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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스타] '골 결정력+투혼'…이종호, 신태용 앞에서 믿음의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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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울산 현대 공격수 이종호가 19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 강원FC와 경기에서 전반 선제골을 넣은 뒤 호랑이 발톱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평창=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왜 자신을 뽑아야 하는지 확실하게 증명했다.

울산현대 공격수 이종호(25)가 신태용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보는 앞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종호는 19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2라운드 강원FC 원정 경기에서 전반 33분 오른발 결승골을 터뜨렸다. 김인성이 오른쪽에서 크로스한 공을 문전에서 잡아낸 뒤 슛을 시도했는데 강원 수비수 발에 걸렸다. 하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뒤로 흐른 공을 재차 따낸 이종호는 강원 골키퍼 이범영과 일대일 상황에서 차분하게 오른쪽 골문으로 차 넣었다. 지난 1일 수원 삼성과의 18라운드에서 골 맛을 본 뒤 18일 만에 리그 4번째 골(3도움)을 기록했다. 울산은 이종호의 활약으로 승점 41(12승5무5패) 고지를 밟으며 전북(승점 44)에 이어 리그 2위를 지켰다. 특히 지난 1983년 창단 이후 1226경기 만에 K리그 클럽 중 가장 먼저 500승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반면 강원(승점 34)은 4위에서 5위로 내려앉았다.

이종호는 누구보다 태극마크가 간절하다. 전남 드래곤즈에서 간판 골잡이로 뛰던 지난 2015년 8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던 축구대표팀에 발탁돼 중국 우한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 출전했다. 개최국 중국과 풀리그 1차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그는 데뷔골까지 터뜨리며 웃었다. 그러나 태극마크와 인연은 이후 멀어졌다. 월드컵 3차 예선과 최종 예선으로 들어서면서 해외파가 대표팀의 중심이 됐다. 더구나 이종호는 지난해 전남에서 전북으로 이적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으나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냈다. 올시즌 울산으로 적을 옮긴 것도 ‘프로는 경기에 뛰어야 하고 그래야만 태극마크를 되찾을 수 있다’는 간절함에서 비롯됐다. 초반 김도훈 신임 감독 체제에서 겉돌았으나 최근엔 팀의 오름세를 이끌고 있다.

특히 과거에 비해 골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전방에서 누구보다 희생적인 플레이로 박수받고 있다. 이날도 그랬다. 이종호는 지난 광주FC와 21라운드에서 상대와 몸싸움 과정에서 아랫 입술을 크게 다쳤다. 김 감독은 킥오프 전 “당시 치아가 입술 사이로 파고들어 입술이 들렸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다시 경기장에 들어가 뛴 이종호다. 강원 원정을 앞두고 아랫 입술을 열 바늘 꿰맸다. 상대와 치열한 몸싸움이 불가피한 원톱으로 나서기 때문에 경기하는 데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투혼은 눈부셨다. 심리적 외상(트라우마) 따윈 없었다. 전반 16분 프리킥 상황에서 상대 수비가 몰린 문전으로 달려들어 과감하게 위협적인 헤딩슛을 시도했다. 4분 뒤엔 강원 수비수 김오규와 공중볼 경합을 하다가 또다시 입술을 가격당했다. 그라운드에 한참 쓰러졌다가 일어났다. 김 감독도 매우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이종호는 집중력을 잃지 않고 부지런하게 뛰어다녔다. 결국 전반 33분 0의 균형을 깨는 결승골을 터뜨리며 호랑이 발톱 세리머니를 펼쳤다.

신 감독도 이종호의 활약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이전까지 대표팀 부진을 두고 감독의 전술 부재 뿐 아니라 선수들의 나태한 태도를 꼬집는 이들이 많았다. 이란·우즈베키스탄전은 어느 때보다 선수들의 정신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신 감독은 하프타임 때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란·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K리거를 중용할 뜻을 확고히 했다. 2연전을 앞두고 K리거를 대상으로 조기소집이 유력해진 가운데 “K리거를 10명 미만으로 선발해 효율성 문제가 논란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코치들과 선수 개개인의 컨디션을 놓치지 않고 체크하고 있다. 어느 정도 파악을 끝냈으며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자 경기장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심(心)’을 잡는 믿음의 퍼포먼스로 강한 인상을 남긴 이종호가 다시 한 번 가슴에 태극마크를 새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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