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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뿌리가 같은 태권도, 남북을 잇는 오작교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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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올림픽 때 남북한 합동 공연 추진

뉴스1

국제태권도연맹(ITF) 북한 시범단이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국기원에서 격파 시범을 보이고 있다. 2017.6.2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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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무주에서 열리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일정을 위해 한국을 찾은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과 리용선 국제태권도연맹(ITF) 총재, ITF 시범단 등 북한 측 관계자들을 환영하기 위한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만찬이 열린 28일 밤.

행사를 마치고 나온 이동섭 국회의원(국민의당)은 "한국의 태권도든 북한의 태권도든 뿌리는 하나다. 결국은 태권도라서 가능했던 일 아니겠는가?"라면서 활짝 웃었다.

태권도 공인 9단, 자타공인 '태권도 사랑'으로 잘 알려진 이동섭 의원이 달뜬 목소리를 전했던 이유는 만찬에서 의미 있는 첫 걸음을 디뎠기 때문이다.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남북한 합동 태권도 공연이 추진된다.

강남구 수서동에 위치한 한 한식당에서 열린 이날 만찬에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최문순 강원도지사,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 등이 참석해 북한 측 인사들과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 형식적 수사인 '뜻 깊은'이 아니다.

만찬 후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아주 기분 좋은 소득이 있었다. 평창 올림픽 때 남북한 태권도 합동공연을 했으면 좋겠다고 내가 제안을 했고 양쪽(WTF-ITF) 총재들이 모두 흔쾌히 동의했다"고 전한 뒤 "이번에 합동 공연을 해봤으니까 좀 더 수월할 수 있을 것 같다. 두 단체가 같이 공연을 선보인다면 뜻 깊을 것"이라고 밝혔다.

ITF는 북한이 주도하는 국제적인 태권도 단체로, 무주 세계태권도대회 개회식과 폐막식을 포함한 4차례 공연을 위해 한국에 머물고 있다. ITF는 24일 대회 개막식을 시작으로 26일 전북도청, 28일 국기원에서 시범공연을 진행했으며 30일 폐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ITF 시범단이 한국에서 시범공연을 하는 것은 지난 2007년 이후 10년 만이다.

WTF와 ITF의 공연은 태권도의 서로 다른 맛을 전해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WTF의 공연은 품새 동작에 춤을 섞어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면서 함께 어울리는 무대를 선보였다. 반면 ITF는 상대적으로 담백했다. 호신술 시범과 묵직한 격파 등으로 '실전 태권도의 힘'을 보여주었다.

이동섭 의원의 말처럼 한국의 태권도와 북한의 태권도는 하나의 뿌리에서 출발한 줄기였고 그래서 피워낸 꽃의 조화로움이 '합쳐졌을 때' 더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따라서 평창 올림픽 때 다시금 남북한 합동공연이 펼쳐진다면 가장 한국다운 모습을 전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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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웅 북한 IOC 위원이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국기원에서 열린 국제태권도연맹(ITF) 북한 시범단의 시범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2017.6.2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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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지사는 "개막식 때 할 것인지 폐막식 때 할 것인지,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직 공식적으로 합의된 사항도 아니다. 그러나 조정원 WTF 총재는 "아주 의미 있는 일이 마련됐다"고 웃었고 WTF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종 확정까지는 거쳐야할 일들이 많이 있겠지만 그래도 또 한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자리가 자리였던만큼 가능성이 적잖아 보이는 일이다.

남북 관계는 아주 경색돼 있었다.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정치적 채널로서의 대화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우회로이고 평화적 접근에 용이한 것이 또 스포츠 이벤트다. 평창 올림픽은 그래서 중요하다.

만찬에 앞서 최문순 지사는 "현재 남북 관계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는 평창올림픽 밖에 없는 것 같다. 이번 대회가 대화를 마련할 단초가 됐으면 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만찬 후 가장 환하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안팎의 여론은 썩 좋지 않았다. 북한 측도 "쉬운 일은 아니다"면서 한발 물러선 바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남북 태권도 합동공연 추진은 상당히 순조롭게 일이 풀리고 있다. 뿌리가 같은 태권도가 남북을 잇는 오작교가 되고 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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