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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시범경기서 드러난 신임감독 4인4색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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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올시즌 프로야구에는 새로 지휘봉을 잡은 신임 감독 4명이 불러올 새 바람에 대한 기대가 크다.

삼성은 부임 이후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과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던 류중일 감독 대신 김한수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겨 변화를 꾀하고 있고 SK는 창단 이후 처음으로 외국인인 트레이 힐만 감독을 선임해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외국인 사령탑의 등장은 과거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 이후 7년 만이다. 넥센은 또다시 프런트 출신의 감독 영입이라는 파격을 선택했다. 운영팀장을 지낸 장정석 감독에게 시스템 야구의 콘트롤타워를 맡겼다.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던 kt는 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적임자로 김진욱 감독을 낙점했다. 네 명의 신임 감독들은 시범경기를 통해 자신만의 야구에 색채를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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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김진욱 감독이 9일(한국시간) 애리조나주 메사 슬로안파크에서 가진 일본프로야구 니혼햄과의 연습경기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며 손뼉을 치고 있다.


◇ 꼴찌를 선두로 바꾼 칭찬의 힘
스프링캠프 때부터 김진욱 감독의 표정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꼴찌’라는 낙인이 찍혀 주눅이 들어있던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지적보다는 격려를 했고 질책해야할 때 오히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안되는 것을 끌어내려하기 보다는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도록 선수들의 용기를 북돋웠다. 선수들은 신바람으로 감독의 칭찬에 화답했다. 22일 LG에 역전패해 무패행진에 제동이 걸렸지만 kt는 시범경기에서 6승1무1패로 당당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다. 김 감독도 이날 경기를 앞두고 “이 정도로 잘해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좋아지는 것도 과정이 있고 때로는 급성장하는 케이스도 있지만 팀 전체가 한꺼번에 업그레이드되는 것은 드문 일”이라며 놀라워했다. 그는 “주장 박경수는 물론 이진영, 유한준 등 고참 선수들이 큰 역할을 해주고 있고 파트별 코치들이 전권을 위임받아 계획대로 차근차근 선수들을 이끌어준 덕분”이라고 모든 공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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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2017 프로야구 시범경기 NC 다이노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넥센 장정석 감독이 코치들에게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2017. 3. 15창원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 시스템야구에 최적화된 전문가
장정석 감독은 선수 출신이지만 지도자 경험은 전무하다. 그러나 그는 넥센이 창단한 이후 거의 모든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시스템야구가 정착해온 과정을 함께 한 인물이다. 넥센이 추구하는 야구에 대해 누구보다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지난 9년 동안 차곡차곡 경험을 쌓으며 진화한 시스템야구에 현장의 목소리를 얹어 시스템야구의 결정판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벤치에서 나가는 볼배합 사인을 없애는 등 과감하게 실험적인 변화도 주도하고 있다. 시범경기 초반에는 2무 3패의 더딘 출발을 했지만 최근 3경기에서는 2승 1무를 거두며 만만찮은 지도력을 과시했다. 2승은 모두 막판 짜릿한 역전승이었고 22일 롯데전에서도 5-8로 끌려가던 9회말 결국 3점을 뽑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투수교체, 대타 투입을 비롯한 작전 타이밍이 이제는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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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서진용과 트레이 힐만 감독이 1일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 구장에서 진행된 훈련 중에 어깨동무를 하며 친밀한 모습을 과시하고 있다. 2017.02.28. 구시카와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 부드러움과 카리스마를 한 몸에
힐만 감독은 부드러움과 카리스마가 공존하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휘어잡았다. 메이저리그의 자유분방함에 일본 프로야구를 통해 체득한 섬세함까지 더해 창의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야구를 추구한다. 짧은 기간이지만 그런 그의 매력에 SK 선수들도 푹 빠져있다. 편안하게 선수들을 풀어놓는 것 같지만 필요한 부분은 날카롭게 파고들기 때문에 선수들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선수단 미팅때 신인선수들에게 고참선수를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 등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법으로 팀 분위기도 일신했다. 시범경기에서는 2승2무4패로 하위권에 처져 있지만 선수단 내부에서는 하고자 하는 의욕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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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마산야구장에서 2017 프로야구 시범경기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린다. 삼성 김한수 감독이 구자욱에게 타격지도를 해주고 있다. 2017. 3. 19창원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 초보답지 않은 정중동(靜中動)의 뚝심
김한수 감독은 조용하다. 말수가 적은 편이기도 하지만 타고난 성격이 차분해 일희일비하는 법이 없다. 시범경기에서도 주어진 상황에 맞게 계획을 세우고 흔들림없이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자신만만한 그의 표정에서 어떤 상황에도 긴장하지 않는 고수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시범경기가 감독 경력의 첫 장을 여는 의미있는 무대라는 사실을 잘알고 있지만 마치 베레랑 감독인 것처럼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이라며 무심하게 내뱉는다. 삼성은 시범경기에서 1승 1무 6패로 최하위로 처져있다. 22일 KIA전에서도 3-4로 패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승부는 정규시즌에서 하면 된다. 시범경기 성적은 아무 의미가 없다. 우리 페이스대로 가면 된다. 지금은 선수들의 컨디션이 오키나와 캠프 막바지에 최고점을 찍고 하강곡선을 그리는 시기다. 서서히 끌어올려 시즌 개막에 맞추면 된다”며 ‘승리’보다는 ‘점검’에 주력하고 있다. 조용해서 더 무서운 김 감독의 뚝심이 시즌 중에 어떻게 폭발하게 될지 궁금하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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