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상처 뿐인' 1승, 사구 4개에 만신창이

[OSEN=고척, 한용섭 기자] 홈에서 야심차게 대회를 개최했지만, 이미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된 상황이었다. 그래도 다음 대회 예선 강등을 피하기 위해서는 승리가 필요했다.

한국 WBC 대표팀은 9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2017 WBC 1라운드 A조 최종전 대만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가까스로 11-8로 승리했다. 자칫 패배했다면 아픔이 두 배가 될 뻔했다. 상처 뿐인 승리였다. 대만 투수들의 사구 세례에 몸은 멍들고,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모두 아팠다.

이스라엘, 네덜란드 상대로 19이닝 1득점을 빈타. 김태균의 장난스러운 거수 경례 논란, 패배를 앞둔 상황에서 주장 김재호의 웃음 등으로 대표팀은 경기력 뿐만 아니라 국가대표로서 자세와 태도에서 큰 비난을 받았다.

비난 여론을 의식한 대표팀 선수들은 9일 대만전을 앞두고 모두들 입을 다문 채 굳은 얼굴이었다. 1라운드 탈락이라는 성적 부담감에다 비난 여론으로 인해 대표팀 선수들은 함부로 얼굴에 웃음기도 드러낼 수 없었다.

대만과의 경기에서 아픔을 참고 뛰어야 했다. 이날 대표팀은 사구가 4개나 나왔다. KBO리그에서도 투구에 자주 맞는 박석민이 2회 궈진린의 강속구에 첫 사구를 맞았다.

특히 4번타자 이대호는 아찔한 사구를 맞았다. 2회 대만 3번째 투수 판웨이룬이 던진 직구에 헬멧의 귀 옆부분을 맞았다. 이대호는 공을 맞고 주저앉아 통증을 호소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트레이너가 달려나와 이대호의 몸 상태를 살폈다.

한동안 고통스러워하던 이대호는 일어나 1루로 걸어나갔다. 주루 플레이도 하고 2회 수비에서 1루수로 계속 출장했다. 자칫 큰 부상을 당할 뻔한 이대호는 4회 1사 1,2루에서 판웨이룬 상대로 1타점 우중간 2루타를 터뜨려 복수에 성공했다.

5회에는 민병헌이 왼손 투수 황성슝의 투구에 '악' 소리를 내며 허리를 맞았다. 사구가 계속 나오자 심판진은 5회 도중 양팀 벤치를 향해 사구에 대한 주의를 줬다. 또다시 사구가 나오면 퇴장도 불사한다는 뜻이었다. 대만은 2회 린저슈엔이 양현종의 투구에 맞은 바 있다.

하지만 이대호는 또 맞았다. 6회 1사 후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는 좌완 황숭셩의 원바운드 볼에 왼 무릎 부위를 맞았다. 두 차례 사구를 맞은 이대호는 상당히 기분 나쁜 표정을 드러냈다. 이대호는 1루로 걸어나간 후 대주자 오재원으로 교체됐다. 사구를 던진 황숭셩은 심판의 예고대로 곧장 '퇴장' 당했다.

사구에 멍든 이대호의 교체로 인해 대표팀은 후반 동점을 허용했지만, 중심 타선이 약해지는 부메랑이 되기도 했다. 패배했다면 더욱 속이 쓰렸을 것이다. /orange@osen.co.kr

[사진] 고척=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