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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NBA 슈퍼맨 나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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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스티븐 커리, 가공할 외곽슛으로 ‘원조 슈퍼맨’ 마이클 조던 시절의 미국 농구 인기 되찾아

‘절대자’ 마이클 조던의 시대가 끝난 뒤에도 리그는 끊임없이 그의 농구를 소환했다. 젊은 유망주가 등장하면 관행처럼 ‘제2의 조던’으로 호명했다. 페니 하더웨이와 그랜트 힐을 시작으로 슈퍼맨의 후계자는 끊임없이 재생산됐다. 정점을 찍은 것은 신체 사이즈와 포지션이 겹친 당대의 테크니션 코비 브라이언트였다. 하지만 그는 조던 같은 천외천(天外天)의 위상을 차지하지 못했고 2인자 이미지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했다. 코비의 한계가 어느 정도 드러날 무렵 등장한 이가 ‘킹’(King) 르브론 제임스다. 제임스는 신체 조건이나 포지션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개인 능력과 리그 지배력에서 조던 수준에 근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슈퍼맨은 데뷔하자마자, 아니 데뷔 전부터 압도적인 유망주로 주목받았고 ‘매직 존슨과 조던을 섞어놓은 선수’라는 과학소설에 나올 법한 초인 평가를 받았다. 2m 넘는 키에도 불구하고 조던의 ‘블랙캣 시절’(조던이 일시적 은퇴를 하기 이전인 초기)을 연상시키는 탁월한 운동능력을 지녔으며,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정석이던 매직 존슨 같은 이타심과 게임 운영 능력을 보여줬다.

코비·제임스 뛰어났지만 조던 못 넘어

하지만 초기 시절을 제외하고 거의 완벽하게 승리자의 모습을 보인 조던과 달리 제임스는 불완전한 슈퍼맨으로 남았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1기 시절에는 끝내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고 마이애미 히트에서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시 같은 드래프트 동기이자 각각 원소속팀의 에이스들을 모아 슈퍼 트리오를 결성한 뒤에야 겨우 첫 우승을 차지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제임스가 조던만큼 농구를 잘하지 못한다고 단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이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리그는 지속적으로 한 명의 슈퍼맨이 승부를 좌우하는 것을 제한해왔다, 특히 2001~2002 시즌을 전후로 도입된 지역방어는 게임에서 개인기와 돌파에 의한 득점을 확실히 낮췄고, 반대로 패스 게임과 외곽슛의 효용성을 크게 높였다. 다재다능하지만 득점에 좀더 치중했던 조던과 득점력도 뛰어나지만 패스와 게임 조율의 비중이 컸던 제임스의 차이는 이런 리그의 변화 때문이다.

스티븐 커리(29·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리그에 뛰어들었을 때 지금 같은 위상의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 예측한 이는 거의 없었다. 올드 NBA 팬들에겐 추억의 슈터 델 커리의 말라깽이 아들로 먼저 알려졌던 커리는, 대학 시절 최고의 외곽슈터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평범한 운동능력과 평균에도 못 미치는 신체 조건, 부족한 피지컬로 인해 NBA에서 과연 통할 수 있을지 의문표가 붙은 선수였다. 2009년 드래프트를 통해 1라운드 7순위로 골든스테이트에 뽑혔을 때도 그가 주전급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하는 전문가들이 있었다. 5년 정도 흘러, 그는 MVP 플레이어이자 리그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게다가 그는 개인적으로 최고의 선수로 등극한 것에 그치지 않았다. ‘슈퍼맨’ 제임스의 시절에도 불가능해 보였던 ‘원조 슈퍼맨’ 조던 시절의 리그 인기를 회복해낸 것이다. 미국 현지에선 NBA의 인기가 조던 시절 이후 최고라고 본다.

작지만 빠른, 3점슛의 황제 커리

커리는 어떻게 어마어마한 위상으로 성장한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요즘 식의 농구를 아주 잘해서다. 커리가 농구하는 방식은 현대 농구 시스템의 변화에 최적화돼 있다. 농구선수로서 그가 가진 다양한 능력 중 가장 빛나는 부분은 외곽슛 능력이다. 커리는 그야말로 역대 최강의 외곽슈터다. 3점슛이 도입된 뒤 레지 밀러나 레이 앨런 같은 탁월한 외곽슛 전문가가 존재했지만 커리는 그들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3점슛 룰이 도입되고도 오랫동안 3점슛은 보조적 공격 수단에 머물렀다. 슛거리가 멀기에 성공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커리는 이 상식을 깨버렸다. 그는 다른 선수들의 미들슛 성공률보다 더 높은 3점슛 성공률을 보여주며 이를 공격의 주무기로 만들었다. 가공할 만한 외곽슛 능력은, 역으로 돌파에 의한 공격이나 패스 게임에서도 이점을 가져다준다.

두 번째 이유는, 워리어스가 구사하는 스몰라인업이다. 이 부분에선 감독 스티브 커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가공할 슈터이자 포인트가드인 커리, 그만큼은 아니지만 뛰어난 슈터이면서 동시에 상대의 스윙맨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는 수비력을 가진 슈팅가드 클레이 톰슨, 공격력은 뛰어나다고 할 수 없지만 최고의 수비수이며 커리를 도와 게임 운영을 나눌 수 있는 단신 파워포워드 드레이먼드 그린으로 구성된 ‘빅 스리’는 각각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이미 지지난 시즌 우승을 일궈냈다. 그들의 농구를 간단하게 설명하긴 어렵겠지만, 뛰어난 샤프슈터 2명(커리·톰슨)을 중심으로 엄청나게 빠른 공수 전환을 주무기로 한다. 스몰라인업이란 표현에서 드러나듯, 신장이 다소 작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하지만 역동적인 공수 전환을 통해 상대편의 신체 조건 우위를 무력화하는 것이 황금전사들의 농구다.

하지만 농구는 기본적으로 사이즈를 배제할 수 없는 스포츠다. 그로 인해 지난 시즌 역대 최고 승률을 기록하고도 제임스의 클리블랜드 2기 멤버들에게 우승을 내줘야 했다. 이에 골든스테이트는 사이즈를 보강하면서도 자신의 농구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는 선수를 영입했다. 오클라호마 선더의 에이스면서 리그 최고의 공격수인 케빈 듀런트를 영입한 것이다. 그는 센터급 신장으로 스몰포워드의 날렵한 몸놀림까지 가졌다.

거인 조지 마이칸이 지배하던 NBA 초창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리그는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그 변화의 주된 방향은 어떤 방식의 농구가 대중의 흥미를 자극할 수 있을지였다. 올드 NBA 팬들 중에는 골든스테이트가 주도하는 외곽슛과 스몰라인업 중심의 농구에 불편함을 토로하는 이도 가끔 있다. 그러나 ‘꼬마’(?)들의 빠른 농구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았다.

물론 대중의 변화무쌍한 기호는 다시 슈퍼맨의 영웅주의적 농구를 소환할 수도 있다. 만일 트렌드의 역전이 일어난다면 그 중심에는 흘러가는 장강인 르브론 제임스가 아니라 그리스에서 온 새 물결(밀워키 벅스의 지아니스 아데토쿤보)이 자리할 것이다.

염신규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소장·올드 NBA 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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