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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WBC] 똑같은 탈락이지만…희비 갈린 한국과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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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똑같은 예선탈락이지만 분명 다르다. 한국과 대만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9일 오후 고척 스카이돔에서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A조예선 마지막 경기 대만전을 치른다. 대표팀과 대만 모두 탈락이 확정됐지만 꼴찌를 면하기 위해,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다음 대회 예선라운드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대표팀과 대만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기대치라는 측면에서 양 팀 상황이 엇갈렸기 때문. 우선 대표팀은 막다른 곳에 몰렸다. 역대 최약체라 불리기는 했으나 전지훈련, 장기간 소집, 홈 이점, 팬 응원, 전현직 메이저리거 오승환-이대호의 합류 등 해볼 만한 이점도 많았다. 최소한 조 2위는 가능할 것이라 예상됐으나 첫 경기 이스라엘 전부터 패하며 계획이 어긋나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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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팀은 2라운드 탈락과 함께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성적과 함께 김태균의 거수경례, 경기 중 포착된 웃음기 가득한 선수들의 모습까지 더해지며 대표팀을 향한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전날 고척돔에서 이뤄진 대표팀 선수들의 훈련은 어둡다 못해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선수단 내 부상 소식도 고민거리. 감기몸살로 병원을 다녀온 김태균은 대만전 출전이 불투명하다. 양의지, 김재호 등 부상으로 네덜란드전에 나서지 못했던 선수들의 회복상황도 하루 이틀 사이 크게 나아지기 어렵다. 또한 선발로 나서는 양현종은 대만전이 본 대회 첫 실전. 각종 어려움 속 부담스러운 피칭을 앞두게 됐다. 결국 이러한 최악의 안팎 분위기는 선수들이 넘어야 할 가장 큰 고비가 될 전망이다.

대만도 물론 탈락이 확정됐기에 유쾌할리는 없다. 그래도 한국 대표팀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일단 기본적인 기대치가 다르다. 역대 최약체로 꼽힌 한국보다 더한 최약체로 평가됐던 팀이 바로 대만이었다. 현역 메이저리거는 한 명도 없고 심지어 내분으로 인해 자국 프로리그 우승 팀 라미고 몽키즈는 한 명도 차출되지 못했다. 다 포함됐다하더라도 A조에서 고평가 받지 힘들었을 대만은 말 그대로 반쪽 전력으로 한국에 입성했다. 대회 전 경찰청과 두 번의 연습경기에서도 한 번도 이기지 못하며 최약체임이 확실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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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약체로 꼽힌 대만이 의외로 끈질긴 모습을 보여주며 한국을 안심 못하게 만들고 있다.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하지만 첫 경기 이스라엘전, 몸이 덜 풀린 탓인지 초반에 두들겨 맞았으나 후반부에 매서운 집중력으로 무려 7점이나 따냈다. 손쉽게 승리하는 듯했던 이스라엘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하루 뒤 네덜란드전도 패했지만 세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을 보여줬다. 한국을 여유 있게 이겨버린 네덜란드에게 대만은 경기 중후반까지 승리를 눈앞에 뒀을 정도로 유리하게 경기를 끌고 갔다. 대만은 장타력과 마운드 집중력, 그리고 투혼까지 더해지며 끈질긴 모습을 보여줬다.

현장서 만난 대만 팬들도 대만전력이 역대 최약체임은 분명하다고 인정했을 정도로 객관적 판단은 하던 분위기. 생각보다 선전하는 팀 전력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내기 충분했다. 도리어 한국과 해볼만하다고 느꼈을 공산이 크다.

여세를 몰아 한국전 선발투수로는 지난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한국을 괴롭혔던 일본파 천관위(지바롯데)가 나선다. 천관위는 까다로운 투수인데다가 이번 대회 이스라엘전서도 라반웨이(이스라엘)에게 맞은 피홈런을 제외하고 2⅔이닝 동안 호투했다. 대만은 타선도 두 경기 도합 12점을 뽑을 정도로 예열이 된 상태다. 반면 맞서는 한국 타선은 2경기 1점에 그칠 정도로 가라앉아있다.

침체된 한국과 호평받고 있는 대만. 양 팀의 운명이 엇갈리고 있다. 정점은 이날 맞대결이 될 것이다.

[hhssjj27@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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