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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아시아챔스리그 무대서 유독 맥 못추는 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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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008년 이어 조별리그 전멸 위기, 전문가들 “예고된 참사”

중·일은 거액 투자 효과…완패한 울산 현대·FC서울 탈락 확정

위기에 몰린 한국 프로축구에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K리그를 대표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출전한 팀들이 줄줄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고 있다.

울산 현대는 26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2017 ACL 조별리그 E조 5차전에서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에 0-4로 완패했다. 이로써 울산은 1승1무3패가 돼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FC서울도 이날 중국 원정에서 상하이 상강에 2-4로 패해 1승4패로 역시 F조에서 탈락했다.

전날 제주 유나이티드가 장쑤 쑤닝(중국)과의 원정경기에서 승점 3점을 따냈지만 16강 티켓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수원 삼성도 같은 날 안방에서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에 패해 역시 16강 진출이 불투명해졌다. K리그는 2003년과 2008년에 이어 ACL 조별리그에서 전멸할 위기에 몰렸다.

축구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예고된 참사라고 말한다. 김대길 스포츠경향 해설위원은 “K리그가 ‘쩐의 전쟁’에서 밀렸기에 생긴 일”이라고 설명했다.

뭉칫돈을 투자하며 ACL에서 급성장한 중국 슈퍼리그는 2010년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무차별 영입하고 있다. 일본 J리그 역시 중계권 계약으로 확보한 20억달러(약 2조3670억원) 중 일부를 ACL 진출팀에 배당금 형식으로 지급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의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투자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K리그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잃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쟁력의 차이는 ‘화력’에서 잘 드러난다. 올해 ACL에서 가장 먼저 16강 진출을 확정한 장쑤는 이적료만 2600만유로(약 320억원)를 주고 하미레스를 데려왔고, 하미레스는 제주를 상대로 두 경기 연속골을 넣었다. FC서울을 침묵시킨 상하이 상강의 헐크도 이적료만 5500만유로(약 672억원)에 달한다.

반면 K리그는 고비마다 빈곤한 득점에 고전하고 있다. ACL에 출전한 4개 팀에서 조나탄(4골)이 뛰는 수원과 멘디(2골)가 버티는 제주는 그나마 낫다. 울산과 서울은 믿음직한 골잡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K리그의 경쟁력 약화는 향후 ACL 티켓 배분에서 불리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현재 K리그는 ACL에서 가장 많은 3.5장의 티켓을 확보했지만, 부진이 계속돼 성적이 떨어지면 티켓도 줄어든다.

현장에선 투자를 늘릴 수 없다면 제도 변화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ACL 경기가 열릴 땐 출전 팀들에 유리하게 일정을 바꾸자는 것이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가와사키는 주말 경기를 하루 앞당겨 금요일에 치렀다. 슈퍼리그는 아예 그 주를 쉬었다. 우리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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