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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인터뷰S] '보통사람' 장혁 "규남, 그때 그 시절의 시스템을 대표하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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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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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영화 ‘보통사람’에서 표면상 악역은 배우 장혁(41)이 연기한 규남이 담당한다. 보통 사람이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하는, 평범하지 않은 세상에서 규남은 평범한 삶을 가로막는 인물이자, 그 시대의 시스템이기도 하다.

규남은 국가를 위해 물불 안 가리는 냉혈한이다. 서울대 법학과 재학 중 최연소 사법고시 합격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엘리트 검사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다 남산으로 들어와 안기부의 실세가 됐다. 최연소 안기부 실장인 규남. 그가 평범했던 형사 성진(손현주 분)의 삶에 들어오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연출을 맡은 김봉한 감독 역시 규남에 대해 “시대를 관통하는 인물”이라며 1980년대를 대변하는 시스템과 같은 캐릭터라는 사실을 설명하기도 했다. ‘보통사람’ 촬영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 감독은 현장에서 장혁에게 그 시대의 시스템을 대표하는 인물로 표현하기를 원했고, 감정이 제어된 사람으로 표현하길 바랐다.

“규남은 1980년대 가장이기도 했지만, 그 시기에 시스템을 진두지휘했던 사람의 위치였다. 감독님이 현장에서 주문했던 것은 안타고니스트로(적대자)의 역할과 그 시대의 시스템을 대표하는 인물로 표현하는 것, 감정이 제어된 사람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어떤 의미인지는 이해했다. 하지만 두가지 포인트에서는 감정을 넣고 싶다고 말했다.”

장혁이 감정을 넣었던 신은 두 부분이었다. 초반 자신을 가르쳤던 교수를 찾아갔을 때. 감정이 배제된 사람이라고 하지만, 규남 역시 인간이었고, 그래도 은사였던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킨 것이라는 설명이다.

“규남의 특성상 감정을 폭발 시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름의 감정을 담아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은사가 아니었다면, 직접 찾아가지 않았을 것 같다. 누군가에게 데려오라고 지시했을 것이다. 그리고 한 장면은 마지막 부분에 있다. 아무리 규남이라도 무너지는 지점이 있었을 것이다. ‘너 나 몰라?’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이다. 다른 시선으로 보면 규남 역시 시스템과 국가적인 위치에서 희생당한 사람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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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은 이런 규남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감정 없이 툭툭 던지는 말투와 함께 강요가 아닌, 권유형 말투로 모든 사람을 아래로 깔아보는 듯한 규남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규남의 말투를 보면 아이들에게 하는 말투다. 반대로 생각하면 성인을 아이 대하듯 한다는 것이다. 한참 밑으로 바라본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 말투가 마음에 들었다는 표현보다는, 표현하고자 하는, 목적에는 다가간 것 같다.”

영화에 많이 표현되지는 않지만 그 역시 한 집안의 가장이다. 집 앞에서 성진과 마주했을 때, 그의 손에는 과자가 들려있다. 높은 담장 넘어 규남의 아이가 있을 것이고, 그 아이를 위한 과자일 것이다. 하지만 철저하게 배제 시켰다. 연민이나 동정을 받지 못한 안타까움은 없었다. 작품 속 안타고니스트로의 역할이면 충분했다.

“규남은 안타고니스트다. 좋은 사람으로 보일 이유는 없다. 가고자 하는 이야기, 영화에서 규남의 롤은 적대자다. 굳이 규남의 사적인 부분에까지 시간을 할애할 필요는 없었다. 규남은 그냥 그 시대의 시스템인 셈이다.”

공감과 지지까지는 아닐지라도, 연민은 느껴지기 마련이다. 영화 속 안타고니스트, 시대를 관통하는 악인, 시스템이 만들어낸 괴물일지라도 연기하는 입장에서 캐릭터에 대한 연민은 당연한 감정일지도 모른다. 장혁 역시 규남에게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배우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어쩌다 이런 사람이 됐는지를 생각한다. 감정의 근원을 찾고, 생각 없는 악인이 아니기에 생각을 하게 된다. 규남보다 더 못된 사람이 안기부장이다. 또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도 버텼던 추재진 기자(김상호 분)역시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취재하기 위해 돈을 건네기도 한다. 그 시스템을 대변하는 사람도 있고, 그 시대에 당한 사람도 있다. 관객으로서는 그냥 그 시대를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생각에 막막하고 먹먹해진다. 또 연기자의 입장에서는 캐릭터에게 느껴지는 연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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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은 ‘보통사람’ 속 규남의 역할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대로 연기했다. 강력한 적대자가 있을 때, 관객들의 몰입이 높아지기도 한다. 배우는 캐릭터에 연민을 느꼈을지라도 관객들까지 느낄 필요는 없었다. 규남이 악해 보일수록 ‘보통사람’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진폭은 더욱 커지기 때문이고, 영화를 본 후 먹먹함이 더욱 커지는 이유인 셈이다.

한편 ‘보통사람’은 1980년대,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강력계 형사 성진이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현재 극장 상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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