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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A-POINT] '3년 동행' 슈틸리케-이용수, 불명예 동반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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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인터풋볼] 정지훈 기자= 약 3년간의 동행에 마침표를 찍는다. 그러나 명예로운 마침표는 아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불명예 동반 퇴진하게 됐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14일 오전 4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서 2-3으로 패배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승점 13점으로 A조 2위는 지켰지만 월드컵 본선 진출에 먹구름이 꼈다.

한 마디로 도하 참사였다. 패배는 곧 실패를 의미했다. 경기를 앞둔 슈틸리케 감독은 비난 여론을 의식하면서 "최근의 비난 여론을 잘 알고 있다. 우리 대표팀을 한 번만 더 믿어줬으면 좋겠다. 나 역시 우리 선수들을 믿고 있고, 자신도 가지고 있다. 대표팀에 오랜만에 돌아온 선수들도 있는데 모든 선수들이 충분히 잘해줄 것이라 생각한다"며 필승을 다짐했다.

그러나 결과물은 최악이었다. 한국은 카타르전에서 승리를 거두면 승점차를 4점으로 벌릴 수 있었지만 최악의 결과를 만들었고, 남은 2경기(이란, 우즈베키스탄)에서 모두 승리를 거둬야 월드컵 본선 진출의 희망을 살릴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여론은 최악으로 향했고,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 자진 사퇴 없다는 슈틸리케, 경질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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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슈틸리케 감독과 결별하는 것은 유력해졌다. 모든 결과는 감독이 책임져야 한다.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슈틸리케 감독은 "모든 경기에서 결과는 감독이 책임져야 한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기술위의 결정을 따르겠다"며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이제 문제는 결별 방식이다. 자진 사퇴 또는 경질,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경질이 유력하고, 슈틸리케 감독은 자진 사퇴를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아직 자력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자진 사임을 생각해 본적은 없다. 아직 2경기가 남았고, 우리 대표팀이 홈에서는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다만 원정에서 승리가 없는 것은 아쉽고, 홈과 원정에서 경기력에 차이가 있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 그래도 2경기가 남았고,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란, 우즈벡전에 승리하면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사임을 생각해 본적은 없다"고 답했다.

자진 사임이 아니라면 경질이다. 워낙 여론이 최악이고, 남은 2경기에서 승리가 절실한 상황에서 더 이상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용수 기술위원장도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기술위원회가 내일 오후 파주에서 열린다. 여러 의견을 종합해 결정을 내릴 것이고, 대표팀의 발전을 위해 결정을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며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을 예고했다.

# 이용수 위원장도 사의 표명, 슈틸리케와 동반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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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이용수 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뿐만 아니라 기술위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카타르 원정에 동행했던 이용수 위원장은 참패의 결과를 책임지고 기술위원장의 자리에서 내려오겠다는 뜻을 언론을 통해 전했다.

이용수 위원장은 "15일 열리는 기술위원회를 통해 대표팀에 변화를 주고 나서 사의를 표명할 생각이다"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한 마디로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하고, 슈틸리케 감독을 직접 뽑은 자신도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다.

예견됐던 일이다. 카타르 원정을 앞둔 이용수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슈틸리케 감독과 대표팀에 대한 분위기를 알고 있다. 일단 카타르 원정 결과를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그전까지는 대표팀과 감독님에게 힘을 실어주시고, 만약 결과가 좋지 않다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며 자신의 뜻을 밝힌바 있다.

마지막 책임을 다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기술위에서 결정을 해야 한다. 또한, 이용수 위원장은 대표팀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슈틸리케 감독 경질뿐만 아니라 많은 것들을 매듭지어야 한다.

# 약 3년간의 동행, 불명예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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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2014년 9월 24일 한국 대표팀의 사령탑으로 임명됐다. 당시 이용수 위원장은 한국 대표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외국인 지도자를 선임하겠다고 선언했고, 다양한 후보들을 물색한 끝에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했다.

공동 운명체였다. 슈틸리케 감독이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자 '갓틸리케'로 칭송될 때 이용수 위원장도 극찬을 받았다. 특히 이용수 위원장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낸 거스 히딩크 감독을 직접 뽑았다는 것까지 재조명되며 슈틸리케 감독의 성공과 함께 주목받았다.

그러나 문제는 월드컵 최종 예선부터다. 비교적 약체를 상대했던 지역 예선에서는 문제가 전혀 없었지만 한국 대표팀과 실력이 대등한 상대가 모인 최종 예선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안 좋은 쪽으로 새로운 역사를 썼다. 중국과 카타르 원정에서 무너지며 공한증이라는 말이 사라졌고, 원정 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이미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진 상황에서 이용수 위원장은 카타르 원정을 앞두고 재신임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좋지 않았고, 슈틸리케 감독과 이용수 위원장의 3년의 동행은 불명예스럽게 마침표가 찍혔다.

사진=윤경식 기자,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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