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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택견 고장' 충주 택견계 안방 개최 전국체전 못 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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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택견단체들 사활 건 통합 노력…뿌리깊은 내분 봉합할 지 관심

한국택견협회 제도권 진입, 대한택견회 오명 씻고 정통성 강화 할 기회

(충주=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한국 전통 무술 택견은 세계 무술 최초로 201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지만, 국내 택견계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오랜 분열에 시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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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 시연[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가운데 국내 택견계를 주도하는 두 단체가 통합을 추진 중이어서 뿌리 깊은 갈등을 청산하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택견협회(총재 윤진식)와 대한택견회(회장 김상훈)는 최근 택견계 대통합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통합 작업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들 단체는 경기규칙과 수련체계, 지도자 자격증, 동증(단증) 등 단일화를 거쳐 단체 통합을 최종 목표로 한다.

주류 택견계는 이들 두 단체와 결련택견협회 등 크게 세 갈래로 나뉘어 있지만, 주도적 역할을 하는 건 한국택견협회와 대한택견회다.

따라서 이들 단체가 통합에 성공하면 사실상 택견계의 통일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택견계에서 통합 추진 얘기가 처음 나온 건 지난해 7월께다.

외견상 내세운 통합 추진의 명분은 택견계 화합과 발전이지만 사실은 각자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측면이 강하다.

두 단체 모두 여러 문제에 부닥쳐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이어서 통합이 절실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택견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대한체육회 가맹단체로 정부 지원을 받아왔지만, 2014년 당시 이모 회장이 보조금 유용 혐의로 구속기소된 뒤 큰 위기를 맞았다.

체육계에서 뛰어난 정치적 수완으로 이름을 날리던 이 회장의 구속으로 보조금 지원이 끊기고 위상도 크게 떨어졌다.

충주를 중심으로 한 한국택견협회는 정통성을 상대적 강점으로 내세우지만 대한택견회의 '정치력'에 밀려 경기적 측면에선 아직도 제도권 밖에 머물고 있다.

대한체육회에 가입하지 못한 탓에 택견이 2011년부터 전국체육대회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뒤에도 한 차례도 출전하지 못했다.

더구나 올해 전국체전은 충주에서 열리는데 통합에 실패하면 이번 대회에도 참가할 수 없어 손님들에게 안방만 내주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두 단체는 전국체전 이전에 경기규칙이라도 단일화해 함께 대회에 참가하고 택견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도록 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 상태다.

택견계의 한 관계자는 "택견계를 주도하는 두 단체 모두 위기감이 팽배한 상태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통합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다"며 "택견계 통합만 놓고 보면 하늘이 내린 기회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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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택견협회-대한택견회 통합 추진 업무협약[연합뉴스 자료사진]



택견계 내분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시대 큰 사랑을 받던 택견은 일제 탄압과 서구문물 유입 등 영향으로 점차 인기가 시들해지며 일반인들에게서 멀어져 갔다.

이후 초대 택견 예능보유자인 송덕기(1893∼1987), 신한승(1928∼1987) 선생이 각자 선대로부터 배운 기술을 전수하며 택견의 맥을 이어갔지만,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갈등이 싹트기 시작했다.

송덕기는 서울 사직골과 종로를 중심으로 한 '윗대 택견'을, 신한승은 왕십리와 청계천·을지로, 지방에서 성행하던 '아랫대 택견'을 뿌리로 한다.

따라서 품밟기(발 이동 동작)와 활갯짓(손짓)을 비롯해 기술과 동작이 크게 달랐다.

이 때문에 겉으로 크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미묘한 신경전이 계속되다가 인간문화재 지정과 전수생 선정 과정에서 적잖은 갈등이 표출됐다.

우여곡절 끝에 함께 인간문화재로 지정된 송덕기와 신한승은 1983년 어색했던 관계를 정리하고 화해한 뒤 나란히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택견계 갈등은 그 뒤로도 그칠 줄 몰랐다.

두 사람의 제자들이 양보와 타협을 거부한 채 서로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몰두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여기에 충주와 서울 외에 부산에도 새로운 계파가 생겨나면서 택견계 갈등은 한층 더 복잡해졌다.

신한승의 제자인 택견 예능보유자 정경화 씨와 박만엽 한국택견협회 상임 부총재는 박 씨의 충북도 예능 보유자 지정 문제를 두고 갈등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1970년대부터 한 스승 밑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택견을 수련해 온 동문이다.

택견계 관계자는 "이번 단체 간 통합 노력이 좋은 결실을 거둬서 택견계 내부 갈등을 정리하고 새로운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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