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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TF프리즘] '난놈' 신태용의 恨과 飛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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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신태용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기술위 회의가 끝났을 시간이 지났는데 연락이 없어 '안 됐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전무님 전화가 왔다. 만나서 할 얘기가 있다고 했다. 마음 속으로 '신태용 파이팅'하고 외쳤다."

축구 국가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신태용(47) 감독은 6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이틀 전 있었던 일, 그때의 느낌을 털어놨다. 발표 직후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내놓았던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는 공식적인 소감과는 '온도차'가 있었다. 책임감보다 훨씬 강렬한 감정, 야심이다.

선수 시절의 활약을 클럽에 한정할 때 신태용 만큼 화려한 경력을 가진 레전드는 드물다. 1992년 일화 천마에서 프로에 데뷔한 그는 신인왕을 시작으로 팀의 3년 연속 우승과 아시아 클럽 챔피언 등극을 이끌었다. 2004년까지 한 팀에서만 뛰면서 두 차례나 MVP로 선정됐고 60(골)-60(도움) 클럽에 가입했다. 공격수가 아닌 미드필더로 통산 99골. 지도자로서도 대단했다. 2009년 감독대행으로 성남을 준우승으로 이끌었고 이듬해에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섰다.

'난놈'이라고 자평할 정도의 성과를 거뒀지만 그의 커리어에는 아쉬운 공백이 있다. 국가대표로 월드컵 무대에 서지 못한 것이다. A매치 23경기에 출장했지만 모든 축구 선수에게 꿈의 무대인 월드컵을 경험하지 못했다.

신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이 한 몸 불살라 9회 연속 본선 진출을 이루겠다. 본선에서 어떤 축구를 할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최종예선 두 경기에 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그의 눈길은 8월 31일 이란과 홈경기, 9월 5일 우즈베키스탄 원정경기 너머 내년 6월 러시아월드컵을 향하고 있다.

신 감독은 "선수로서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한 것이 축구인생의 한이었다. '선수로서는 못한 것을 감독으로서 더 잘할 수 있다',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했다. 월드컵 감독으로 더 높이 비상하기 위해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물러나고 신태용 감독이 그 뒤를 이으면서 화두는 '소통'이었다. 그러나 사실 그는 슈틸리케에게 부족하게 느꼈던 '전술'도 채워줄 수 있는 인물이다. 그의 전술 능력에는 평가가 엇갈린다. 팀의 상황과 상대의 특성에 따라 대처하는 유연성과 창의력을 인정받는 반면 공격을 지나치게 중시해 수비에 허점을 드러내고, 과감함을 넘어 실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변칙적 경기 운영에 대한 비판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파격과 때때로 맛본 실패가 능력 부족보다는 지나친 자신감에 기인한 면이 크다고 생각한다. 최근 홈에서 열린 U-20 월드컵이 그런 점을 잘 보여 줬다. '멋있는 축구'를 지향하는 그의 자신감은 하마터면 감독으로서 월드컵에서 원정 대회 16강 진출 이상을 이루려던 그의 꿈을 무산시킬 뻔했다.

신태용 감독은 아직 젊은 나이에 이미 많은 것을 이뤘다. 그리고 자신의 축구인생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을 채우기 위한 도전에 나선다. 한과 자신감, 그 사이에서 항상 갈증을 느꼈을 그가 스스로에게 외친 '파이팅'은 자신뿐 아니라 한국 축구에도 성공을 위한 강력한 동기가 될 것만큼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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