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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스카우트들 불면의 밤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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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2014년 1차지명 당시 박세웅 대신 이수민 선택
올해만 8승 에이스 놓쳐.. 순간의 선택 팀 성적 좌우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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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고 출신의 박세웅은 2014년 당시 지역 연고팀인 삼성으로부터 1차 지명을 받지 못하고 kt위즈 유니폼을 입었다. 이듬해 롯데로 이적한 박세웅은 올해만 8승2패, 평균자책점 2.03을 기록하며 롯데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연합뉴스
길고 힘든 밤이었다. 삼성은 4년째 연고 선수를 1차 지명으로 선발하지 못했다. 눈에 띄는 선수가 없어서다. 2009년 김상수 이후 내리 4년이나 타 지역 연고 선수를 1차에 지명했다.

2014년도 1차 지명을 앞두고 류중일 당시 삼성 감독은 잠을 못 이루고 있었다. 대구의 유난스런 여름 더위 탓만은 아니었다. 4년 흉작 끝에 모처럼 찾아온 풍년. 그런데 얄궂게도 두 명의 스타가 한꺼번에 나왔다. 한 명은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온다는 좌투수. 또 한 명은 마운드 운영이 뛰어난 우투수. 좌완 투수는 고교 2~3학년 2년 동안 16승4패를 기록했다. 평균 자책점은 1.20. 우완 투수는 3학년 1년 동안 7승2패, 평균자책점 1.33을 남겼다.

그래도 좌투수로 가야 하나? 그 좌투수는 2013년 4월 대구고를 상대로 10이닝 동안 무려 26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고교야구 신기록이었다. 지옥에까지 가지 않더라도 손만 내밀면 그를 붙잡을 수 있었다. 류중일 감독은 최종 결정을 앞두고 박상길 경북고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투수가 속한 팀 감독이었다.

"글마(우투수), 어떻노?"

"죽여 줍니더. 무조건 붙잡으소."

"니, 책임지나?"

"예."

전화를 끊고 생각하니 헛웃음이 나왔다. 감독한테 전화 걸어서 선수 어떠냐고 물은 게 바보지. 결국 삼성은 좌투수를 선택했다. 그 편이 후회를 덜 할 것 같아서다. 유감스럽게도 잘못된 선택이었다.

좌투수 이수민(22·삼성)은 4년 통산 1승(이하 20일 현재)에 그치고 있다. 삼성이 놓아 보낸 우투수 박세웅(22·롯데)은 17승을 올렸다. 더구나 올해 박세웅은 8승2패 평균자책점 2.03을 기록 중이다. 다승 공동 2위, 평균자책점 3위다.

이수민은 1경기에 나와 2⅔이닝을 던졌을 뿐 승패가 없다. 평균자책점은 10.13. 이 둘은 2억원의 똑같은 계약금을 받았다. 고교시절 평가는 오십보백보였다. 이수민이 탈삼진 기록과 좌투수라는 점에서 간발의 차로 앞섰을 뿐. 당시에도 박세웅의 장래성에 더 후한 점수를 주는 스카우트들이 많았다.

삼성 내부에서도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둘 다 140㎞를 웃도는 빠른 공을 던졌다. 그러나 이수민은 좌투수였다. 야구는 절대적으로 왼쪽이 유리한 운동이다. 순간의 선택은 삼성의 운명을 갈랐다.

박세웅은 20일 kt전서 팀의 연패를 끊었다. 그냥 잘 던지는 투수가 아니라 이제는 팀의 에이스다. 송승준과 박진형이 무너지고, 두 외국인 투수가 부진한 롯데에 박세웅마저 없었더라면. 그 참혹함을 삼성이 고스란히 겪고 있다. 2018 프로야구 1차 지명이 26일 실시된다. 팀의 10년 지계가 걸려 있다. 스카우트들이 쉽게 잠을 못 이루고 있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야구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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