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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인터뷰]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고 싶은 이소라와 염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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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배구대표팀 세터로 나란히 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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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배구대표팀의 세터인 이소라(왼쪽)와 염혜선이 진천선수촌 체력훈련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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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배구는 흔히 세터 놀음이라고 한다. 짧은 찰나의 순간 '코트 위의 야전사령관'으로 불리는 세터의 손끝을 떠난 공이 어디로 향하는지에 따라 승패가 갈릴 때가 많다.

새롭게 여자 배구대표팀의 세터로 뽑힌 이소라(30·도로공사)와 염혜선(26·IBK기업은행)은 부담보다는 강한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표정이었다. 최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염혜선과 이소라는 "새롭게 태어났다는 마음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이번이 내게 마지막이란 각오로 죽기 살기로 준비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 동안 여자 배구는 김사니(은퇴)와 이효희(37·도로공사) 등 베테랑 세터들이 계속 대표팀을 이끌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언니들에게만 의존할 수 없다"고 한 홍성진 감독은 과감하게 고참들을 제외하고 염혜선과 이소라를 발탁했다.

사실 두 명 모두 어린 선수들은 아니다. 하지만 이다영(21·현대건설)과 조송화(24·흥국생명) 등 어린 세터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빠지면서 염혜선과 이소라가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공교롭게도 이소라와 염혜선은 모두 고교 시절 최고 유망주란 평가를 받으며 대표팀에 뽑혔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

이소라의 경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대표팀에 뽑힌 뒤 7년 만에 다시 대표팀에 발탁되는 영광을 안았다. 염혜선은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 이효희와 함께 출전한 경험이 있다.

이소라는 "너무 오랜 만에 대표팀에 뽑혀서 어색하다"면서도 마지막으로 뛰었던 국제 대회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7년 만에 다시 대표팀에 소집된 이소라는 "다시 태어난 기분이다. 홍 감독님께서 믿고 뽑아주신 만큼 반드시 보답 하겠다"고 말했다.

힘차게 운동하고 있던 김희진(IBK기업은행)을 바라본 이소라는 "희진이도 고등학교 때 대표팀 들어와서 처음 만났는데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묘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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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 세터 이소라. (한국배구연맹 제공). © News1


이소라와 염혜선은 진천선수촌에서 가장 바쁜 선수 중 한 명이다. 오전 웨이트 훈련을 하던 중 다른 선수들에 비해 먼저 짐을 싸고 코트로 이동했다. 세터 출신인 김성현 코치의 지도 속에 토스 연습을 하러 먼저 떠난 것.

홍성진 감독은 그런 세터들을 보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홍 감독은 "(이)소라의 경우 오랜 만에 뽑혔는데 실전 감각 부분에선 (염)혜선이에 비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하려고 하는 의지만큼은 누구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혜선이도 선수들과 계속 맞춰봤던 경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소라는 한 눈에 봐도 2016-17시즌에 비해 부쩍 체중을 감량한 모습이었다. 이소라는 "전보다 대표팀에 와서 5~6㎏ 정도 빠진 것 같다"면서 "좀 더 몸을 가볍게 하려고 새벽 러닝부터 야간 개인 토스 훈련까지 빠짐없이 소화하고 있다. 하루에 4차례씩 운동하는 것 같다"고 웃었다.

힘이 들지만 이소라의 표정은 밝았다. 이소라는 "동기인 (김)연경이나 (김)수지 등이 대표팀에서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거기에 뒤지지 않고 따라가야 한다"고 했다.

이소라는 "이제 난 어린 후배도 아니고 고참급에 속한다. 동생들에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진 않다. 무조건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17시즌이 끝나고 현대건설을 떠나 FA를 통해 기업은행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염혜선도 의욕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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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배구대표팀의 세터 염혜선이 진천선수촌에서 체력 훈련을 하고 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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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대표팀의 주전 세터 역할을 해야 하는 염혜선이다. 빠른 토스에 능하지만 기복 있는 플레이로 아쉬움을 남겼던 염혜선은 대표팀에서 하나 둘씩 새롭게 배워가고 있다고 했다.

염혜선은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면서 "대표팀에 와서 안 좋은 버릇을 많이 수정했다. 안 된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지우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땀 흘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새로 팀을 옮긴 IBK기업은행 훈련복을 입고 운동을 하고 있던 염혜선은 "구단에 대한 애사심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편, 지난 7일 소집된 여자 대표팀은 오는 7월 불가리아, 폴란드, 수원 등에서 열리는 2017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그랑프리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홍성진 감독은 "대회를 통해 약점을 계속 고쳐나갈 것이다. 9월 열리는 세계선수권 아시아 지역 예선에 초점을 맞춰 잘 준비 하겠다"고 밝혔다.

이소라는 "설레임도 있고, 긴장도 되지만 대표팀에 뽑힌 만큼 후회 없이 경기를 하겠다"고 강조했고, 염혜선도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코트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 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분명한 것은 염혜선과 이소라가 자신들의 향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기 위해 누구보다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는 점이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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