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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스피드’ 스피스…24살 생일 3일 앞두고 디 오픈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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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 스피스, 위기의 13번홀 끈기로 넘어



경향신문



조던 스피스(24·미국)는 2016년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골프 역사에 남을 최악의 좌절을 맛봤다. 최종라운드에서 전반 9홀까지 5타차 선두를 달린 스피스는 10, 11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한 뒤 12번홀(파3)에서 두 번이나 공을 물에 빠뜨리고 쿼드러플 보기로 무너졌다. 대니 윌렛(잉글랜드)에게 3타 차 2위로 대회를 끝낸 스피스에게는 “12번홀의 유령에 홀렸다”는 조롱이 뒤따랐다.

2015년 마스터스와 US오픈에서 연속 우승하며 그해 8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선 스피스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뒤를 잇는 차세대 황제로 부상했다. 하지만 스피스는 지난해 마스터스에서의 악몽 이후 전처럼 강한 면모를 보이지 못했다. 세계 1위에서 밀려났고, 2017 시즌 2승을 거두긴 했지만 비중이 큰 대회와는 거리가 멀었다. 올해도 마스터스에서 공동 11위, US오픈에서 공동 35위에 그쳤다.

그러나 스피스는 24일 끝난 제146회 디 오픈에서 진정한 챔피언으로 돌아왔다. 1라운드부터 나흘 동안 선두를 뺏기지 않으며 합계 12언더파 268타로 매트 쿠차(미국)를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 ‘클라레 저그’와 상금 184만5000달러(약 20억6500만원)를 품에 안았다.

최종라운드는 그가 한층 더 강해졌음을 입증하는 드라마였다. 부담감 탓인지 초반 4홀에서 보기를 3개 범하며 쿠차에게 공동선두를 허용하고 중반에 역전당할 때까지만 해도 스피스는 지난해 마스터스의 악몽을 재연하는 듯했다.

13번홀(파4)이 고비였다. 티샷이 페어웨이 오른쪽 깊은 덤불 속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쿠차와 공동선두였기에 여기서 2타 이상 잃는다면 회복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스피스는 다시 무너지지 않았다. 언플레이어블의 경우 공을 홀과 직선거리 뒤쪽으로 얼마든지 뺄 수 있다는 룰을 이용해 홀 오른쪽 언덕을 넘어가 골프용품사의 서비스 차량이 주차하고 있는 연습레인지까지 후퇴했고, 거기서 3번째샷을 날려 보기로 막았다. 이 선택이 그에게 우승을 안긴 ‘신의 한 수’였다. 이 홀에서 20분 넘게 소모했지만 스피스는 이후 3홀에서 4타를 줄이는 승부욕을 발휘했다.

1타 차 2위로 밀려난 스피스는 다음홀인 14번홀(파3)에서 홀인원이 될 뻔한 정교한 아이언샷으로 버디를 낚으며 선두로 올라섰고, 15번홀(파5)에서는 15m가 넘는 이글 퍼트를 넣고 단독선두로 나섰다. 16번홀(파4)에서는 10m짜리 버디 퍼트를 넣고 승리를 굳혔다.

남은 목표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다. 오는 27일 24세 생일을 맞는 스피스는 1963년 23세6개월에 메이저 3승을 거둔 잭 니클라우스(미국) 이후 가장 어린 나이에 메이저 3승을 달성했다. 메이저 3승 달성은 우즈보다 6개월 빠르다. 스피스가 다음달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24세6개월에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우즈보다 빨리 위업을 이룬다. 그랜드슬램은 바비 존스, 진 사라젠, 벤 호건(이상 미국), 게리 플레이어(남아공),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와 같은 골프전설 6명만 달성한 대기록이다. 이날 우승과 함께 세계 2위로 한 계단 올라선 스피스는 “초반 부진과 13번홀 위기 때 캐디(마이클 그렐러)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며 “그랜드슬램은 평생의 목표”라고 의욕을 보였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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