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30 (목)

'2-6 악몽' 날려라…그래서 주목받는 '대표팀 감독' 신태용의 이란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대표팀 선수 시절 신태용.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축구인 신태용에게 이란은 잊을 수 없는 나라다.

축구대표팀의 새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은 내달 31일 이란과 열리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홈 경기를 통해 대표팀 사령탑 데뷔전을 치른다. 이란은 이미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을 일궈내는 등 아시아 최강 자리를 꿰차고 있지만, 신 감독 개인과의 인연도 얽히고 설켰다. 신 감독은 선수와 클럽 감독, 대표팀 코치 등으로 4차례 이란 축구와 만났다. 참패도 당하고, 졸전도 겪었으며, 우승도 일궈내는 등 다양한 경험을 이란을 상대로 쌓았다. 이제 한국 축구의 얼굴인 성인 대표팀 감독으로서 이런 저런 이란 축구 노하우를 모두 녹아내 승부수를 걸어야 한다.

신 감독은 현역 시절 A매치에 총 23차례 나섰는데 그 중 13번이 1996년에 집중되어 있다. 일화 시절 자신을 가르친 박종환 감독이 대표팀에 부임하면서 태극마크를 중용됐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대표팀 호출은 1997년 두 차례 평가전을 끝으로 사라졌고, 이후 태극마크를 더는 달지 못했다. 사연이 있다. 1996년 12월16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열린 아시안컵 8강전에서 ‘박종환호’가 이란에 2-6으로 대패했기 때문이다. 그 경기를 끝으로 박 감독은 경질됐고, 신 감독도 이후부터 국가대표로 각광받지 못했다. 이란 축구팬들은 지금도 당시 한국전을 자국 축구사의 최고의 승리로 기념하곤 한다. 신 감독은 당시 UAE전에서 무난했다. 1-1로 팽팽하던 전반 35분엔 홍명보의 롱패스가 상대 수비를 맞고 떨어지자 침착하게 컨트롤한 뒤 2-1로 앞서가는 골을 넣기도 했다. 선수 신태용의 A매치 마지막 골이었다. 박종환 감독도 “신태용은 제 몫을 해줬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럼에도 팀의 대패가 컸다. 월드컵에 나가고 싶었던 신 감독의 꿈이 이란전 악몽을 계기로 멀어져 갔다.

이후 ‘K리그 레전드’로 국내 프로축구를 휘어잡은 신 감독은 지도자로 변신, 감독 2년차인 2010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하는 기적을 쐈다. 그 때 결승에서 만난 팀이 바로 이란의 강호, 좁 아한이었다. 당시 신 감독이 이끌던 성남은 전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홈에서 강력한 면모를 선보여 결승까지 올랐다. 결승전은 중립국(일본) 단판 승부여서 승패를 알 수 없었지만 성남은 사샤와 조병국, 김철호의 골을 앞세워 3-1로 이겼다. 신 감독도 본격적인 신흥 명장 대접을 받았다. 신 감독은 최근 경질된 울리 슈틸리케 감독 휘하 대표팀 코치 시절에도 이란과 두 번 만났다. 2014년 11월 평가전과 지난해 10월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차전이 해당 무대들이었다. 두 경기 다 원정으로 치러졌는데 성적이 모두 나빠서 졸전 끝에 모두 0-1로 졌다. 결과도 문제였지만 내용이 심각해서 대표팀 전체가 큰 지탄을 받았다. 다만 신 감독의 역할이 코치로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패배의 책임을 그에게 묻기는 어렵다.

한국 축구는 최근 이란에 4연패 수모를 당하고 있다. 갈수록 탄탄해지는 이란의 선수비 후역습을 뚫지 못해 전부 0-1로 졌다. 신 감독은 그 중 두 경기를 벤치에서 눈으로 봤고, 태극전사들이 왜 이란에 고전했는지를 잘 알고 있다. 이제 그의 무대가 펼쳐진다. 준비 기간이 길고, 모의고사라도 치러지면 나을 테지만 그럴 여유는 없다. 앞으로 한 달 보름간 대표팀 자원들을 눈으로 보고 고른 뒤 이란과 곧바로 싸워 이겨야 하는 임무가 그에게 떨어졌다. 21년 전 악몽을 떨쳐내는 길이기도 하다. 이기면 ‘이란전 악몽’을 날리고 러시아행 청신호를 밝히며 ‘대표팀 감독 신태용’도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다. 패하면 정반대 상황을 맞아 역대 어느 대표팀 감독보다 가시밭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의 대표팀 사령탑 각오, 특히 이란전 비책이 궁금하다. 신 감독은 6일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 머리에 담긴 자신의 이란전 구상을 본격적으로 펼쳐놓을 예정이다.

silva@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