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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진흙 속엔 이제 진주가 없나 … 위기에 빠진 오디션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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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 흥행 이후 우후죽순

일정 수준 갖춘 출연자 씨가 말라

연습생·기성가수에까지 문호 열어

내달 시작 ‘프로듀스 101 시즌2’

일부 참가자 인성 논란으로 하차

오디션 프로그램이 흔들리고 있다. 다음 달 7일 첫 방송을 앞둔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는 시작도 하기 전에 굿데이터 코퍼레이션 화제성 조사에서 2위에 올랐다. 노래·춤 등 심사 결과에 따라 A~F 등급으로 나뉜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일상 생활에서도 해당 등급이 그대로 적용돼 단체 생활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카스트 제도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앞서 명단이 공개되기가 무섭게 과거 일진설이 제기된 한종연 등 3명이 하차해 출연자는 101명에서 98명으로 줄어들었다. 벌써부터 ‘다음 하차는 누가 될 것인가’라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과연 이같은 관심은 프로그램에 호재가 될까, 아니면 악재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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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프로듀스 101 시즌2’엔 6년차 뉴이스트·‘성룡돌’ JJCC 등 이미 데뷔 경험이 있는 참가자가 23명에 달한다.[사진 각 방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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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봉착한 것은 ‘101’뿐만이 아니다. SBS ‘K팝스타 시즌6’는 라스트 찬스를 표방하며 기성 가수와 연습생에게 문호를 개방했지만 이는 되려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는 족쇄가 됐다. 현재 TOP4에 진출한 퀸즈·보이프렌드·샤넌·민아리 중 순수한 신인 참가자는 11살 동갑내기 듀오 보이프렌드의 김종섭·박현진 밖에 없다. 샤넌은 2013년 JTBC ‘히든싱어’ 아이유 편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이듬해 데뷔한 가수요, 민아리의 전민주는 같은 프로그램 시즌2에 참가해 5인조 걸그룹 디아크로 활동했다.

‘프로듀스 101’ 출신인 이수민을 비롯 고아라·김소희·크리샤 츄·김혜림은 모두 기획사에 소속된 연습생이다. 이 때문에 싱어송라이터를 발굴 및 육성해온 안테나의 유희열 심사위원이 프로듀싱한 참가자들은 이미 TOP10의 문턱에 오르지도 못하고 전멸했다. 한 번도 매스컴을 타지 않은 ‘진흙 속의 진주’를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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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K팝스타 시즌6’에 출연한 연습생으로 구성된 퀸즈. [사진 각 방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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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 이는 우후죽순으로 퍼져나간 오디션 프로그램과 하루가 멀다 하고 신인 그룹이 쏟아져 나오는 아이돌 시장과 무관하지 않다. 2009년 ‘슈퍼스타K’ 이래 등장한 각양각색의 오디션 프로그램 덕분에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미 노래만 잘해서는 안된지 오래 됐다. 점점 더 많은 걸 요구하기 때문에 웬만한 실력으로는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연습생을 보유한 기획사가 참여하고 상업적인 색채가 짙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획사 시스템 안에서 트레이닝 받은 연습생은 일정 수준 이상을 담보할 수 있는 훌륭한 재원이요, 화제성과 시청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안정성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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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틴’, ‘프로듀스 101’을 거쳐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 또다시 걸그룹을 준비하고 있는 전소미(왼쪽에서 셋째). [사진 각 방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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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다시 ‘중고신인’ 양산 문제로 이어졌다. Mnet ‘고등래퍼’에서 성매매 의혹이 제기돼 하차한 장용준이 다시 ‘쇼미더머니6’에 출사표를 내고, 전소미는 ‘프로듀스 101’을 통해 결성된 걸그룹 아이오아이가 활동을 종료하자 다시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2’에 합류해 걸그룹을 준비하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사생활이 만천하에 드러난 경우에도 탈출책으로 또다른 오디션을 찾고, ‘식스틴’ 등 오디션으로 흥한 출연자 역시 이미 꿈같은 데뷔를 이뤘건만 다시 연습생으로 돌아가는 아이러니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정규직 전환을 전제로 한 인턴 채용 전형이 끝나면 다시 인턴을 전전하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 같은 모습이랄까.

서정민갑 음악평론가는 “우리 사회에서는 오디션 프로를 신인 뮤지션 발굴뿐 아니라 보통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통로로 바라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 사회의 비정상적인 분배구조나 불평등에 대한 생각이 뿌리깊게 박혀 있기 때문에 “연습생과 일반인 참가자의 출발선이 같은가” 하는 문제를 지적하고, “과거에 잘못이 있는 사람은 폭로해서라도 성공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오디션을 통하면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공식이 성립된 이상 참가자들을 향한 도덕적 잣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내가 좋아하는 스타는 내가 만든다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의 서사에 참여하기 때문에 이같은 성향은 강해진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마치 ‘프린세스 메이커’ 같은 게임처럼 과정을 즐기는 시청자들이 많아지면서 역설적으로 결과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졌다”며 “이들이 프로그램 밖에서 그 인기를 이어가지 못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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