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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이종열의 진짜타자] 무너진 듯 무너지지 않은 나지완의 ‘컨택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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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프로야구 개막전 만루홈런 포함 멀티 홈런을 날린 KIA타이거즈 나지완(32)의 초반 맹타가 폭발적이다.

나지완의 타격 모습을 살펴보면 몸이 앞쪽으로 나가면서도 홈런과 안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상체가 앞쪽으로 쏠린 상태에서 장타를 만들어 내는 비결은 원활한 체중이동을 통한 가장 힘을 쓸 수 있는 위치에서 볼을 맞히는 컨택 포인트이다.

삼성 라이온즈와 개막전에서 나지완은 8회초 1사 만루의 찬스에서 삼성 투수 김승현의 146km 빠른 공을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바깥쪽으로 꽉 찬 공을 자세가 무너지는가 하면서 툭 건드리듯 때린 공이 우중간 펜스를 넘기는 만루 홈런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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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루 홈런을 만들어낸 이 자세는 흔히 말해 중심이 무너졌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하지만 결과는 만루 홈런이라는 반전이었다. 위의 사진에서처럼 얼핏 보면 자세가 무너진 것 같이 보일 수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보통 완벽한 자세라는 것은 균형을 맞춘 상태로 예쁜(?)타격 자세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타격자세란 적절한 타이밍, 균형적인 체중이동, 투구에 맞춘 스윙궤적, 이상적인 컨택 포인트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물론 투수가 던지는 빠른 직구와 다양한 변화구에 대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위의 사진에서 보듯 나지완은 컨택 포인트에서 타자가 지켜야 하는 체중이동과 몸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상적인 컨택 위치인 우타자 왼쪽다리 앞쪽 약 30cm 위치에서 공을 맞혔다. 그래서 가볍게 툭 친 것 같지만 타구는 엄청난 비거리를 기록하며 장타가 된 것이다.

보통 코스별로 컨택 포인트가 다르다고 한다. 하지만 타석에서 인위적으로 포인트를 만들어 내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타자의 스윙에서 가장 스피드가 빠른 지점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볼을 보고 본능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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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올 시즌 개막전에 나지완이 0-0인 2회초 주자 없는 상황 삼성 선발 재크 패트릭의 2구째 높은 싱커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며(솔로홈런) 2017시즌 첫 홈런의 주인공이 된 장면이다. 이 홈런 역시 가볍게 툭 친 것 같은데 타구는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이 됐다. 홈런 2개 모두 가볍게 쳤고, 컨택 포인트가 왼발 앞쪽에서 형성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스탯캐스트 자료에 의하면 발사각도 26도에서 30도 사이와 배트속도 98마일 이상의 빠르고 강한 스윙이 생산성이 높은 타격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접근해 생각을 해보자. 타자가 타석에서 스윙을 시작하면 배트 스피드가 0km의 속도에서 시작해 원을 그리며 점점 가속도가 붙는다. 그리고 속도의 정점에 다다르면 반대로 배트를 멈추기 위해 감속을 시작한다. 그래서 배트의 속도가 가장 빠른 시점에 도달 하였을 때 볼을 맞혀야 가장 강한 타구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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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은 로버트 어데아 교수가 쓴 책 야구의 물리학에서 공이 배트에 맞기 0.15초 전까지 일반적인 배트가 그리는 스윙궤적과 배트의 속도를 나타낸 것으로 보통 0.01초 때는 12km의 속도로 움직여서 정점인 0.15초 후 114km의 속도가 나오고 있다(배트의 속도는 선수에 따라 차이가 있다).

출발에서부터 점점 가속도가 붙으며 정점에서 가장 큰 스피드를 만들어 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배트 스피드 역시 몸의 운동체인의 순서처럼 발-무릎-허리-몸통-팔로 연결돼 힘이 전달되듯, 뒤에서부터 순서대로 연결되지 않으면 스피드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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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완의 타격자세를 보면 하체부터 시작해서 허리로 연결된 후 배트의 가속구간을 거쳐 최대 속도구간을 지나 감속구간을 보여주고 있다. 최대 속도구간에서 볼을 맞히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가 선행되어야 한다.

켄사스시티 레전드 조지 브렛(64)은 NC다이노스 초청으로 2017 KBO리그 개막 시리즈 마지막 날 시구를 하기 위해 입국했다. 그는 통산 317홈런 1595타점 타율 0.305를 기록했고, 올스타에 12차례나 선정된 선수였다. 조지 브렛은 신인시절 타격코치였던 ‘3할의 예술’의 저자 찰리 로우를 만났기 때문에 좋은 타격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찰리 로우는 볼을 멀리 보내기 위해 무조건 세게 휘두르는 것이 아닌 체중이동을 통한 스윙에 대해 조언을 해줬다. 요지는 “무게 중심을 이용한 뒤쪽 다리에 체중을 실었다가 앞쪽다리로 옮겨서 레벨 스윙을 통해 좋은 타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상적인 컨택 포인트에서 공이 맞았다고 해도 체중이동과 균형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라면 의미가 없다. 좋은 컨택 포인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 가지의 요인이 아닌 다양한 것을 하나로 압축해 내는 기술이 필요하다.

필자가 보기에 올 시즌 개막 3연전에서 맹타를 휘두른 나지완의 타격 비결은 이상적인 컨택 포인트였다. 원활한 체중이동을 통해 힘을 만들어 낸 뒤 본능적으로 공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 타격자세란 본능을 억제하는 하는 것이 아닌 본능에 가깝게 움직일 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첫 단추를 잘 끼운 KIA 나지완의 올 시즌을 기대해본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사진=SBS스포츠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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