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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韓축구 월드컵 최종예선] `창사 참사`…中 원정 사상 첫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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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축구 월드컵 최종예선 중국에 0대1 충격敗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축구대표팀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공한증(恐韓症)'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원정에서 치른 중국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후반기 첫 경기에서 0대1로 패했다. 이로써 역대 한중전 전적은 18승12무2패가 됐고, 한국은 러시아로 가는 길에 빨간불이 켜졌다. 반면 중국은 실낱같은 월드컵 진출 가능성을 살리며 환호했다.

한국이 중국에 패한 것은 2010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0대3 대패 이후 두 번째고, 중국 원정 패배는 한국축구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라운드 밖도 '전쟁'

킥오프 휘슬이 울리기 전부터 분위기는 이미 뜨겁게 달아올랐다. 경기가 열린 창사 허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은 국족복지(國足福地), '중국 축구대표팀이 복을 받는 땅'으로 알려진 중국 축구 성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중국이 창사에서 8번의 경기를 치러 4승4무를 거뒀기 때문이다. 당초 고지대 쿤밍에서 경기를 치르려던 중국은 최종예선 첫 승을 기원하며 창사로 경기장까지 변경했다.

최근 한국 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까지 맞물리며 창사 시민들도 이에 뜨겁게 반응했다. 경기가 열리기 전 광장에는 축구뿐 아니라 사드 용지를 제공한 롯데까지 겨냥해 '한국을 괴롭히고 롯데를 뒤집자'는 구호가 쓰여진 현수막이 내걸렸고, 3만명이 넘는 중국 축구팬이 입장한 경기장에는 심지어 '죽일 살(殺)'자가 적힌 피켓까지 등장했다.

250명에 불과하지만 '일당백'의 기세로 경기장에 들어선 붉은 악마 응원단은 한국의 대형 태극기를 펼치며 힘겹게 중국 관중에 맞섰다. 중국 당국은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 무려 1만명에 달하는 공안 병력을 투입했지만 중국 관중은 애국가가 연주되는 동안에도 야유를 퍼붓는 '비매너'까지 보였다.

수비는 '허술' 공격은 '답답'

경기 전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은 "관중이 많을수록 우리가 유리하다. 대관중 속에서 더 많은 경기를 한 쪽은 우리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그 호언장담도 3만명이 넘는 중국 관중의 붉은 물결 속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간간이 역습을 시도하던 중국이 전반 코너킥 상황에서 공격수 위다바오(베이징 궈안)의 기습적인 헤딩으로 선취골을 기록하자 중국 응원단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홍정호(장쑤 쑤닝)와 장현수(광저우 푸리)가 중앙을 맡은 수비진은 4차전 이란 원정 경기부터 우즈베키스탄과의 5차전 홈 경기, 그리고 이날 경기까지 3경기 연속으로 전반전 선제 실점을 허용하며 '중국화' 논란을 지우지 못했다. 중국이 이번 최종예선 6경기 동안 넣은 3골은 모두 한국을 상대로 한것이었다.

공격도 답답했다. 한국은 전반전 내내 점유율에서 6대4로 앞서고 슈팅 숫자도 5대4로 앞섰지만 '한 방'이 모자라 득점과는 연을 맺지 못했다. 경고 누적으로 벤치를 지켜야 했던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의 부재가 아쉬워지는 순간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황태자' 이정협(부산)을 김신욱(전북)으로 바꾸고, 이후에도 '막내' 황희찬(잘츠부르크), 첫 발탁된 허용준(전남) 등 남은 공격 자원을 총동원했지만 중국 수비진의 육탄 수비 앞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특히 골대로 향하던 유효 슈팅을 모두 막아낸 중국 골키퍼 정청(광저우 헝다)이 최고의 수훈 선수가 됐다.

매너도 전술도 모두 졌다

경기는 물론 매너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 후반 종료를 앞두고 황희찬이 경합 중 쓰러진 중국 선수에게 공을 차는 등 대표팀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경기를 유도한 중국은 공격수 장위닝(비테세) 한 명만 남겨두고 전부 내려서서 첫 안방 승리를 만끽했다.

탄탄한 포백과 위협적인 역습으로 승리를 챙긴 '여우'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삽시간에 중국 축구의 구세주로 등극했고, 무려 913일 동안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역대 최장수 한국 감독이 된 슈틸리케 감독은 체면을 구긴 것은 물론 무의미한 점유율에 집착하는 축구로 경질 위기까지 몰리게 됐다.

경기 후 곧바로 귀국행 비행기에 오른 한국대표팀은 휴식 없이 다음 경기를 준비한다. 승리는 물론 A조 선두 탈환도 실패하고, 2위 자리도 불안해진 만큼 오는 28일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지는 시리아와의 7차전 경기는 승리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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