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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0.08초 당기면 9초대 … 김국영 또 한국 신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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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오픈 육상 100m 10초07

이틀 만에 0.06초 한국 기록 단축

8월 런던 세계선수권 출전권 따내

중·일 선수들과 아시아 최고 경쟁

“내년 아시안게임서 9초대 진입”

중앙일보

김국영이 코리아오픈 육상대회 남자 100m에서 한국신기록(10초07)을 세운 뒤 포효하고 있다. 그는 “내년에는 9초대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정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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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6월, 전국소년체육대회 육상 남자 80m에 출전한 소년은 8명 중 6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달리기를 좋아했던 소년은 처음 나선 전국대회에서 1등을 하지 못해 마음이 아팠다. 더 빨리 달리겠다고 결심한 소년은 달리기에 모든 걸 바쳤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2017년 6월 27일 강원도 정선종합경기장. 소년은 26살의 대한민국 간판 스프린터로 성장했다. 코리아오픈 국제육상대회 남자 100m 출발선에 선 그는 10초대(10초00~09) 초반을 목표로 힘차게 내달렸다. 10초07. 한국 남자 육상 100m 사상 처음으로 10초대에 진입했다. 공인기록으로 인정되자 관중석에서 큰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했다. 김국영(26·광주광역시청)이 한국 육상 역사를 새로 쓴 순간이었다. 그는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잘 나와 놀랐다”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 25일 KBS배 전국육상선수권대회에서 10초13으로 개인 통산 네 번째 100m 한국신기록을 작성한 김국영은 이틀 만에 기록을 0.06초 단축했다. 이날 결승에서 강의빈(상무)이 부정 출발로 실격하면서, 그 여파가 레이스에 미치지 않을까 우려됐다. 하지만 김국영은 차분하게 호흡을 가다듬은 뒤 다시 출발선에 섰고,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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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영은 이틀 전 KBS배 결승에서도 10초07을 뛰었다. 하지만 그땐 뒷바람이 기준(초속 2.0m)을 넘어(초속 3.8m) 공인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날 뒷바람은 초속 0.8m였다. 레이스를 지켜본 200m 한국 기록(20초41) 보유자 장재근 화성시청 감독은 “(부정 출발 때) 맞바람이 좀 불었다. 다행히 두 번째 레이스에서 바람이 도와줬다. 국영이가 잘 뛰니까 이런 운까지 따른다”고 농담을 건넸다. 김국영은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기준기록(10초12)을 통과해 오는 8월 영국 런던 세계선수권 출전권도 손에 넣었다.

이틀 사이 한국기록을 연거푸 갈아치운 김국영도 지난해 8월에는 리우 올림픽 예선에서 탈락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는 절치부심했다. 스프린터로는 다소 작은 키(1m76㎝)인 그는 그 전까지 빠른 발놀림 주법을 썼다. 하지만 최근 팔을 간결하게 흔들며 보폭을 늘린 주법을 익혔다. 그는 “새 주법이 (기록을 단축하는데)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110m 허들 국가대표 출신인 박태경(37) 광주광역시청 플레잉코치와 함께 훈련하고 있다. 레이스 중후반에 다소 처지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김국영은 중거리인 400m 훈련에 집중했다. 심재용 광주광역시청 감독은 “400m와 200m를 정해진 시간 내에 들어오지 못하면 수 차례 반복하는 방식으로 훈련했다. 그렇게 키운 근지구력이 중후반까지 스피드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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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한국신기록 행진도 사실 속을 들여다보면 혼자 만의 ‘외로운 싸움’이다. 하지만 김국영은 그런 시선을 일축한다. 그는 “결코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다. 내 경쟁자는 9초대에 도전하는 중국과 일본 선수들”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10초대 선수가 일본은 6명, 중국은 2명이나 된다.

김국영은 “아직 젊고 갈 길이 많다. 계속 배워야 한다. 달릴수록 채울 부분이 많다”며 “수차례 넘어지고 깨지면서 어느 순간 내 자신이 단단해진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한국 육상 첫 9초대 진입’이다. 그는 “어떤 대회든 늘 9초대를 목표로 준비한다”며 “더는 경험을 쌓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겠다. 더 고민하고 연구해서 내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땐 꼭 9초대에 진입하겠다”고 말했다.

정선=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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