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s 리뷰] '매디슨카운티의다리' 4일간의 사랑, 만약 당신이라면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예고도 없이 찾아온 4일간의 사랑. 한여름 뙤약볕 같은 강렬한 사랑 앞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 일생에 단 한 번 오는 감정을 그저 가슴 속에 묻고 살지, 아니면 새로운 사랑을 따를 것인지의 갈림길이다.

아이오와주의 한 마을에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프란체스카와 사진 촬영차 마을을 찾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의 애절한 사랑을 담은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국내에서 초연 중이다. 로버트 제임스 월러(Robert James Waller)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 개봉한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이 출연한 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뮤지컬로는 201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한 남자의 아내이자 아들, 딸의 엄마로 사는 프란체스카의 얼굴에는 진한 공허함과 헛헛함이 배어있다. 옥수수밭이 펼쳐진 한적한 마을에서 시골 아줌마로 살아가는 건 무료하기만 하다. 그러던 중 매력적인 남자 로버트가 나타났고 길을 가르쳐주고 함께 식사하며 호감을 나누고 사랑에 빠진다.

이야기의 흐름은 다소 평면적이나 가슴이 시린 사랑을 잘 표현해낸다. 극의 분위기도 아련함이 가득하다.

인생을 살면서 경험해 볼 수도, 혹은 한 번쯤 상상해 봄 직한 일이긴 하지만 사실 엄밀히 말하면 불륜이다. 민감한 소재인데, 극은 감성에 집중한다. 과거의 꿈과 열정을 잃어버린 이탈리아 이민자 프란체스카가 로버트와의 사랑을 통해 잊고 산 자신을 되찾는 모습을 그려낸다. 여기에 '잡힐 듯한 꿈', '집을 짓다', '단 한 번의 순간' 등 서정적인 넘버들과 그랜드 피아노의 선율로 아날로그 감성을 불어넣는다. 프란체스카가 요리할 때 버터 냄새를 실제로 구현한 것도 인상적이다.

다만 한 번에 많은 앙상블이 나와 가로등 같은 소품을 이동시킬 때 몰입이 다소 깨진다. 인물의 감정에 집중해야 하는 극인데 이로 인해 때때로 시선이 분산된다.

옥주현, 박은태가 원캐스트로 남녀주연을 맡아 감정의 소용돌이를 펼친다. 영화 속 인물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몰입에 지장은 없다. 옥주현은 마음 한편에 있는 열정을 갈망하는 모습부터 갑작스럽게 찾아온 사랑에 빠진 여인, 평생 로버트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모습까지 섬세하게 연기한다. 전작에서 강한 캐릭터를 연기한 박은태는 이번에는 사랑에 자유분방한 낭만주의자로 분해 로버트를 매력적으로 완성해낸다. 특유의 감미로운 음색으로 로맨스에 애절함을 부여한다.

6월 18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다. 165분. 만 13세 이상.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프레인뮤지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