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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슈틸리케호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경질 유예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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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울리 슈틸리케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시리아와의 홈 경기를 앞두고 훈련하면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17. 3. 26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울리 슈틸리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한 번 더 믿기로 했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지난 3일 슈틸리케 감독에게 맡겨진 지휘봉을 거둬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유임’이라는 표현보다는 ‘경질 유예’가 더 적절할 것으로 보이는 결정이었다. 일단 슈틸리케 감독을 믿고 오는 6월 이어지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 카타르와 경기를 준비하기로 했지만 경기 결과에 따라 감독의 거취는 달라질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일단 슈틸리케 감독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기술위의 결정은 내려졌다. 한국의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의 성패가 걸린 카타르전을 어떻게 준비해 위기를 넘느냐에 축구계 전체의 힘과 지혜를 모을 때다. 카타르전을 실패하고 더 나아가 월드컵 본선행이 불발될 경우 한국 축구 전체가 겪을 후폭풍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심각할 것이 자명하다. 남은 기간 대표팀이 신뢰를 회복하고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슈틸리케 감독의 현실인식 바꿀 직언 필요.
슈틸리케 감독은 소속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컨디션 좋은 선수가 아닌 자신이 아는 선수들을 선발하면서 취임 초기 내세웠던 선수 선발의 원칙을 스스로 흔들어놨다. 납득하기 어려운 선발과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기용으로 강한 비판에 직면했다. 이런 문제의 원인으로 제기되는 것은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의 장단점을 명확히 파악하고 한국축구의 현 위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느냐다. 현실 파악과 문제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감독을 바꿀 것이 아니라면 선수 선발과 기용에 조언을 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참모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터져나오고 있다. 고정운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시기상 지금 감독을 교체하는 것은 위험요소가 크기 때문에 좋지 않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불안하다. 거스 히딩크 감독도 박항서 수석코치의 조력이 컸다. 외국 감독들이 한국축구를 정확히 파악하도록 우리 선수들을 잘 알고 현장경험이 풍부한 수석코치가 필요하다. 외국인 코치만 고집하지 말고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국내 지도자들을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풋살연맹 회장이기도 한 김대길 KBS N 해설위원은 “코칭스태프 구성에 문제가 있다. 좀 더 역량이 있고, 감독이 선수 선발 등에서 원칙을 깰 때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설기현 코치와 차두리 전력분석관은 대표팀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줄수는 있을지언정 슈틸리케 감독과 선수 선발과 기용, 전술준비에 대해 직언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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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3일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유임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2017. 4. 3. 파주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기술위원회, 방관말고 앞으로 나서라.
기술위원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지금의 위기상황을 슈틸리케 감독 혼자 만들어낸 것이 아니며 기술위의 잘못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대표팀의 경기력 지표가 전혀 향상되지 않고 있는데 기술위가 세밀한 경기분석을 통해 다음 경기 준비를 돕지 못한 잘못도 있다. 코칭스태프 인선을 용인한 것도 기술위고, 부상 중인 선수를 선발하겠다는 것을 승인한 것도 기술위다. 감독한테 모든 책임을 미루지 말고 기술위가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위가 행정적인 측면에서 대표팀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했고, 위기가 심화되는 와중에 적절한 원인분석과 대책마련도 내놓지 못했다는 주장이었다. 김대길 위원도 “유임을 결정하면서 기술위도 운명공동체가 됐다. 적극적으로 나서 그동안의 실책을 수정하고 대표팀이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위의 역할과 관련해 상대팀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우리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 방안이 함께 마련되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상대 분석이 보다 더 치밀해져야 한다. 전술은 물론이고 선수들의 성향까지 제대로 파고 들어야 한다. 코치진은 물론 기술위도 역할을 나눠 제 몫을 해야 하고 슈틸리케 감독은 (기술위와)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코칭스태프 보강처럼 기술위가 나서야 해결될 수 있는 일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라는 주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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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시리아전 경기 후 상대와 인사를 하고 있다. 2017. 3. 28.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선수단 통제, 심리적 요인 상승이 해법.
고정운 위원은 “선수단 내부에서 미팅으로 풀었어야 할 문제를 바깥으로 드러낸다는 것은 팀 내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선수들이 공개적으로 팀 내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다수 전문가들이 구심점없이 모래알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대표팀 내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전술변화보다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대표팀 코치를 역임했던 박건하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전술보다 분위기가 더 큰 문제”라면서 “전술은 구성원의 정신에서 비롯되는 것이 매우 크다. 팀이 하나로 뭉쳐야 지금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달 중국과 시리아를 상대하면서 대표팀 주장인 기성용을 중심으로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마음가짐과 개인기량에 대한 지적이 터져나왔다. 자성의 의미를 담고 있기는 했지만 선수 상호 간의 불만이나 코칭스태프에 대한 불신이 기저에 자리한 것으로 비쳐질 수 있었다. 김대길 위원은 “기술위의 유임 결정으로 인해 감독의 힘이 빠졌다. 한 경기 결과로 쫓겨날 수도 있는 감독을 선수들이 믿고 따라갈 수 있겠나. 선수단 장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한준희 위원도 “선수들의 투지와 사기를 끌어올려야 한다”면서 “선수 개개인이 ‘이 감독과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마음을 품을 수 있어야 팀이 살아난다”고 같은 맥락의 지적을 내놨다. 신문선 교수는 “경기력을 이루는 요소로 체력과 기술, 전술에 더해 심리적인 요인을 빼놓을 수 없다. 서로 간 불만과 불신의 모습이 겉으로 보이고 있는 것이 대표팀의 큰 문제다. 팀 내 갈등요소를 찾아 해결하고 선수들의 동기를 유발할 요인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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