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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9회 동점 득점의 순간…LG 황목치승은 '액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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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아웃 타이밍에서 포수 태그 피한 '신의 왼손'

연합뉴스

황목치승.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대주자가 경기의 주인공이 되는 건 1년에 몇 번 없는 일이다.

LG 트윈스에서 대주자와 대수비로 활약하는 황목치승(32)은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영원히 잊지 못할 명장면을 만들고 꿈에 그리던 주인공이 됐다.

1-3으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9회 말을 맞이한 LG는 1사 후 이천웅이 볼넷을 골라내며 역전에 시동을 걸었다. 곧이어 박용택이 중견수 키를 넘기는 1타점 2루타를 터트렸다.

LG 벤치에서는 박용택을 빼고 황목치승을 2루에 투입했다. 짧은 안타 하나로 동점을 만들겠다는 계산에서다.

계속된 1사 2루에서 양석환이 삼진으로 물러나며 계획이 무산되는 듯했지만, 이형종이 우익수 앞 안타를 터트리며 '황목치승 타임'이 시작됐다.

다소 짧은 안타지만 황목치승은 3루를 지나 홈에 파고들었다. 문제는 넥센 이정후의 어깨가 너무 강했다는 점이다. 이정후는 홈에 정확하게 송구했고, 포수 박동원은 미리 공을 받아 황목치승을 기다렸다가 태그했다.

누가 보더라도 타이밍 상 아웃이었다. 김병주 구심도 의심 없이 아웃을 선언했다. 넥센은 승리의 하이파이브를 나눴지만, 황목치승은 곧바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잠실구장을 채운 LG 팬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판독 결과를 기다렸다. 생각보다 결과가 빨리 안 나오면서 LG의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최종 판정은 세이프.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계속된 2사 1루에서 LG는 김상수로부터 볼넷 2개와 몸에 맞는 공 1개를 묶어 밀어내기로 끝내기 역전승을 완성했다.

느린 화면으로 확인한 결과, 홈플레이트를 향한 황목치승의 왼손이 박동원의 태그보다 빨랐다.

황목치승은 마치 액체라도 된 것처럼 박동원의 태그를 피해 그라운드에 스며드는 것처럼 밀착했고, 간신히 왼손을 뻗어 홈플레이트를 만졌다. 말 그대로 '신의 왼손'이었다.

경기 후 황목치승은 "타구도 빨랐고, 송구가 워낙 좋아 아웃이라 생각했지만 뒤집어보고 싶었다. 사실 세이프인지 아닌지 확실한 느낌은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올해 황목치승은 19경기에서 6타수 1안타, 7득점을 기록 중이다. 대주자, 대수비 요원이라 타수보다도 득점이 더 많다.

그는 "대주자든 대수비든 주어진 역할에 충실한 플레이를 하겠다. 팀 승리에 보탬이 돼 기분이 좋다"고 각오를 밝혔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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