 시댁에게 기도 못 펴는 이지영A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넘어서 갑갑하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는 ‘백작의 친딸 찾기’가 핵심 주제다. 최민수가 맡은 중동의 석유 재벌 사이드 파드 알리 백작은 재산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고, 유일한 해결책인 친딸인, 이지영A를 찾아 나선다. 답은 첫 회부터 시청자들에게 알렸다. 정작 드라마 속 인물들은 답을 모르고 헛발질만 하고 있다.

친딸의 정체를 알고 있는 시청자들은 지루할 수밖에 없다. 보통 출생의 비밀이나 ‘응답하라 시리즈’ 속 남편 찾기처럼 주인공들과 함께 답을 찾아가는 경우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 시청자들에게는 하나의 추리 요소와 흥미 포인트를 잃어버린 것과 다름없다.

‘죽사남’은 기획 초반부터 ‘코믹’에 주력했다. 제작진 측은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돌아볼 수 있는 유쾌한 코믹 가족 휴먼 드라마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통쾌한 대리만족과 따뜻한 행복감을 전달할 것”이라며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밝혔지만, 오히려 숨 막히게 늘어지는 과정에 코믹함이 묻히고 있다. 이토록 신선한 설정과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예상 가능한 뻔한 전개를 펼치는 ‘죽사남’의 선택이 아쉬움을 남긴다.

/9009055_star@fnnews.com fn스타 이예은 기자 사진 fn스타 DB,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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