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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가능성과 해결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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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지난 4월7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남북대결 뒤 양팀 선수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제공 | 평창올림픽조직위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 올림픽에서 사상 첫 남·북 단일팀이 결성될 수 있을까?

도종환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취임 직후 남과 북이 평창 올림픽에서 단일팀을 이뤄 출전하는 구상을 전하면서 8개월 앞으로 다가온 국내 최초의 동계올림픽이 새 국면을 맞을지 주목받고 있다. 특히 도 장관이 단일팀 대상으로 ‘콕’ 찍은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향후 전개 과정이 궁금하게 됐다. 도 장관은 취임 이틀 째인 20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주사무소를 방문해 조직위 측 현안 보고를 받은 뒤 “평창 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부족한 것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북한의 평창올림픽 단일 종목 참가 상황을 지켜보면서 여자 아이스하키의 단일팀 구성 등을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도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국민적 외면을 받은 평창 올림픽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반전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국가적 대사인 평창 올림픽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문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그 중 북한의 참여를 통한 ‘남·북 화해 및 평화 올림픽’을 최고의 카드로 떠올렸다. 지난 4월 강릉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4부) 및 평창 올림픽 테스트이벤트에서 북한이 참가해 큰 호응을 얻으면서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가능성도 높아졌다. 그러나 북한의 참가와 남·북 단일팀 구성은 다른 문제다. 특히 특정 종목에서의 특정 종목 단일팀은 역대 올림픽에서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어 풀어갈 문제가 적지 않다.

올림픽사에 분단된 두 나라가 한 팀을 이뤄 참가한 경우는 독일이 동·서독으로 분리된 1956년과 1960년, 1964년 동·하계 올림픽 등 총 6차례로 ‘독일 단일팀은’ 독일 국기에 올림픽 로고를 새긴 국기를 앞세웠다. 두 나라 모두 실력이 좋다보니 전부 10위권 이내 성적을 냈다. 남·북한은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 하계올림픽,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등 3개 대회에 한반도기를 앞세워 동시 입장을 한 적은 있지만 단일팀을 만든 적은 없다. 동계올림픽의 경우는 특히 북한의 실력이 남한보다 현저하게 떨어져 두 나라가 한 팀을 만들 경우 남한에선 기량 좋은 일부 선수가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해 ‘단일팀’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북한이 한국보다 나은 실력을 갖고 있는 동계 종목은 렴대옥-김주식 조가 연기하는 피겨스케이팅 페어가 유일하다.

그나마 단일팀이 가능한 종목이 바로 여자 아이스하키다. 두 나라는 지난 4월 세계선수권에서 함께 4부리그에 속해 겨뤘다. 수 년 전까지는 북한의 기량이 더 나았다. 그러나 대한아이스하키협회가 평창 올림픽을 위한 대표팀을 오랜 기간 꾸리면서 지금은 남한의 실력이 한 수 위가 됐다. 양승준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전무는 “아직 단일팀과 관련해 연락받은 것은 없다. 여자부의 경우도 올해 3부 승격을 이룬 우리 대표팀이 내년 세계선수권에서 곧장 2부 승격을 노릴 만큼 실력이 나아졌다. 여자대표팀 선수들이 제대로 된 대우도 못 받고 올림픽을 준비했는데…”라고 말했다. 북한 선수가 22명의 여자 아이스하키 최종엔트리 중 일부 합류하면 많은 손해를 감수하며 올림픽을 준비한 남한 선수들 여럿이 짐을 쌀 수밖에 없다.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국내에 별별한 실업팀이 없이 평창 올림픽 하나만을 위해 그 동안 땀을 흘렸다.

도 장관도 단일팀 구성에 따른 개인의 희생 발생 가능성은 인식하고 있다. 그는 19일 취임 간담회에서 “(단일팀을 위해선)선수에 대한 배려를 포함해 세심한 논의가 필요한데 북한의 장웅 IOC위원, 통일부와도 협의하겠다”고 했다. 지난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개인의 희생 없이 단일팀의 효과를 누릴 수 있었던 좋은 사례로 꼽힌다. 당시 남·북은 ‘코리아 단일팀’을 구성했는데 국제탁구연맹(ITTF)은 남·녀 각각 5명씩인 남과 북의 엔트리를 모두 허락, 누구도 손해보지 않고 양측 선수들이 세계선수권에 참가할 수 있었다. 물론 아이스하키는 팀 종목이라 탁구와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엔트리에 관한 IOC 등의 유연한 인식이 필요하다.

물론 이 외에도 과제는 많다. 그 중에도 불과 8개월 남은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북한이 남측의 제안에 손을 내밀 것인가가 관건이다.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단일팀 논의 자체가 진행되기 어렵다. IOC가 정부 측 제의를 어떻게 생각할지도 지켜봐야 한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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