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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9 (수)

"골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보기"… 스피스, 13번 홀에서 어떻게 쳤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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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수 없는 보기(Surreal bogey)”

24일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위크'의 브리티시오픈(디오픈) 챔피언십 후기다. 골프위크는 24일(한국 시각) 오전 영국 사우스포트 근처 로열 버크데일 골프클럽(파70·7156야드)에서 끝난 146회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조던 스피스(23·미국)의 13번 홀 보기를 언급하며 "골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보기(The greatest Bogey in the history of golf)"였다고 평가했다.

조던 스피스는 이날 최종 라운드 1언더파 69타, 최종 합계 12언더파 268타로 2위 매트 쿠차(미국)를 3타 차로 따돌리며 우승했다.

결과는 우승이었지만 과정은 평탄치 않았다. 특히 13번 홀에서 있었던 사건에 대해 미국 매체는 "스피스의 드롭 장소에 기념비라도 세워야 한다"고 극찬할 정도였다.
당시 스피스는 첫 4개 홀에서 보기 3개를 치면서 3타 차 리드를 날린 상태였다. 특히 13번 홀서 날린 스피스의 티샷은 참혹했다. 스피스가 티샷을 하자마자 곧바로 머리를 부여잡으며 절망할 정도였다. 오른쪽으로 강하게 슬라이스가 된 공은 관중들을 지나 깊은 러프 지역으로 떨어졌다.

무너질 만도 했지만 스피스는 관중들을 지나 러프 지역에 떨어진 공을 찾아냈다. 스피스는 관중들에게 휴대폰으로 사진 찍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할 정도로 냉정히 상황을 파악했다.

러프에 자란 풀은 길고 질겼다. 억지로 치다간 경기가 더 망가질 수 있었다. 스피스는 언플레이어블 볼(경기자가 공을 칠 수 없다고 판단하면 1벌타를 먹고 3가지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을 선언했다.

3가지 옵션은 '처음 친 곳에서 다시 친다' '두 클럽 이내로 공을 옮겨서 친다' '홀과 공이 있던 곳을 연결하는 직후방에서 친다'이다. 모두 1벌타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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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스는 마지막 옵션을 선택했다. 그리곤 공을 치기 좋은 장소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헤맸다. 시간을 너무 끌자 일부 관중객들 사이에선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나왔지만 스피스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공을 치기 좋은 장소를 찾느라 언덕 위에 올라가서 지형을 살피기까지 했다. 공을 찾고 드롭하는 데까지 20분이나 걸렸다.

스피스가 공을 드롭한 곳은 골프용품을 수리하는 대형 밴 차량 근처였다. 스피스는 캘러웨이 밴과 테일러메이드 밴 중간에 공을 드롭했고 13번 홀과의 거리는 230야드였다.

스피스가 하이브리드 채로 친 공은 그린 앞에 떨어졌고, 다음 샷으로 그린에 올렸다. 그 후 1퍼트로 보기를 했다. 평상시 '퍼트의 대가'로 불리던 스피스의 모습이 돌아온 순간이었다.
쿠차에게 역전을 당했던 스피스는 13번 홀 보기 이후 자신감을 되찾고 버디-이글-버디-버디를 몰아치더니 4개 홀에서 5타를 줄여 쿠차의 미소를 없애버렸다. 그리고 끝내 매트 쿠차를 제치고 디오픈서 우승했다.

이로써 스피스는 역대 두 번째 최연소 메이저 3승을 기록했다.

2015년 마스터스 토너먼트와 US오픈을 잇달아 우승하고 2년 만에 거두는 3번째 메이저 우승이었다.

스피스는 1979년 우승자인 세베 바예스테로스(당시 22세ㆍ스페인) 이후 가장 어린 나이로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했다. 그러면서 1963년 23세 6개월에 메이저 3승을 기록한 잭 니클라우스(마국) 이후 가장 어린 나이에 메이저 3승을 달성한 선수로 기록됐다.

스피스의 메이저 3승 기록은 타이거 우즈(24세 6개월)보다도 6개월이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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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스피스는 "잭 니클라우스나 우즈와의 비교는 적절치 않다"며 "그들은 골프라는 스포츠를 만들고 키웠다. 내 출발이 좋긴 하지만 아직 내게는 할 일이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스피스는 이번 대회에서 2위를 한 쿠차에 대해 "쿠차는 지지 않았다"며 "그저 내 먼 거리의 퍼트가 들어가고 쿠차의 퍼트가 들어가지 않았을 뿐, 그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스피스는 오는 8월에 있는 PGA 챔피언십에 참가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안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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